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상판결 / 서울행정법원 2012구합30424 교섭요구사실의공고에대한재심결정취소

 

조현주
변호사
(금속노조법률원)

1. 사건의 개요 및 쟁점

가. 사건의 개요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조는 지난해 6월15일 원고회사 소속 근로자들로 구성된 노조 지부를 설립, 같은달 18일 원고회사에게 교섭요구를 했다. 원고회사가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진행하지 않자 같은달 28일 원고회사에게 교섭요구 사실 공고를 해 줄 것을 요청했다.

원고회사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지 않자 노조는 7월9일 서울지방노동위원회에 교섭요구 사실 공고 불이행에 대해 시정신청을 했고 서울지노위는 시정결정을 했다. 원고회사가 8월2일 중앙노동위원회에 시정결정 취소를 구하는 재심을 신청했으나 중노위는 같은달 13일 “하나의 사업장에 조직 또는 가입한 노조가 1개인 경우에도 이를 확인하기 전까지는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에 따른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이행해야 한다”고 재심신청을 기각했다. 원고회사는 중노위 재심결정에 대해 취소를 구하는 소를 제기했다.

나. 대상판결의 쟁점

이 사건에서의 쟁점은 “하나의 사업장 내에 하나의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에서 정한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거쳐야 하는가”다.

2. 1사1노조 교섭요구사실 공고의무와 교섭대표노조 지위에 관한 종래해석

가. 문제의 소재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 조정법(노조법)상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에 대해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 노조가 1개인 경우, 소위 1사 1노조인 경우, ①교섭요구를 하면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해야 하는지(교섭요구사실 공고의무), ②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하고 7일이 경과해 교섭요구노조가 1개 노조임이 확정되면 교섭대표노조가 되는지(교섭대표노조 지위 유무), ③교섭대표노조로서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10(교섭대표노조의 지위 유지기간 등)이 규정하고 있는 기간 동안 지위를 배타적 교섭권을 가지는지(교섭대표노조로서 배타적 교섭권을 가지는지) 등이 쟁점이 돼 왔다.

나. 고용노동부의 해석

고용노동부는 ①교섭요구사실 공고의무에 대해, 2010년 ‘사업(사업장)단위 복수노조 업무매뉴얼’에서 “해당 사업(장)에 노조가 2개 이상 존재하는지 여부는 사용자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하고, 공고기간 내에 교섭참가 신청을 하는 노조가 없을 때 비로소 확정되는 것이므로, 해당 사업(장)에 하나의 노조만 있다고 판단하더라도 해당 노조는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2에 따라 사용자에게 교섭을 요구하고 사용자는 이를 공고해야 한다”고 해석했다. 2011년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운영 세부 지도방안’에서는 “단일노조가 명백한 경우 노조법 제29조의2가 적용되지 않으므로 노조법 제29조의2 및 시행령 제14조의3 등 노조법상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반드시 거쳐야 하는 것은 아니나, 산별노조에 직가입하거나 지부를 설립하는 등 다른 노조가 있음에도 노사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 1사1노조라 하더라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교섭요구노조 확정 절차)를 거치는 것이 해당 사업장의 노사관계 안정에 도움이 되므로 이를 적극적으로 지도”라고 입장을 선회했다.

②교섭대표노조 지위 유무 ③대표노조로서 배타적 교섭권을 가지는지에 대해서는, 2011년 ‘복수노조 교섭창구단일화제도 운영 세부 지도방안’에서 “단일노조가 명백한 경우에도 교섭창구단일화 절차를 거쳐 교섭대표노조로 확정되면, 단협 유효기간에 관계없이 2년 내외의 기간 동안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가지게 됨”이라고 해석했다.

다. 고용노동부 해석에 대한 반론

이 같은 고용노동부 해석에 대해 ①노조법 제29조의2 제1항은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라고 규정하고 있고, ②단일 노조가 형식적으로 실시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으로 실시된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친 것과 마찬가지로 효과를 부여해 그 노조에 대해 향후 설립될 수 있는 다른 노조와 회사 사이의 단체교섭권을 배제할 수 있는 정도의 지위와 권한을 인정하는 것은 노조법 규정,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는 근거를 들어, 1사1노조에서 교섭요구를 한 경우 사용자는 교섭요구사실 공고의무가 없고, 교섭요구사실 공고기간이 경과했다고 해 한 개의 노조가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가진다고 볼 수 없다는 유력한 비판이 있었다.

라. 관련 판정 및 판결

위 쟁점에 대해 대상판결 이전에도 몇 건의 노동위원회 판정 및 판결이 선고됐다.

수원지방법원 평택지원(2012카합75결정)은 올해 1월22일 “노조법은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 교섭대표노조를 결정하기 위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도록 규정하고 있고 … 단일 노조가 형식적으로 실시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쳤다는 이유만으로 실질적으로 실시된 교섭창구 단일화를 거친 것과 마찬가지로 효과를 부여해 그 노조에 대해 향후 설립될 수 있는 다른 노조와 회사 사이의 단체교섭권을 배제할 수 있는 정도의 지위와 권한을 인정하는 것은 노조법 규정, 교섭창구 단일화 제도의 취지에 부합한다고 보기 어려우므로, 교섭요구 노조 확정 절차에서 1개 노조만이 교섭요구를 한 것으로 확정된 경우, 원칙적으로 단일 노조만이 존재한다는 전제에서 그 노조가 교섭대표노조로서의 배타적 교섭 권한을 갖지 않는다고 보되, 그 노조가 별도의 노조가 존재한다는 소명을 회사측에 대해 한 경우에 한해 교섭대표노조로서의 지위를 부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중노위(중앙2013부해91/부노15판정)는 지난 4월11일 “노동쟁의 조정신청 절차에서 교섭요구사실 공고 등 절차를 이행할 것을 권고했는데, 이러한 권고에 반해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고 쟁의행위를 계속한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취지로 판단했다.

3. 대상판결의 요지와 한계

가. 대상판결의 요지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이 판단했다.

첫째, 노조법 제29조의2의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는 위 법률 규정에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조직형태에 관계없이 근로자가 설립하거나 가입한 노조가 2개 이상인 경우’에 적용되므로,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 역시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에서 2개 이상의 노조가 존재하는 경우에만 적용될 수 있다.

둘째, 노조법 시행령 14조의3은 교섭요구 사실을 공고해 ‘다른 노조와 근로자가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라고 규정하고 있으므로, 위 규정상 교섭요구 사실 공고 당시 다른 노조가 존재하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다.

셋째, 사업장 내에 노조가 설립될 경우 통상적으로 노조는 사용자에게 설립사실을 통보하게 된다(이 사건에서도 이 사건 노조는 지난해 6월15일 설립돼 같은달 18일 원고에게 그 설립을 통보했다). 따라서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 노조가 몇 개 설립돼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보이지 않고, 노조법 시행령 제14조의3의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절차가 사용자로 하여금 사업장 내에 몇 개의 노조가 존재하는지 알게 하려는 목적에서 규정된 것도 아니다.

넷째, 사용자와 노조가 실제로는 다수의 노조가 있었으나 하나의 노조가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교섭요구 사실 공고 절차를 비롯한 교섭창구 단일화 절차를 거치지 않은 경우에는 교섭대표노조가 있는 경우에 해당하지 않고, 이러한 때에는 교섭대표노조가 있는 경우에 적용되는 노조법 제29조의5 및 제37조 제2항이 적용될 수 없다. 따라서 그 사업장 내에 실제 존재하는 어떤 노조가 사용자에게 교섭요구를 했다가 쟁의행위를 하더라도 노조법 제29조의5 및 제37조 제2항을 위반하는 불법쟁의행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

나. 대상판결의 한계

대상판결은 다음과 같은 한계가 있다.

대상판결은 1사1노조에서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노조법 및 시행령 규정의 해석을 통해 밝혔다. 그 동안 노조법 해석의 이견으로 인해, 복수노조 시행 이후 중노위는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안 했다는 이유로 쟁의행위 조정을 거부하기도 했고, 사용자는 이를 악용해 징계사유로 삼기도 했다. 대상판결 등은 이러한 경우 노조의 유리한 주장 근거가 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대상판결이 하급심 판결이므로 최종적으로 대법원 판결로 확정되기 전까지, 고용노동부와 노동위가 1사1노조에서 교섭요구사실 공고의무가 있다는 입장을 고수한다면, 실제 쟁의행위 조정신청을 진행할 때 거부당할 위험이 여전히 존재한다.

또한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했을 때 교섭대표노조 지위를 갖는지에 대해 해석상 이견이 존재하고, 이에 대한 대법원 판례가 없으므로, 노조 입장에서는 최선의 방법으로 1사1노조인 경우에도 사용자에게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요구할 필요가 있다는 현실적인 필요성이 존재한다.

요컨대, 대상판결은 ‘1사1노조에서 교섭요구사실 공고를 해야 하는지’에 대한 일단의 판단을 했다는 측면에서 의의가 있지만, 아직까지 이 쟁점에 대한 이견들이 존재하고 대법원 확정판결이 없으므로, 노조 상황에 따라 유리한 해석을 취해 주장할 필요가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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