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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전과 건강] 문제는 사고성질병이다
권동희
공인노무사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1. 공사현장에서 일하는 건설노동자가 발판에서 미끄러져 우측 어깨를 계단에 부딪쳐 '회전근개 파열'로 산재신청을 했다.

#2. 제조업 노동자가 사다리에 매달려 작업 중 넘어지면서 우측 팔로 난간을 잡으면서 갑자기 팔에 상당한 충격을 받은 이후 '회전근개 파열'로 산재신청을 했다.

#3. 유통업체 노동자가 차량에서 내려오던 중 넘어지면서 바닥에 어깨를 부딪쳐 '우측 견관절 관절와순 파열'로 산재신청을 했다.

위 사건들은 모두 우측 어깨에 기존 치료전력이 없는 경우였다. 모두 산재승인이 됐을까. 대답은 아니오다. 모두 불승인됐다. 심사·재심사 과정에서도 그랬다.

1회성 외상에 의해 발생하는 ‘질병’은 업무상사고인가. 업무상질병인가. 사고면 업무상재해이고, 질병이면 업무상질병이지 않는가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산업재해보상보험법 또한 이렇게 분류한다. 다만 근골격계질병에 대해서는 “기존 질병이 업무로 인하여 악화되었음이 의학적으로 인정되면 업무상질병으로 본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사고와 질병이 겹치는 부분이다. 그래서 ‘사고성질병’이라고 지칭하고자 한다. 사고성질병의 문제는 90% 이상 불승인된다는 점이다. 실제 발생건수와 심사·재심사 사건에서 많은 수를 차지한다. 매우 많은 건수를 차지함에도 공단의 인정실무에 대한 문제제기가 없었다.

즉 위에서는 어깨부위 상병의 예를 들었지만, 무릎이나 허리 부위도 마찬가지다. MRI·CT·관절경 사진 등 영상의학 필름에서 명확한 ‘급성파열’의 소견이 없을 경우 기존 치료병력이 있을 경우에는 1회성 외상에 의한 ‘질병’은 승인될 수 없다. 이것이 현실이다. 공단은 불승인 문서에서 △퇴행성 상병인 점 △기존 치료병력이 있는 점 △MRI에서 상병이 명확히 판독되지 않는 점을 근거로 제시한다. 특히 상병 발생 부위에 기존 치료력이 있을 경우에는 거의 100% 불승인이다.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가. 1회성 외상성재해, 위와 같은 사고성질병은 원처분지사 임상의사들이 판단을 한다. 정형외과·신경외과 의사들이 필름과 상병, 기존 치료병력만 보고 업무상재해인지 여부를 판단한다. 이러한 임상의사들은 ‘상병의 발생기전만 학습하고 치료하는 사람’들이지, ‘상병의 악화·발현 여부’에 대해서는 아무런 관심이 없다. MRI에서 퇴행성 기전(이미 20대 이후에는 거의 모든 관절 부위에 퇴행성 기전이 시작된다는 것이 의학적 정설임)이 보이거나, 기존 치료병력이 확인되는 경우 ‘발생원인’을 보지 않는다. ‘급성 외상성 파열’이 명확한 경우만 발생원인으로 볼 뿐이다.

결과적으로 공단·심사위·재심사위 체제는 사고성질병의 경우 “당해 사고로 인해 악화돼 발현했는지 여부”라는 법률상 상당인과관계 판단이 전혀 개입될 수 없는 구조다. 대법원은 이미 수차례 이와 같은 사고성질병에 대한 판단기준을 제시한 바 있다. 대법원은 "원고가 기왕에 가지고 있던 이 사건 상병이 이 사건 사고로 인한 충격으로 자연적인 진행경과를 넘어서 바로 적극적 치료를 하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급격히 악화됐다고 볼 수 있고, 그렇다면 장해급여는 별론으로 하더라도 요양급여신청을 하고 있는 이 사건에서 원고의 이 사건 상병이 업무상재해에 해당한다고 볼 여지가 충분하다"고 판결했다.(대법원 2012.2.9. 선고 2011두25661)

이러한 법원의 판단은 요양급여라는 내용에 주목해 이뤄진 것이다.(대법원 1999. 12. 10 선고 99두10360, 대법원 2000. 6. 9 선고 2000두1607)

다시 말해 “요양급여는 재해 전후의 장해 상태에 관한 단순한 비교보다는 재해로 말미암아 비로소 발현된 증상이 있고 그 증상에 대하여 최소한 치료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요양이 필요한지에 따라서 그 지급 여부나 범위가 결정돼야 할 것”이라는 일반적 상식이 공단 실무에서는 통용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얼마 전 심사위원회 회의장을 나가던 한 명의 노동자가 마지막으로 한 말이 생각난다. “한 번도 어깨 아파 본 적도 없고 병원에 가 본 적도 없습니다. 넘어져 어깨 부딪쳐서 병이 발생했지 무든 퇴행성입니까?” 하지만 심사는 기각됐다. 불승인됐다는 말이다. 이게 현실이다.

권동희  labor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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