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계가 최저임금 논란의 불을 댕겼다. 지난 7일 열린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경영계는 내년에 적용되는 최저임금 인상률을 동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노동계는 최저임금 인상률로 21.6%(5천190원)를 제안했다.

최저임금은 노동계가 주도해 온 의제인데 되레 경영계가 치고 나온 모양새가 됐다. 박근혜 대통령이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한 것을 고려한다면 경영계의 이런 입장은 ‘강수’에 해당한다. 경영계가 이런 강수를 던진 배경은 뭘까.

이명박 정부 시절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5.25%였다. 올해 최저임금(시급 4천860원)은 전년 대비 6.1% 인상된 것이다. 반면 노무현 정부 시절 최저임금 평균 인상률은 10.7%, 김대중 정부 시절은 10.4%였다. 이명박 정부 시절 최저임금 인상률은 이전 정부에 비해 반 토막 난 셈이다. 박근혜 정부는 이명박 정부와는 달라야 한다. 이명박 정부와 차별화하려면 적어도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절만큼의 최저임금 인상률이 결정돼야 한다. 두 자릿수 이상의 인상률이어야 한다는 결론이다.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했다면 그러해야 한다. 경영계의 강수는 이런 흐름에 제동을 걸겠다는 몸부림이다. 현재로선 경영계의 의중대로 흘러갈 가능성은 낮다. 최저임금 인상을 공약한 박근혜 정부나 다른 나라 사례를 볼 때 그렇다.

이와 관련해 미국과 독일의 행보가 눈길을 끈다.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올해 국정연설에서 오는 2015년까지 시간당 연방최저임금을 9달러로 인상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후에는 최저임금이 물가와 연동해 인상돼야 한다고 말했다. 민주당 의원들은 오바마 대통령의 국정연설을 바탕으로 법안을 발의했다. 앞으로 3년간 최저임금을 인상한 후 물가에 연동되는 공정최저임금법을 발의했다.

고용률 70% 로드맵을 발표한 박근혜 정부가 모델로 삼고 있는 독일의 경우도 주목된다. 독일은 법정최저임금제도가 없던 나라다. 산별 임금·단체협약이 이를 대체했으며, 일부 업종(건설)에만 최저임금제도가 적용됐다. 임금 하향평준화를 우려한 노동계가 법정최저임금 제도에 우려를 표했으나 사각지대 노동자가 늘어나자 수용하는 것으로 선회했다. 2009년 법 개정으로 건설분야에 한정됐던 최저임금제도가 다른 업종으로 확대됐다. 노사의 신청에 의해 대표적인 단체협약의 효력이 확장되는 방식이다. 노사가 체결한 대표적인 단체협약이 해당 산업 자체에 일반적 구속력을 갖는다. 또 단체협약이 체결되지 못했거나 효력범위가 좁은 산업 또는 업종의 경우에는 최저임금을 보장하는 최저근로조건법도 개정됐다.

두 나라가 최저임금 인상과 제도개선에 공을 들이는 것은 까닭이 있다. 소득격차를 줄이는 효과뿐만 아니라 침체된 내수를 활성화하는데도 긍정적이기 때문이다. 사회갈등을 줄이고 통합시키는 간접적 효과도 있다. 최저임금 인상이 고용을 감소시키거나 중소영세기업의 몰락을 재촉한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는 흘러간 옛 얘기다. 검증되지 않았고, 현실성도 없다는 게 대체적인 의견이다.

이렇듯 미국과 독일은 최저임금 현실화와 적용대상의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를 제도적으로 정비하고 있다.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세계적 추세다. 특히 독일은 지난 2003년 하르츠법 시행을 통해 시간제 일자리와 파견노동의 확대를 추진했지만 최저임금제와 단체협약 효력확장 제도를 통해 소득격차를 줄이려 했다. 이는 박근혜 정부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시간제 일자리 확대를 통해 고용률 70%를 달성하려는 박근혜 정부도 최저임금 인상에 적극적이어야 한다. 그래야 질 낮은 일자리 양산, 소득격차를 확대했다는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다.

경영계 또한 최저임금 동결 주장으로 세계적 추세에 역행하지 말아야 한다. 경영계의 부담은 십분 이해하지만 통상임금 논란에 이어 최저임금까지 알레르기 반응으로 일관하는 것은 곤란하다. 적정한 소득보장은 노동자뿐만 아니라 기업에도 도움이 된다. 노동자의 소득이 늘어나면 침체된 내수도 살아나는데 이는 경영계도 바라는 바이지 않는가. 이젠 경영계도 최저임금 인상과 제도개선에 전향적인 자세를 가져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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