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화학물질 폭발사고 현장을 방문한 노동안전활동가 A씨는 현장 입구에서 진땀을 뺐다. 사고가 발생한 대기업 사업장 노조가 A씨의 출입을 막은 것이다. 대기업노조는 상급단체가 사고와 관련해 사측을 비판하는 성명을 낸 것에 화가 나 있었다. A씨를 상급단체가 보낸 사람으로 오해한 것이었다. A씨는 "상급단체가 보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받고 난 후에야 간신히 현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며 "하청노동자들이 사고로 여러 명 숨졌는데도 사업장 이미지 실추를 더 우려하는 대기업노조의 모습에 씁쓸했다"고 토로했다.

#2. 한 공기업노조가 산업안전보건 전문가들과 함께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산업안전보건 실태에 대해 1년간 대대적인 연구사업을 진행했다. 노동자의 작업환경·건강상태·사고형태·산재사례 등 유의미한 결과가 담긴 보고서가 나왔다. 특히 상상을 초월하는 열악한 작업환경은 사회적 공론화가 절실한 사안이었다. 노동자뿐만 아니라 시민들의 안전에 직결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임단협 때 협상카드로 써야 한다"는 노조의 방침에 따라 보고서는 공개되지 않았다.

최근 화학물질 폭발·누출사고가 잇따르자 정부와 국회가 제도개선에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부족하긴 하지만 산재를 줄이기 위해 처벌을 강화하고, 사고를 예방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법·제도와 함께 중요한 것은 안전보건 문제에 대한 사회적 인식 전환이다. 이를 위해 대기업노조가 감시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현장 안전보건 실태를 가장 잘 아는 사람들은 노동자들이다. 중소기업의 경우 산재사고가 외부로 알려지는 순간 일자리를 잃게 된다. 계약을 해지하는 갑(대기업)의 횡포를 을(중소기업)이 막을 길이 없기 때문이다.

A씨는 "기업살인법 등 징벌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조가 대기업 자본을 제대로 감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무용지물에 그칠 공산이 적지 않다"며 "결국 그 벌금은 갑을 관계의 횡포로 인해 중소·영세업체가 계약을 맺는 과정에서 비용으로 떠안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산재가 은폐되는 현장을 내버려 둔 채 징벌적 제도만 강화할 경우 자칫 하청노동자들에게 그 피해가 전가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제대로 된 관리·감독과 함께 대기업노조의 성찰이 필요한 대목이다. 산재은폐를 적발하는 것은 대기업노조의 막중한 과제 중 하나다. 대기업자본에 맞설 수 있는 조직은 사실상 대기업노조밖에 없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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