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재정부의 허가를 받은 가격조사 전문기관인 한국물가협회가 협회 창립기념식에서 줄을 제대로 서지 않았다는 이유로 노조간부와 조합원 32명을 중징계해 물의를 빚고 있다. 경영진의 불법횡령과 비자금 조성 문제를 둘러싸고 노조와 갈등을 겪고 있는 협회가 보복성 징계를 했다는 비난이 일고 있다.

공공운수노조 한국물가협회지부(지부장 윤성환)는 "지난달 20일 창립기념식에서 총무부장의 지시에 따라 부서장 뒤에 줄을 서지 않았다는 지시불이행을 근거로 지부장과 수석부지부장에게 정직 3개월, 조합원 30명에게 감봉 1개월의 징계를 내렸다"고 6일 밝혔다. 지부는 "명백한 노조 말살정책이며, 심각한 경영권 횡포"라며 "경영진의 비리와 세습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노조에 대한 보복성 징계"라고 주장했다.

지부는 최근 김철운 대표이사와 동생인 김철상 전 전무이사·김철각 전 부산경남 사무소장을 회삿돈 10억원을 횡령한 혐의로 서울남부지검에 고발했다.

지부는 경영세습 의혹도 제기했다. 김 대표이사가 자신의 아들을 임원으로 채용하기 위해 올해 3월 기획관리본부장 자리를 신설했다는 것이다. 물가협회는 올해 3월 기획관리본부장직을 신설하고 5월 기획관리본부장 공개채용에 나섰다.

윤성환 지부장은 "공개채용에 현 대표이사 아들이 응모해 면접을 봤고, 12일 임시총회에서 통과시킬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세습 반대투쟁을 벌이고 있다"고 밝혔다.

윤 지부장은 "이런 상황에서 부서장 뒤에 줄을 안 섰다는 이유로 지난달 22일 인사위원회를 열어 전체 조합원 45명 중 32명을 징계했다"며 "명백한 노조 죽이기에 다름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상급단체인 공공운수노조는 지난달 말 이상무 위원장 명의로 경영진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했다. 지부는 12일 임시총회에서 2세 특별채용을 강행할 것으로 보고 강력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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