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혜정 기자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합리적으로 개선하기 위해서는 시민·사회단체와 이해당사자·노조가 참여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왔다.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직접 지배구조에 참여해 투명성·자율성·책임성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다.

전순옥 민주당 의원과 공기업정책연대·공공노련 주최로 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 열린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문제와 개선방향' 정책토론회에서 김주일 한국기술교육대 교수는 "정부가 공공기관의 경영감시 기능을 정상화시키고 운영의 자율성을 보장하기 위해 2007년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공운법)을 제정했지만 자율성과 책임성 보장은 축소·후퇴했고, 방만경영은 여전히 논란이며, 임원인사는 낙하산 인사의 합법적 수단이 됐다"고 지적했다.

◇"공운위 구성 개혁 필요"=김 교수는 "예산·인사·조직·성과평가에 이르기까지 사실상 공공기관 운영의 전권을 가지고 있는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의 구성과 운영이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혁의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권을 가진 공운위의 독립성·대표성에 문제가 있다는 설명이다.

공공기관 운영의 큰 틀을 짜는 공운위의 독립성 문제는 그동안 노동계와 전문가들로부터 지속적으로 제기돼 온 사안이다. 공운위가 기획재정부에 속해 있다 보니 정부 입김이 강하게 작용하기 때문이다. 정부가 입안한 정책이 공운위에서 대부분 그대로 관철되고, 정부를 견제하기 위해 공운위 민간위원을 법조·경제·언론·학계·노동 등에서 추천하게 돼 있지만 노동계 인사가 위촉된 경우는 없다.

이들 모두가 기재부 장관 추천으로 대통령이 위촉하면서 민간위원 선임에서 자율성을 담보하기 어렵다. 기재부는 2008년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뒤 9명의 민간위원들 가운데 정권교체 이후 선임된 3명을 제외한 6명에게 일괄 사표를 요구하기도 했다.

김 교수는 "단기적으로는 공운위가 기재부로부터 독립해 공공기관 지배구조의 최고의결기관으로서 그 권한을 행사할 수 있도록 역할을 재정립해야 하고, 나아가 공운위를 대체하는 사회공공성강화위원회를 두고 여기에 노동자와 국민의 대표가 참여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김 교수의 지적에 대해 이호동 기재부 공공정책국 정책총괄국장은 "공운위에 노동계 인사가 참여하지 않고 있어 안타깝다"고 말했다. 이 국장은 "2007년 공운위 구성 당시 노동계에서 위촉받으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며 "가능하면 노동계 인사가 공운위에 참여할 수 있도록 적극 검토하고, 그 전에도 노동계의 많은 의견이 공운위에 전달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겉으로 보기에는 기재부에서 입안한 정책이 그대로 확정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공운위원들이 격론을 벌이는 과정에서 바뀌는 정책도 많다"고 해명했다.

◇'독일식 기업지배구조' 모델 제안도=이날 토론회에서는 공공기관 지배구조를 독일식으로 전환하자는 제안도 나왔다. 독일식 기업지배구조 모델을 제시한 홍헌호 시민경제사회연구소장에 따르면 독일은 이사회와 감사회라는 이원적 지배구조로 돌아가고 있다. 주주와 이사회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감사회의 영향력을 강화해 이사회를 견제·통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감사회는 이사들을 임명하고 해임하는 권한과 이사회의 주요 의사결정에 대한 동의권을 갖고 있다. 감사의 절반은 종업원들이, 나머지 절반은 주주들이 뽑도록 돼 있다. 홍 소장은 "독일식 기업지배구조 아이디어가 우리나라 공공기관에 도입된다면 파급력이 대단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홍 소장은 "우리나라도 공기업·공공기관의 공공성을 강화하려면 의사결정구조를 독일처럼 이해관계자 중심형으로 전환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 공기업 의사결정구조에 일반 국민의 참여를 대폭 늘리고, 이들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한 전문위원회 설치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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