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1. 통상임금, 시끄럽다. 아니 시끄러워서 죽을 지경이다. 얼마 전부터 언론이 통상임금문제로 야단이더니 지난달 박근혜 대통령의 미국 발언으로 온통 난리다. 아무리 된다고 자문해줘도 회사사정이 어떻다며 거들떠보지 않던 노조도 이제 소송하겠다고 문의해 오고 있다. 민주노총, 한국노총 소속을 가리지 않는다. 한 설문조사에서 한국노총 소속 사업장 59%가 통상임금 투쟁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한다. 노동자를 위한 노동사건을 해오지 않았던 법률사무소조차도 돈이 된다고 통상임금 사건에 달려들고 있다. 언제부터 통상임금을 전문으로 했다고 제가 최고라고 떠들어대는 말이 시끄럽고, 아무개는 어떻다고 비난해 대는 장사꾼의 말까지 들리니 나는 시끄러워서 죽을 지경이다. 심지어 전관까지 들먹이고 있다. 지금 이 나라에서는 정기상여금은 법원이 당연히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된다고 판결하는 임금이라고 알고 있다. 노동자는 누구라도, 통상임금이 무엇인지조차 알지 못하는 일반 국민도 그렇게 알고 있다. 이런 세상에서,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소장을 제출하기만하면 법원이 판결해 줄 거라고 야단법석인 나라에서 통상임금에 관한 법률안이 국회에 발의가 돼서 제출됐다. 도대체 어떤 법률안이라서 제출한 것일까. 어떤 노동자권리를 확보해주는 것일까. 살펴보자.

2. 국회에 발의된 통상임금 관련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은 두 개다. 지난 6월3일 홍영표 민주당의원이 대표로 해서 개정안이 발의됐고, 그 다음날인 6월4일에는 심상정 진보정의당 의원이 대표로 해서 개정안이 발의됐다. 박근혜 대통령의 발언을 받은 정부는 노사정의 논의를 거쳐서 입법을 하겠다는 입장이라서 아직은 고용노동부가 마련해서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되진 않았다.

두 개정안은 모두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시키기 위한 입법안으로 마련돼서 제출된 것이다. 노동자권리로 통상임금 문제를 바라보고 이를 위해서 현행법령의 미비점을 보완하기 위해서 근로기준법 개정법률안으로 제출한 것이다.

3. 심상정 의원이 발의한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보자. 근로기준법 정의규정에 통상임금 정의를 추가해 “근로자에게 소정(所定) 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되는 금품으로서 정기적, 일률적으로 지급되는 것을 말한다. 이 경우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을 포함한다.”로 한다는 안이다(안 제2조제1항제6호의2 신설). 이를 통해서 현재 시행령에서 규정하고 있는 통상임금의 정의를 법률에서 직접 규정함으로써 통상임금에 정기상여금 등이 포함되도록 해 통상임금의 기준과 범위에 대한 논란을 해소하겠다는 것이 제안이유라고 밝혔다. 근로기준법 시행령 제6조 제1항에서 정한 통상임금의 정의를 그대로 가져와서 근로기준법에서 규정하고 여기에 최근 문제가 되는 정기상여금을 명시적으로 그 정의에서 정한 통상임금의 판단의 대상에 포함하는 것으로 규정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면 되는 것일까. 그러면 통상임금에 관한 노동자권리가 보장되는 것인가. 한 마디로 이 개정안은 고용노동부장관이 만들어서 정부안으로 국회에 제출할만한 안이다. 고용노동부장관이 제안해서 국무회의에서 만든 현행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그대로 근로기준법으로 하고 단지 1개월을 초과하는 임금도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될 수 있다고 20년 가까이 된 판례 법리를 반영해서 그 판단의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것이기 때문이다. 근로기준법의 위임 없는 통상임금에 관한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문제를 해결하면서 현재까지 확립된 판례의 법리를 반영해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마련하는 일이야 말로 고용노동부가 마땅히 해야 할 일이다. 그것은 노동자권리를 새롭게 보장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단지 법안을 정비하는 문제이다. 이 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으로 파악해 온 판례의 통상임금 판단기준에서 노동자권리를 위해서 한 걸음도 더 내딛지 않았다. 그 동안 얼마나 많은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법원이, 근로기준법 시행령의 통상임금 정의규정을 명시적으로 인용했던 아니든, 그 정기성·일률성 때문에 법정외 근로의 대가에서 제외시켜 왔던가. 한번 판결문을 읽어보라. 지금까지 통상임금에 관한 판결은 법원이 근로의 대가인 임금을 연장, 야간·휴일 및 연차휴가 근로의 대가 임금의 산정에서 배제시키기 위한 것이었다고 당신은 읽게 될 것이다. 정기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일률적으로 지급돼야 한다, 그것은 근무성적에 따라 그 지급여부와 지급액이 변동되는 임금이어서는 안 되고 그렇지 않은 고정적인 임금이어야 한다고 우리의 법원은 통상임금 사건에서 지금까지 판결해 왔다. 혹시 당신이 통상임금에 관한 판결문을 읽으면서 우리의 법원이 이 나라 노동자의 임금에 관한 권리를 보장해주기 위해서 통상임금을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정기적·일률적으로 지급하는 고정적인 임금이라고 판결해 왔던 것이라고 밑줄까지 치고서 읽는다면 나는 그런 당신의 이름에 밑줄을 치며 바보라고 읽겠다. 만약 노동자권리를 위해서 해당 노동자에게 법정외 근로의 대가를 그 근로자의 근로의 대가로 지급돼야 한다고 우리의 법원이 판결해왔다면 지금과 같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라는 통상임금 개념요소에 관한 판례 법리는 존재해서는 안 된다. 근로기준법은 어디에서도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을 통상임금의 개념요소 내지 판단기준이라고 규정하지 않았다. 그저 연장·야간·휴일 근로의 대가로 통상임금의 50%를 가산해서 지급하라고 정하고 있을 뿐이다(근로기준법 제56조). 근로기준법이 위임하지도 않았는데 대통령령 근로기준법 시행령은 근로기준법과 시행령에서의 통상임금이 “근로자에게 정기적이고 일률적으로 소정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지급하기로 정한 시간급 금액·일급 금액·주급 금액·월급 금액 또는 도급 금액”이라고 정의했던 것이다(제6조 제1항). 그리고 우리의 법원은 여기서 정기성·일률성을 가져와서는 그때부터 통상임금을 파악하고는 무슨 수당은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왔고, 이렇게 해서도 제외되지 않는 것은 고정성이 인정되지 않는다고 포함되지 않는다고 판결해 왔던 것이다. 그런데도 이 근로기준법 시행령을 근로기준법으로 가져와서 통상임금을 정의하겠다고 이 나라 진보의 당 의원은 입법안을 발의했다. 그리고 거기에 정기상여금도 그 정의에 의해서 판단의 대상이 되는 임금항목에 포함되는 것으로 하기 위해서 “이 경우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을 “포함한다”고 덧붙였다. “이 경우 1개월을 초과하는 기간마다 지급되는 것과 일정한 조건 또는 기준에 달한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는 것을 포함한다”는 이 법률안의 후문 규정은 이에 해당하는 경우는 모두 통상임금 산정에 포함된다는 것이 아니다. 단지 전문에서 정한 통상임금 정의에 포함되는지 그 판단의 대상으로 된다는 것을 분명히 하기 위한 것으로 보여진다.

4. 지금 대법원이 정기상여금이 통상임금에 포함된다고 판결했다고 난리다. 그러나 대법원이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포함된다고 판결한 정기상여금은 정기성·일률성·고정성이 인정돼서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포함된다는 보는 다른 임금항목과 동일한 지급기준에 해당하는 경우에만 예외적으로 인정했을 뿐이다(대법원 2012.3.29. 선고 2010다91046 판결). 이 법원의 판례 기준에 의하면 이 나라에서 많은 사업장의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포함되지 않을 수 있다. 그렇다면 이와 같은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 산정범위에 포함시키기 위한 입법안을 발의했어야 했다. 그런데도 시행령을 고려해서 시행령의 통상임금의 정의규정을 근로기준법으로 상향시키기 위한 입법안을 발의했다. 그렇게 되면 통상임금 제도는 사용자가 합법적으로 노동자의 법정외 근로의 대가를 떼어먹을 수 있도록 근로기준법이 보장해주는 제도가 되고 만다. 이것이 입법이 된다면 법정근로의 대가 임금을 기준으로 법정외근로의 대가 임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 지난 10년 가까이 노동법의 논문과 칼럼, 소송 등으로 해온 근로기준법의 해석에 근거한 내 주장은 더 이상 근로기준법에 부합하는 해석일 수가 없게 된다. 뭐 내 주장이야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그대로 유지될 수가 없게 된 것이라고 변명하면 그만이다. 하지만 법정외근로의 대가 임금에 관한 노동자권리가 이제 근로기준법에 의해서 일본에서처럼 합법적으로 짓밟히는 것은 어찌하겠는가.

5. 사실 지난달 말 홍영표 민주당 의원실에서 입법안을 발의하겠다고 그 안에 관해서 내게 자문을 구했다. 당시의 입법안이 바로 심상정 의원안과 법안의 규정문구는 다르지만 법안의 내용은 동일한 것이었다. 그날 그 안을 듣자마자 곧바로 ‘나는 반대다’부터 말하기 시작해서 말도 안 되는 엉터리 입법안이라고 비난을 쏟아냈다. 그 뒤 홍영표 의원이 대표로 발의했다는 근로기준법 개정안을 보니 다행히도 비난이 수용됐다. 홍영표 의원의 대표 발의안은 근로기준법에서 통상임금을 “그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소정(所定)근로 또는 총 근로에 대하여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한 일체의 금품”으로 정의하는 안이다(안 제2조제1항제7호). 규정의 표현은 좀 더 검토할 것이 있다. 하지만 적어도 통상임금에 대한 문제의식은 분명히 하고 있는 입법안이다. 사실 이런 입법이 없어도 현행 근로기준법의 해석으로도 통상임금은 이와 같은 것을 파악해야 한다는 것이 오랜 내 주장이다. 법정근로(소정근로)에 대해 사용자가 근로자에게 지급하기로 정해진 확정가능한 일체의 금품(임금)을 통상임금으로 파악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그것이 무엇이든 법정외근로의 대가 임금은 법정근로의 대가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의 일부로 산정해 지급하는 것이 되고 만다. 그렇지 않은 법과 법원의 판결은 노동자의 근로의 대가인 임금의 권리를 짓밟고 서 있게 된다. 그러니 통상임금 문제로 아무리 시끄러워도 한 마디 이렇게 보탠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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