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지난주부터 토요일 철탑 아래 주차장이 꽉 찼다. 오후 3시30분 어김없이 퇴근자들이 출입문을 썰물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10주 넘게 주말 휴식을 취하던 공장기계가 돌아가고 노동자들이 모두 출근했다. 울산공장 전체 주말특근이 재개됐다.

특근을 마지막까지 거부하던 금속노조 현대차지부 1공장사업부위원회가 지난 4일 특근재개를 결정한 다음날 현대차지부 근무형태변경추진위원회는 ‘주간연속 2교대 완성’이라는 유인물을 발행했다. 특근 합의가 마무리돼서 ‘완성’됐다는 현대차 주간연속 2교대를 긍정적으로 평가할 수 있을까.

지난 3월4일부터 주간연속 2교대가 시행되면서 하루 노동시간은 2.67시간 단축됐다. 그러나 반대조 지원이 어려운 특근운영을 합의하면서 개인적인 사정이 있어도 특근에서 빠지기 어렵게 됐다. 사실상 주5일 근무에서 주6일 근무로 바뀌었다. 1공장 기준으로 보면 평일 7.69%, 주말(휴일) 30% 이상 생산성을 올려 시간당 생산량을 17.8% 증가시켰다. 당연히 차량 한 대당 1인 노무비용도 9% 감소했다.<표1>

 

 
 
 

생산성은 향상됐는데 ‘물량을 보전하면 임금을 보전’하겠다는 회사측 약속은 이행되지 않았다. 오히려 휴게시간은 줄어들고 UPH(시간당 생산대수)는 높아졌으며 임금은 축소됐다.<표2>

노무생산비용을 제외한 물·전기 등 차량생산에 필요한 부대 생산비용도 줄었다. 사내하청노동자 통근버스 비용(비정규직 4만6천원, 정규직 2만4천600원)도 지원하지 않으니 현대차는 손해 본 게 하나도 없다. 또한 주간연속 2교대에 따른 여가생활이나 능력향상을 위한 프로그램도 없다. 현대차는 어떤 것도 투자하지 않았다.

반면 노동자는 심야노동 피로는 줄어들었을지 모르지만 새벽 출근으로 인한 스트레스와 인원충원 없는 UPH 상승으로 심각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도대체 주간연속 2교대로 노동자가 받은 긍정적 효과가 무엇인지 의심스럽다.

정부는 휴일근무를 연장근무에 포함하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법원도 휴일특근시 연장수당을 인정하는 판결을 하고 있다. 휴일근무를 줄이는 등 노동시간을 단축해 좋은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의 사회적 흐름은 이미 구체적인 제도개선으로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현대차 노사는 주 6일 근무로 고정될 수밖에 없는 휴일특근 방식에 합의했다. 법 위반을 노사가 함께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현대차는 한술 더 떠 노동자가 자율적으로 선택할 수 있는 휴일특근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자 생산손실이 났다며 호들갑을 떨었다. 이에 동조한 일부 언론은 ‘대기업 이기주의’ ‘슈퍼갑 노조’라고 현대차지부를 비판했다. 법정노동시간을 준수하고, 인간답게 살겠다는 현대차 노동자들은 중소기업을 망하게 하는 ‘배부른 돼지’라고 비난받았다. 근로기준법도 모르는 무식함의 발로였다.

이후 현대차의 강요로 현대차 노동자들은 매월 4회 특근, 주 6일 근무를 하게 됐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연평균 노동시간보다 700시간 이상, 한국 제조업 노동자보다 평균 400시간이 더 많은 최소 2천495시간 장시간 노동을 확보한 것이다. 52주로 단순계산하면 2천703시간에 이른다. 일을 많이 해서 높아진 임금 때문에 현대차 노동자는 귀족노동자 꼬리표를 떼지 못하고, 사회적 비난 대상이 될 것이다.

현대차 노동자는 왜 죽도록 일만 할까. 기형적인 임금체계 탓이다. 현대차와 언론은 기본급 비율이 50%를 넘지 않아, 연장근로와 휴일특근을 해야만 생활할 수 있는 임금체계에 대해서는 침묵한다.<표3>

그리고 휴일특근을 하지 않으면 동료 작업자의 노동 강도가 강화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특근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대해서는 보려하지 않는다. 또 주말에 무수히 많은 비숙련공 일용직 노동자가 투입돼 자동차 품질이 나빠지는 것도 눈감고 있다. 실제 지난주 1공장에는 30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가 투입됐다. 이들에게 당연히 실시해야할 안전교육은 제대로 진행하지 않았고, 안전장비 지급도 미비했다. 300여명의 일용직 노동자는 안전사고에 그대로 노출돼 일할 수밖에 없었다.

이러한 현실을 개선하지 않고 휴일특근을 밀어붙인다면 현대차는 장시간노동 기업이라는 비난과 품질저하·산업재해로 브랜드 이미지가 떨어져 경쟁력이 약화될 수밖에 없다. 결국 그 피해는 소비자와 현대차 노동자에게 돌아올 것이다.

주간연속 2교대를 제대로 완성하기 위해서는 생활임금 보전과 주 5일 40시간 노동이 이뤄져야 한다. 그러면 현대차는 부족한 생산은 어떻게 하냐고 반문할 것이다. 답은 간단하다. 부족한 생산량 만회를 위해 설비투자를 하고, 인력을 충원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노동시간 단축으로 양질의 일자리가 확보될 수 있다. 정부가 그렇게 외치고 있는 고용률 70% 달성을 위한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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