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경수
공인노무사
(민주노총 법률원)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달 미국 방문 당시 지엠 회장에게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취지로 답변한 뒤 돌연 통상임금이 정치적 문제로 대두됐다. 박 대통령의 답변은 맥락상 통상임금 재산정을 통한 임금청구로 인해 지엠을 비롯한 기업의 인건비를 추가로 지불하게 되는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통상임금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뭘까. 우선 기업들이 통상임금을 법 기준보다 낮게 적용해 연장·야간·휴일 등 초과노동에 대한 임금을 법정노동시간 내의 기준노동에 대한 임금보다 낮게 지급하는 위법행위가 비일비재하다. 이를 통해 기업들은 초장시간 노동체제를 유지하고 신규고용을 회피했다. 고용노동부는 이 같은 기업의 위법행위를 사실상 방치해 왔다. 사례를 통해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갑’ 사업장, 노동자 ‘을’의 임금조건]
① 회사가 통상임금에 포함한 임금 총 140만원
기본급·자기계발비·기술자격수당
② 회사가 통상임금에서 제외한 임금 월평균 140만원
정기상여금(연 700%)·명절상여금(연 200%)·휴가비 50만원·기타수당 매월 35만원
③ 1일 8시간 주 40시간 근무, 토요일 유급휴일 → 월소정근로시간수 243시간
▶ 회사 적용 통상시급 : 5천761원(140만원/243시간)
▶ 판례취지에 따른 통상시급 : 1만1천522원(280만원/243시간)

노동자 ‘을’이 결근하지 않고 정해진 대로 근무한다면 상여금을 받는 달과 상여금이 없는 달을 평균해서 월 280만원의 임금을 지급받는다. ‘을’은 오전 9시 출근, 오후 6시 퇴근, 주 5일 근무하지만 유급휴일인 토·일요일 8시간씩 포함해서 월 근무시간을 환산하면 243시간이다. 월급을 시급으로 환산하면 시간당 1만1천522원의 임금을 받는 셈이다.

통상시급 1만1천522원 vs 8천641원

만약 ‘을’이 1시간 동안 연장근무를 하게 된다면, ‘갑’은 근로기준법에 따라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지급해야 하므로 1만7천283원[1만1천522원+(1만1천522원×0.5)]을 지급해야 한다.

그런데 실제로 ‘을’이 1시간 연장근무를 하면 ‘갑’ 회사는 8천641원밖에 지급하지 않는다. ‘갑’ 회사는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명절상여금 등을 포함하지 않기 때문에 ‘을’의 통상시급은 5천761원이고 연장수당 50%는 2천880원밖에 안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결국 ‘갑’ 회사의 노동자들은 노동의 피로도가 심해지고 사고발생 위험률이 높아지는 초과노동을 법정노동시간보다 적은 임금을 받으면서 해야 한다. ‘갑’ 회사는 법정노동시간보다 싼 임금으로 초과노동을 시킬 수 있으므로, 굳이 법정노동시간을 준수해 신규채용을 하기보다는 기존의 적은 인원으로 장시간 초과노동을 선호하게 되는 것이다.

최장시간노동 국가 오명 벗어야

통상임금을 근로기준법의 취지대로 적용하지 않고 절반으로 뚝 잘라서 적용해 온 기업들은 지난 수십 년간 초과노동에 대한 값싼 임금을 지불하면서 부당이득을 취해 왔다. 고용노동부는 위법한 행정해석으로 이를 뒷받침했다. 그 결과 한국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최장노동시간 국가로 이름을 날리고 있고, 기업의 신규고용의무는 부당이득으로 채운 돈주머니 속에 갇혀 있다.

정부가 통상임금 문제를 해결하려면 '그동안 덜 지급한 초과임금을 앞으로도 안 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것이 아니라 법 취지대로 통상임금을 정상화해 초과노동에 대한 합당한 임금을 지불하도록 해야 한다. 또한 초과임금에 대한 비용부담을 신규고용으로 해소하도록 유도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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