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호
공인노무사
노무법인 참터
구미지사

법인청산 절차를 밟고 있는 S기업은 위장폐업 논란이 제기되고 있는 사업장 중 하나다. 특이한 점은 위장폐업 논란이 있는 사업장 대부분은 노사대립 구도가 나타나는 데 반해 S기업은 노노대립이 더 심각하다는 점이다. 해당 노조는 금속노조 소속이다. S기업은 복수노조 사업장도 아닌데 어용노조 시비까지 있다.

S기업의 노노대립이 본격화된 것은 올해 1월3일 대표이사가 갑자기 경영적자를 이유로 폐업예고를 하고 조합원 전원을 해고하겠다고 선언하면서부터다. 노조 내부는 논란에 휩싸였고 구조조정을 위한 위장폐업이라고 판단한 노조 집행부와는 달리 폐업이 확실하므로 노사 협상을 통해 위로금이라도 더 받아야 한다는 조합원들이 생겨났다.

일부 조합원들은 노조 집행부 탄핵서명운동을 시작하고, 노조 집행부는 총사퇴하기에 이른다. 대표이사의 폐업예고 선언 하루 만에 발생한 일이다. 노조 임원선거가 실시되고 탄핵서명운동을 주도한 조합원을 중심으로 새로운 노조 집행부가 당선됐다. 신임 집행부는 회사가 정한 기일 내에 권고사직을 하는 조건으로 6개월분의 위로금을 받기로 하는 노사합의서를 체결했다.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정해진 기일 내에 권고사직을 하도록 설득했다. 그 결과 전체 조합원 168명 중 139명이 권고사직서를 제출했다. 권고사직을 거부한 29명은 위로금 없이 해고됨으로써 조합원 전원의 근로관계가 종료되고 말았다. 신임 집행부가 당선된 지 6일 만에, 노사합의서를 체결한 지 하루 만에, 대표이사가 폐업예고 선언 뒤 1달 만에 이뤄진 일이다.

해고자 29명 중 전임 집행부를 중심으로 한 28명이 해고복직투쟁위원회를 구성해 회사를 상대로 투쟁을 시작했다. 그러자 상황 판단의 차이로 여겨졌던 노노갈등은 어용노조 시비로 번졌다. 신임 집행부는 노사합의서를 체결하면서 권고사직과 위로금에 관한 내용 외에 회사가 재가동되거나 신설법인을 설립해 재가동될 경우 합의서에 첨부된 조합원에 대해서는 재고용한다는 내용까지 합의했다. 첨부된 조합원 명부에는 해복투 구성원이 배제돼 있었다. 전체 조합원 명부는 지금까지 공개되지 않고 있다.

회사는 또 권고사직서를 제출한 139명 중 신임 집행부와 대의원에 대해서는 사직처리를 하지 않고 지금까지 근로관계를 유지하면서 휴업수당을 지급하고 있다. 근로관계가 언제까지 유지되고, 얼마의 휴업수당을 받고 있는지도 공개되지 않고 있다.

해복투는 합의내용 공개를 요구하며 신임 집행부를 어용노조로 규정한 반면 신임 집행부는 노조 결의 없이 해복투를 구성한 것과 다수 조합원의 합법적 선거를 통해 당선된 집행부를 어용노조라고 주장하는 것은 반노조 활동이라고 규정하면서 관련자 2명을 노조 징계위원회에 회부하기에 이르렀다.

신임 집행부와 해복투 간 갈등은 어용노조 시비가 생기면서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됐다. 전임 집행부 총사퇴로 실시된 노조 임원선거에 민주노총 지역간부가 개입했다는 이유로 신임 집행부 지지 조합원들이 해당 민주노총 지역사무실로 대거 몰려가 해당 간부의 사무집기를 때려 부수는 폭력사건이 발생했다. 신임 집행부와 해복투 간 간담회에서는 집단폭행이 일어나 급기야 고소·고발이 이어지면서 형사사건화되기에 이르렀다.

S기업 노조 사건은 SNS를 통해 급속도로 퍼져 단위노조 내부 문제를 넘어 지역의 노조활동가와 전국의 활동가들까지 가세하면서 금속노조 차원의 진상조사까지 하게 됐다. 하지만 수개월간의 진상조사에도 현재까지 어떠한 결론도, 마땅한 해결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현 시점에서 S기업의 폐업선언이 위장폐업인지 여부를 확인하긴 어렵다. 전임 집행부와 신임 집행부의 당시 상황판단을 두고 누가 옳고 누가 그르다고 판단하는 것은 소모적일 수 있고, 이후 과정에서 신임 집행부가 어용행위를 한 것인지, 해복투가 반노조 활동을 한 것인지를 가려내는 것도 상황 판단의 차이만큼이나 다양한 의견이 나올 수 있는 문제라 여겨진다. 그럼에도 이해되지 않는 점들은 있다. 신임 집행부의 비공개 원칙과 소수인 해복투에 대한 적대적 행위에 대해 단사와 본조 모두 달리 해결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일련의 사건들을 접하면서 노조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과거에 비해 노조가 많이 위축되고 약화돼 있다고들 한다. 근로시간면제(타임오프) 제도 또는 정규직 중심의 노조활동 때문이라고 말한다. 교섭창구 단일화를 전제로 한 복수노조 제도 때문에 사용자의 부당노동행위가 늘어 가고 어용노조로 인해 노조가 약화됐다고도 한다. 모두 다 우울한 진단이다.

그러나 S기업 노조 문제는 이런 진단과 무관하다. 수개월간 진행된 노조 본조 차원의 진상조사에도 단사노조 문제를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노조의 자정능력과 지도력이 상실됐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S기업 노조는 민주노총 금속노조 소속이기에 더 그렇다. 역사적으로 노조는 사용자로부터 자주성을 지켜 내고자 저항해 왔다. 어용노조 시비에 휩싸여 있는 S기업 노조를 보면서 노조가 자주성 못지않게 지켜 내야 할 것은 민주성이 아닌가 생각해 본다. ‘다수결’과 ‘민주’가 동의어가 아니라면 언제부터인가 노조의 민주성을 지켜 내고자 치열했던 노력들이 지금은 사라져 가고 있는 건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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