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권
새로운사회를
여는연구원
부원장

어렵다. 우리들의 경제형편이 어렵게 된 지가 꽤 오래됐다. 분기별 실질성장률 기준으로 우리 경제가 3% 밑을 맴돌기 시작한 것이 2011년 가을부터이니 전에 겪어 보지 못한 체감적 불황을 느끼는 것이 당연하다. 올해 1분기 성장률도 1.5%였다. 수출과 내수의 동반침체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새 정부가 4·1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고 이어서 5·15 벤처 활성화 대책을 발표했지만 정책적 효과를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박근혜 정부가 취임 전과 달리 최근 제2의 한강의 기적이니, 경제부흥 등의 용어를 써 가면서 다시 성장률에 집착하려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대선 이후 큰 흐름은 양적인 성장률 자체보다는 내부의 불평등 개선이나 사회안전망, 일자리의 양과 질의 개선 등이다. 경제민주화와 보편복지, 일자리가 대선 주요 의제가 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당연히 박근혜 정부 역시 이명박 정부가 내놓았던 ‘747 공약’ 같은 성장률 목표를 내걸지는 않았다.

하지만 박근혜 정부가 공식적으로 수량적 목표를 내걸었던 것이 하나 있다. 바로 고용률 70%다. 지난 4일 시간제 일자리 확대 논란을 불러왔던 ‘고용률 70% 로드맵’까지 발표해 실행의지를 구체화했다. 고용 없는 성장의 시대에 외형적인 성장률에 집착하기보다는, 반대로 고용을 늘려 성장을 도모하겠다는 측면에서 보면 이명박 정부에 비해 진일보했다고 평가하는 데 인색할 필요는 없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몇 가지 짚어 볼 것이 있다. 첫째는 현재의 고용률 64.2%(2012년 말 기준)에서 집권 5년 동안 70%까지 무려 6%를 끌어올린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살펴보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으로 고용률 정의는 15~64세의 생산가능인구 대비 취업자수를 의미한다. 그런데 아직은 이들 인구가 매년 20만명씩 늘어난다. 이런 상황에서 고용률을 올리는 것은 고사하고 현재 수준을 유지하는 데에도 매년 12만개 정도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즉 매년 12만개의 일자리가 생겨야만 늘어나는 생산가능인구를 흡수하면서 고용률을 현재 수준으로 유지할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런데 순수하게 고용률을 1% 끌어올리려면 36만개 이상의 일자리가 필요하다. 15~64세 생산가능인구가 3천600만명에 이르기 때문이다. 만들어진 일자리가 일시적이면 소용이 없다. 고용률은 금방 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36만개 이상의 안정적이고 지속적인 일자리가 필요한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고용률 1%는 결코 작은 숫자가 아니고 이렇게 무거운 수치인 것이다.

그럼에도 정부는 1%도 무거운 고용률을 무려 6%나 올리겠다고 한다. 그래서 올해부터 매년 평균 47만6천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고 공약했다. 집권 기간 동안 총 238만개의 추가적인 일자리를 창출해 고용률 70%를 달성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다시 외형적인 양적인 일자리 개수 70%에 집착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생긴다.

물론 우리나라 고용률 64.2%는 OECD 평균에 미치지 못한다. 2012년 말 기준 OECD 평균은 65.1%이고 미국은 67.3%이며 일본은 70.9%이다. 특히 여성 고용률 등이 낮은 것을 감안하면 분명히 고용률을 올려야 한다.

하지만 고용률은 앞서 언급한 대로 갑자기 올라가거나 내려가는 것이 아니다. 정권이 두 번 바뀌던 지난 10년 동안 우리나라 고용률은 겨우 0.9% 올랐다. 같은 기간 미국은 100년 만의 대침체를 만났음에도 71.2%에서 67.1%로 5% 정도 떨어졌다. 일본은 2.3% 올랐고 네덜란드는 0.7% 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박근혜 정부는 단 5년 만에 고용률을 무려 6%나 끌어올리겠단다. 그랬으면 오죽 좋으련만 역사적 경험에 비춰 크게 현실성이 떨어져 보인다. 마치 이명박 정부의 ‘747공약’처럼.

두 번째 짚어 볼 대목이 있다. 최근 고용과 성장률이 따로 노는 현상을 주의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2% 저성장 국면은 2003년 카드대란 당시와 유사한 수준이다. 그런데 당시에는 일자리가 10만개 이상씩 줄어들었던 시기다. 통상 실질 경제성장률이 2% 밑으로 내려가면 일자리가 늘지 않고, 2% 이상 성장할 경우에도 1% 성장률이 올라갈 때 통상 5만개 정도씩 일자리가 늘었던 것이 지난 10년간 경험이었다.

그런 가운데 2010년 이후 과거와는 명확히 다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경기가 추락하는데도 일자리가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성장률이 6%가 넘었던 2010년에는 일자리가 30만개 늘었고, 성장률이 3분의 1 토막 났던 지난해에는 오히려 43만개가 넘는 추가적인 일자리가 만들어졌다. 다소 누그러졌지만 지금도 이런 추세는 계속되고 있다. 진짜 문제는 여기에 있다. 나쁜 일자리로 채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의 추세를 보건대 고용 문제에서 진짜 핵심은 일자리 개수가 아니라 ‘질’인 것 같다. 정부가 집중해야 할 대목도 여기다. 그 질을 개선하는 것 가운데 하나가 바로 최저임금 인상이다. 그런데 고용률 70% 로드맵을 거창하게 발표한 지금도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걱정이다.

새로운사회를여는연구원 부원장 (bkkim21kr@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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