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정 기자

"지금까지 대한상공회의소는 인력개발사업단에 단 한 푼도 지원하지 않았다. 같은 빌딩에 있지만 우리와 대한상의는 전혀 별개의 조직처럼 돌아가고 있다. 대한상의 산하에 있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인력개발사업단을 정상화하기 위해서는 대한상의가 지원을 해 주던가, 아니면 공공기관으로 재지정하는 수밖에 없다."

지난 10일 오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만난 김대균(53·사진) 노동부유관기관노조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지부 위원장은 "인력개발사업단이 공공기관에서 민간직업훈련기관으로 넘어가면서부터 훈련생들이 오지를 않는다"고 하소연했다.

그동안 국가기간산업 직종을 중심으로 우수한 훈련성과를 내며 중소기업 인력공급에 중추적 역할을 하던 인력개발사업단에 여러 가지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 건 2010년 10월 민간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되면서부터다.
대한상의 인력개발사업단은 94년 당시 한국산업인력관리공단(현 한국산업인력공단)에서 대한상의로 이관된 뒤에도 공공직업훈련기관으로 분류돼 왔다. 그러던 중 2010년 근로자직업능력개발법 시행령이 개정되면서 대한상의가 공공직업훈련을 실시할 수 있는 공공단체에서 제외됐다. 이에 따라 인력개발사업단도 공공직업훈련기관에서 민간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됐다.

민간직업훈련기관으로 바뀐 뒤 2년제 양성과정이 1년제로 단축됐다. 숙련된 기능인력 양성이 어려워진 것이다. 예산확보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과거에는 훈련생수와 관계없이 일정 수준의 정부보조금으로 기관운영이 됐다면 지금은 훈련생수에 따라 돈을 타 오는 공모제 방식이다 보니 수주실적에 따라 운영에 희비가 갈리게 된다. 실제 인력개발사업단은 매년 100억원대의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훈련 배정인원이 줄어들면서 유휴시설·장비가 발생해 직업훈련 자원이 낭비되는 것도 문제다. 서울본부를 제외하고 전국 8개(부산·인천·광주·경기·강원·충북·충남·전북) 인력개발원이 보유한 장비는 8천334종 10만5천582점이다. 규모와 질에서 여타 민간학원을 가볍게 뛰어넘는다.

김 위원장은 "인력개발사업단이 갖춘 시설 기자재는 동네 학원과는 비교가 안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동네 학원과 똑같이 10명씩 (훈련생을) 배정해 주겠다고 하는 건 말이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인력개발사업단은 원천적으로 국가재산이기 때문에 이윤을 추구하기 힘들고, 그렇다고 이윤추구를 하지 않자니 경영이 안 되는 딜레마에 빠져 있다"고 지적하면서 "수천억원대의 국가재산을 민간단체인 대한상의에 떠넘기고 너희가 알아서 이윤을 남겨 먹고살라는 게 말이 되느냐"고 반문했다. 산업인력공단에서 대한상의로 보냈으면 잘 운영될 수 있도록 지휘·감독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질타다.

김 위원장은 "대한상의가 사업주단체로서 인력개발사업단을 제대로 지원하지 않는다면 정부가 결자해지의 자세로 나서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대한상의는 인력개발사업단을 지원할 의사도, 능력도 없다는 게 확인됐다. 과거처럼 (사업단을) 산업인력공단으로 재이관하거나 독자적인 공공직업훈련기관으로 전환해야 한다."

김 위원장은 끝으로 창립 14주년 기념식(12일)과 관련해 "지난해 기념식에서 사업단을 공공기관으로 되돌려 놓겠다고 말했는데 올해 기념식에서도 또 같은 말을 하게 됐다"며 "내년 기념식에서는 '공공기관으로 재전환돼 기쁘다'는 말을 하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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