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두섭
변호사
공공운수노조
법률원

대상판결 / 대법원 2013.4.26 선고 2012도5385 근로기준법위반

1. 사건의 경과
차량의 소유주인 근로자들은 철선제품 생산업체인 OO회사와 차량임대차계약서라는 형식으로 계약을 체결하고 위 회사의 지시를 받아 물품배송업무를 수행했다. 그리고 매월 임대료 명목의 금원을 지급받았다. 월차수당·연차수당·퇴직금 미지급을 이유로 근로기준법 위반으로 기소된 사건에서 1심, 2심 모두 위 차주인 배송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대법원은 배송기사들이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점에 대해 동일한 판단을 했다. 다만 위 임대료에는 화물차량의 사용 대가에 해당하는 금원 또는 실비변상적인 성격의 금원도 일부 포함돼 있으므로 이를 추가로 심리해 체불된 임금액수를 다시 산정해야 한다면서 파기 환송했다.

2. 대법원 판결의 주요 내용
위 대법원 판결은 '원심은 판시와 같은 이유를 들어 피해 근로자들은 피고인이 운영하는 주식회사 ○○에 대해 종속적인 관계에서 자신들의 소유인 차량을 이용해 근로를 제공하고 이에 대해 위 회사로부터 실비변상적인 성격의 금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형태의 임금을 받아 온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판결이 인용하는 원심 판시 내용을 보면 다음과 같다. '원심이 적법하게 채택하여 조사한 증거들에 의하면 인정되는 다음과 같은 사정들, 즉, ① 피해 근로자들은 위 회사에서 정하여 준 배송업무를 담당하였는데, 그러한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위 회사의 담당 부장으로부터 구체적인 업무지시를 받아왔던 점, ② 피해 근로자들이 매일 배송업무에 따른 차량운행일지를 작성하여 위 회사에 제출하였던 점, ③ 피해 근로자들이 위 회사로부터 제공받은 작업복을 입고 근무하면서 기사 또는 대리로 불리었으며, 위 회사의 다른 직원들과 출퇴근 시간이 동일하였던 점, ④ 피해 근로자들은 배송실적에 상관없이 위 회사로부터 매달 일정액을 지급받아 왔고, 배송업무와 관련한 유류비, 고속도로 비용, 중식비 등도 위 회사로부터 지급받아 온 점, ⑤ 피해 근로자들이 위 배송업무 외에 위 회사의 공장장이나 부장의 지시에 따라 물품 구매, 택배 포장, 와이어메시 등 제품의 상차, 도진기 설치, 지게차 운전 등의 회사 업무를 수행하기도 하였던 점, ⑥ 피해 근로자들이 위 회사의 업무 외에, 자신들의 차량을 이용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독립하여 다른 영업을 한 사실은 없는 점 등을 종합하여 보면, 피해 근로자들은 위 회사에 대하여 종속적인 관계에서 자신들의 소유인 차량을 이용하여 근로를 제공하고, 이에 대하여 위 회사로부터 실비변상적인 성격의 금원을 포함한 포괄적인 형태의 임금을 받아온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봄이 상당하고, 피해 근로자들과 위 회사와 사이에 근로계약이 아닌 ‘차량임대차계약’이라는 형식으로 계약이 체결되었다거나, 피해 근로자들의 배송업무에 사용된 차량의 실제 소유주가 피해 근로자들이라거나, 피해 근로자들이 일직이나 당직근무를 하지 않아 왔고, 4대 보험에 가입되어 있지 않았다거나, 위 회사가 2009년 6월경 내지 같은해 7월경까지는 피해 근로자들로부터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지 아니하였다는 사정 등은 위 인정에 방해가 되지 않는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의 이 부분 주장은 이유 없다.(수원지방법원 2012.4.19 선고 2012노1165 판결)'

3. 판결의 의미
대법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계약의 형식이 고용계약인지 도급계약인지보다 그 실질에 있어 근로자가 사업 또는 사업장에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사용자에게 근로를 제공하였는지 여부에 따라 판단하여야 하고, 여기에서 종속적인 관계가 있는지 여부는 업무 내용을 사용자가 정하고 취업규칙 또는 복무(인사)규정 등의 적용을 받으며 업무 수행 과정에서 사용자가 상당한 지휘·감독을 하는지, 사용자가 근무시간과 근무장소를 지정하고 근로자가 이에 구속을 받는지, 노무제공자가 스스로 비품·원자재나 작업도구 등을 소유하거나 제3자를 고용하여 업무를 대행케 하는 등 독립하여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할 수 있는지,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스스로 안고 있는지, 보수의 성격이 근로 자체의 대상적 성격인지,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및 근로소득세의 원천징수 여부 등 보수에 관한 사항, 근로 제공 관계의 계속성과 사용자에 대한 전속성의 유무와 그 정도, 사회보장제도에 관한 법령에서 근로자로서 지위를 인정받는지 등의 경제적·사회적 여러 조건을 종합하여 판단하여야 한다. 다만, 기본급이나 고정급이 정하여졌는지, 근로소득세를 원천징수하였는지, 사회보장제도에 관하여 근로자로 인정받는지 등의 사정은 사용자가 경제적으로 우월한 지위를 이용하여 임의로 정할 여지가 크기 때문에, 그러한 점들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만으로 근로자성을 쉽게 부정하여서는 안 된다.(대법원 2006.12.7 선고 2004다29736 판결 등 다수)'고 그 기준을 제시하고 있다.



이처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하는지 여부는 위 판례가 제시하는 징표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판단하기 때문에 이 사건 역시 여러 가지 사정과 징표를 종합한 결론이기는 하다. 다만 이 사건 판결 사례를 보면 근로자들이 소유한 차량은 3.5톤 화물차량이었고 회사 명의로 소유권이전 등록을 했고, 근로자들과 위 회사는 차량임대차계약을 체결하고 매월 임대료 명목으로 금원을 지급했다. 차량의 유지관리비 및 보험료를 근로자들이 부담하되 운송과 관련된 유류비·고속도로비용·중식비 등을 회사로부터 지급받았다. 근로자들에게는 회사의 취업규칙이나 복무규정이 적용되지 않았고 4대 보험에 가입돼 있지 않았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

종래 지입차주, 즉 근로자가 차량의 실제 소유자인 사례에서 법원은 고가의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다는 사정, 각종 비용처리를 근로자 자신이 행하고 있다는 사정을 들어 근로자성을 부정해 왔다. 대표적인 것이 레미콘지입차주를 들 수 있다. 그러나 근로를 제공하는 자가 기계·기구 등을 소유하고 있다고 해서 곧바로 독립해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노무 제공을 통한 이윤의 창출과 손실의 초래 등 위험을 안는 사업자라고 단정할 것은 아니고(대법원 2007.9.6 선고 2007다37165 판결 등 참조), 그 실질을 살펴보아야 한다. 특히 위 대법원 2004다29736 판결 이후부터 법원은 근로자가 아니라면 사업자로서의 전형적인 특징이 보이는지도 같이 살펴보도록 하고 있다. 사업자로서의 전형적인 특징이 나타나지 않는다면 근로자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차량과 같은 고가의 생산수단을 소유하고 있거나, 그에 소요되는 각종 비용을 근로자 자신이 부담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나아가 자신의 계산으로 사업을 영위하는 사업자로 볼 수 있어야만 근로자성을 부정하는 하나의 징표가 될 수 있다.

오히려 차량과 같은 생산수단의 소유는 현실에서는 사용자가 갑의 지위를 이용해 차량구입비용(차량 할부금), 차량유지비용에 대한 위험을 근로자에게 전가시키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종래 판례는 학원버스 운전기사, 수영장 셔틀버스 기사에 대해 차량의 소유자이지만 근로자성을 인정한 전례(위 2007다37165 판결)가 있다. 이 사건 대법원 판례는 이러한 판결의 연장선상에 있으면서도 화물운송 차주에까지 이를 확대했다고 볼 수 있다. 이 사건 판결에 따르면 최소한 특정회사에 소속돼 운송 업무를 수행하는 레미콘 지입차주, 특정회사(화주 또는 운송사업자)와 지입계약 또는 운송계약을 체결하고 화물운송을 하는 차주, 택배기사 등도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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