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가 지난 31일 서울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카프병원 정상화 대책을 촉구했다. 배혜정 기자

국내 유일의 알코올 문제 전문연구기관인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가 운영하는 카프(KARF)병원이 한국주류산업협회의 병원운영비 지원 중단 조치로 지난달 31일 폐쇄됐다.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는 지난 2000년 알코올환자를 포함한 주류소비자 보호를 위해 주류업계 출연으로 설립됐다. 한국주류산업협회는 매년 50억원의 재단 운영 출연금 지급을 약속했다. 하지만 주류산업협회가 지난 2010년 10월부터 지원비 지급을 중단하면서 센터는 2년 넘게 파행 운영돼 왔다. 올해 1월부터는 직원들이 급여를 받지 못했고, 사업비가 고갈되면서 1월 말 카프병원의 여성병동이 문을 닫았다. 10여명의 환자가 남아있던 남성병동도 이날 결국 폐쇄됐다.

이에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카프병원 정상화와 알코올 치료공공성 확보를 위한 시민대책위는 병원이 문을 닫은 31일 오전 종로구 보건복지부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주류산업협회가 인건비 부담과 적자 발생을 이유로 2005년부터 치료 목적의 병원사업 중단을 종용해오다가 일방적으로 출연을 중단했다"며 "알코올 치료를 받던 환자들이 거리로 내몰렸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가 나서 카프병원을 공공기관으로 전환하고 알코올 문제 해결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대책위에 따르면 병원뿐만 아니라 재단이 운영해온 모든 알코올 예방·치료·재활사업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알코올 의존증 환자들이 치료 후 사회로 돌아갈 수 있게 돕는 사회복귀시설인 카프이용센터는 3개월째 전기세가 미납돼 단전·단수 위기에 처해있다. 이혜정 센터장은 "재활복귀시설은 국고지원을 통해 일부 운영비를 마련하고 있지만 국고보조는 필요한 재원의 반도 못 미쳐 정상적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카프이용센터에서 알코올 치료를 받고 있는 환자와 가족들이 직접 참여해 정부에 대책마련을 촉구하기도 했다. 카프이용센터에서 상담·재활치료를 받은 남편을 둔 이미경(가명·52)씨는 "가족과 기본적인 의사소통도 할 수 없었던 남편이 카프이용센터에서 1년간 집중 치료를 받은 뒤 회복됐다"며 "지금도 꾸준히 상담을 받으면서 사회생활에 적응하고 있는데 문을 닫을 지경이라고 하니 너무 걱정된다"고 말했다.

정철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분회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분회장은 "보건복지부는 관리·감독기관임에도 수년째 이어져온 한국음주문화연구센터의 파행적 운영을 수수방관했다"며 "이제부터라도 센터의 정상적 운영과 카프병원 정상화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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