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경제민주화
2030연대 대표

군가산점 제도가 다시 뜨거운 논란에 휩싸였다. 1999년 헌법재판소에서 위헌판정을 받으면서 사라졌던 제도이지만 제도가 사라진 지 15년 동안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주로 군대를 다녀온 군필자 남성을 중심으로 제기된 논란은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꾸준히 확산됐다. 이는 각종 여성 관련 정책이나 제도에 남성들이 수많은 딴죽을 거는 방식으로 이어졌다. 최근에 국방부는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하겠다고 나서고 있으나 여성가족부를 비롯한 타 부처의 반대와 시민사회의 우려와 반대도 큰 상황이다. 이 문제는 징병제를 운영하고 있으며 군필자들의 박탈감이 유난히 큰 한국 사회에서 매우 예민하면서도 깊이 고민해 볼 만한 문제라 할 수 있다.

군가산점 제도를 부활하는 것에 대해서는 다양한 갑론을박이 있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오히려 이 문제를 ‘노동’의 관점으로 접근해 보는 것이 건설적이라는 생각이다.

군가산점 제도가 가지는 불합리성 문제를 논외로 하더라도 사실 군대를 다녀온 남성 청년들의 박탈감은 예상외로 크다. 그런데 이 박탈감이 어디서 오는 것인지에 눈길을 돌려야 할 필요가 있다. 군대를 다녀온 남성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이 군대에서 ‘삽질’을 했다는 것이다.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그 안에서 또래들끼리 평등한 공동체적 의식을 키울 수도 있는 나름 장점이 없다고 할 수 없을 것 같은 군대 경험이 왜 다수의 남성들에게 다시는 하고 싶지 않으며 무가치한 ‘삽질’이라 비하되고 또는 수십 년이 지나도 군대에 끌려가는 악몽을 꿨다고 말할 정도로 불행한 경험이 됐을까. 필자는 그것이 군대에서 노동의 가치가 실종됐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군대에 복무하고 있는 사병들의 월급은 육군 상병 기준으로 월 10만원 수준이다. 군대에도 오전부터 저녁까지 정해져 있는 일과시간이 있다. 그 시간 동안 군인들은 나름의 보직에 맞게 다양한 노동을 한다. 진지공사를 하거나 교육훈련을 받고, 행정반에서 사무를 보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일과를 시작해서 하루 종일 열심히 하는 그 행위들은 노동으로 인정되지 않는다. 군인들이 받는 월급이라는 것도 사실 본인들이 한 달 동안 열심히 훈련하고 노동한 대가가 아니라 마치 용돈 주어지듯이 던져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만약 그들이 군대에서 하는 다양한 활동을 노동으로 인정받는다면 그 의미는 매우 달라질 것이다. 선거가 있을 때마다 정치권은 군인들의 표를 의식해 사병월급을 두 배 또는 세 배씩 인상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운다.

그러나 같은 액수라 할지라도 용돈을 인상해 주겠다는 것과 정당한 노동의 대가로 인정해 주는 것은 그 의미가 크게 다르다. 노동의 대가로 인정할 때 군대에서 생기는 불합리한 작업지시, 개인의 자율성과 판단의 여부가 크게 달라질 수 있다. 야근을 하는 군인이 있다면 그만큼 수당을 인정해 줄 수도 있는 것이며 더 어려운 작업에 나가야 하는 군인이 있다면 그것 역시 그만큼의 기준으로 노동의 대가를 인정해 줄 수 있다.

소위 편한 보직과 힘든 보직을 둘러싼 군인들의 박탈감도 덜해질 것이다. 본인이 하는 일들에 대해 가지는 윤리의식도 크게 달라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필자는 정치권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사병월급을 인상해서 월 40만~50만원으로 맞추는 것보다 같은 액수라 할지라도 오히려 군인들의 월급에 최저임금의 40~50% 수준을 적용해서 노동의 대가로 인정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고 본다. 일부에서 군인에게도 최저임금의 일부를 적용하자는 정책이 제안된 바 있다. 이미 국방부가 사병들의 월급을 연 5% 수준으로 매년 인상한다는 중장기 계획을 가지고 있지만 실제 연 6~7% 인상을 생각하면 단계적으로 4~5년 내에 군인들의 월급수준을 최저임금의 50% 수준으로 맞출 수 있다. 소요되는 예산도 국방부의 애초 계획과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경제활동과 관련한 각종 통계에서 교도소에 있는 수형자와 징집된 군인은 ‘생산가능인구’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통계상 생산가능인구를 구성하는 '경제활동인구'도 '비경제활동인구'도 아닌 그들의 각종 활동은 경제학적으로도 생산적인 활동에 포함되지 않는다. 우리는 과연 2년에 가까운 시간을 가족·친구와 떨어져 국방의 의무를 수행하고 있는 이들을 우리 사회에서 함께 노동하고 생산하며 살아가는 일원으로 인정하고 있는 것일까.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각종 박탈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어쩌면 노동의 가치가 인정되지 않는 곳이 가장 큰 박탈감이 싹트는 곳인지도 모른다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 (haruka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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