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미의 대표적 좌파 지도자 우고 차베스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세상을 떠난 지 3개월이 지났다. 조돈문 성공회대 교수가 최근 펴낸 <베네수엘라의 실험 : 차베스 정권과 변혁의 정치>(후마니타스·사진)는 차베스가 생전에 추진한 '21세기 사회주의 모델'이라는 변혁적 실험을 현지 취재까지 동반해 꼼꼼히 연구했다는 점에서 눈길을 모은다.

차베스는 98년 56%가 넘는 지지율로 대통령에 당선된 뒤 브라질의 룰라 전 대통령과 함께 남미 좌파 정치의 중심에 섰다. 90년대 유럽 좌파 정당들이 붕괴된 소련과 동구권을 대체할 변혁적 모델을 보여 주지 못하던 상황이었다. 21세기 사회주의 모델을 내세우며 집권한 차베스가 전 세계적 주목을 받은 이유다.

하지만 차베스에 대한 평가는 엇갈린다. 인민의 호민관인가, 독재자인가. 그에게 따라붙는 수사다. 한편에서는 차베스를 집권 연장에만 연연하는 대중주의 시각에서, 다른 한편에서는 진정한 사회변혁을 추구하는 사회주의 입장에서 규정한다.

조 교수의 <베네수엘라의 실험>은 이런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저자는 차베스 정권의 변혁적 실체와 성과를 분석하면서 변혁 추진전략의 동학과 결과를 설명하고자 했다고 밝히고 있다. 1부에선 차베스 정권의 변혁성과 불안정성을 분석하고, 2부에선 노동계의 딜레마와 주체형성 문제를 검토했다. 누가, 왜 차베스 정권에 반발하는지 구조적 설명을 제시한다. 또한 친노동적 성격을 지닌 차베스 정권하에서 베네수엘라 노조운동은 왜 조직력 강화와 노동조건 개선을 이루지 못했고 오히려 총파업 투쟁을 전개하는 등 차베스 정권과 갈등했는지를 설명한다.

3부에선 공동경영을 둘러싼 사회적 행위주체들의 전략과 사례연구를 통해 공동경영의 실천과 성과를 분석하고, 4부에선 베네수엘라 변혁 실험의 실천적 함의를 담았다.

조 교수는 “차베스 사후 차베스가 시작한 21세기 사회주의 변혁 실험은 2기로 접어들었다”며 “‘차베스 없는 차베스주의’인 2기에서는 변혁 실험의 동력과 변혁성이 담보될지는 의문”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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