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비정교수노조

2010년 조선대 시간강사 자살을 계기로 정부는 시간강사에게 교원신분을 부여하는 고등교육법 개정안(일명 강사법)을 2011년 12월 국회에서 통과시켰다. 그러나 개정안은 시간강사들의 반발로 2014년 1월로 시행이 유예됐다. 입법취지와 달리 대학이 전임확보율을 높이기 위해 전임교수 대신 전임강사를 채용하고, 강의수가 적은 시간강사를 퇴출시키는 등 법을 악용하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한국비정교수노조(위원장 정재호)가 지난달 고등교육법 개정안 폐기투쟁을 선언하고 나선 이유다.

정재호(55 ·사진) 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저녁 서울 용산 인근의 한 카페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개악된 강사법을 반드시 폐기하고 강사제도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 연구강의교수제를 입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간강사와 초빙·겸임·연구교수 등 모든 비정규 교수를 ‘연구강의교수’로 통합하고, 2년마다 평가를 거쳐 재계약을 진행해 고용불안을 해소하는 것이 골자다. 시급만 받고 있는 시간강사에게 기본급을 제공하고 공동연구실을 지원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정 위원장은 "더 이상 땜질식 처방으로는 비정규 교수의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실정"이라며 "시간강사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적용에서도 제외돼 있어 사회에서 아무런 보호를 받지 못하는 일용잡부와 다를 바 없다"고 토로했다.

노조에 따르면 대학들은 시간강사의 강의를 줄이고, 겸임교수나 석좌교수 등 교원에 배정하는 강의를 늘리고 있다. 고등교육법 개정안 시행에 대비해 구조조정에 나선 것이다. 교원확보율에 포함되지 않는 시간강사가 많을 경우 대학평가에서 낮은 점수를 받는다. 때문에 시간강사를 줄이고 교원에 포함되면서도 연봉은 적은 겸임·초빙교수의 채용을 늘리는 것이다.

정 위원장은 "강사법이 숨이 턱까지 차오른 시간강사들을 벼랑 끝 해고로 내몰고 있다"며 "당사자인 비정규 교수와 정부·국회가 나서 대학을 압박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교육부가 지난해 집계한 바에 따르면 전국 시간강사는 10만여명이다. 이들 중 56.3%가 1개 대학만 출강하고 있다. 주당 강의시간은 3~6시간이 64.3%로 가장 많았다. 3시간 미만 수업을 하는 시간강사도 17.1%나 됐다. 이들의 강의료는 시간당 평균 4만7천100원에 불과하다. 절반 이상의 시간강사들이 1천만원 안팎의 적은 수입에 의지하는 실정이다.

정 위원장은 "연구강의교수제 법안 제정을 위해 정부가 교육공공성 확보 차원에서 고등교육재정을 확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연구강의교수 인건비는 ‘고등교육재정교부금제도’를 도입해 충당하고 사립대 연구강의교수 인건비까지 지원하면 그만큼 등록금을 내리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소요재원은 사립대 재단적립금과 국립대 기성회계의 불합리한 부분 기금화, 기업 법인세 증세로 마련하자고 제안했다.

정 위원장은 "대안 마련을 위해 서남수 교육부장관을 비롯해 박근혜 정부 관련단체와 머리를 맞대고 논의할 것"이라며 "실력행사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반드시 강사법을 폐기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이어 "연구강의교수제 도입은 장기적으로 볼 때 대학의 교육공공성을 강화하는 효과적인 대안"이라며 "이제는 헐값을 받으며 연명하는 보따리 장사의 일방적인 희생으로 대학교육을 때우는 잘못된 구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정 위원장은 올해 1월 찬반투표로 치러진 18대 임원선거에서 88%의 찬성률로 당선됐다. 임기는 2015년 2월20일까지다. 정치학을 전공한 그는 97년부터 시강강사로 일해 왔다. 노조 조선대분회장과 노조 부위원장을 지냈다. 현재 조선대와 전남대에 출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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