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달서구의 한 민간 어린이집 원장이 퇴사한 교사들의 재취업을 막기 위해 블랙리스트를 작성하고 다른 어린이집 원장들과 공유한 사실이 드러나 파문이 일고 있다. 어린이집 보육교사 블랙리스트의 실체가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공공운수노조 대구경북지역지부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30일 오후 대구 달서구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들이 입수한 블랙리스트를 공개했다.

이 블랙리스트에는 "달서구 ○○어린이집에서 근무하던 보육교사가 평가인증을 앞두고 단체로 무단결근하고 퇴사한 건으로 인해 법적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며 "교사모집원에 피해가지 않도록 연합회에서 알려드리니 ○○어린이집에서 근무한 교사 채용시 연합회로 문의해 달라"고 나와 있다. 아울러 소송에 연루된 교사 5명의 인적사항과 '그 외 달서구에서 주의 요하는 교사' 2명의 이름이 적시돼 있다.

이 블랙리스트는 달서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가 이 지역 민간어린이집 원장들과 공유하는 전산시스템에 올려놓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공공운수노조와 우리복지시민연합은 이날 회견에서 "보육교사들은 인격적 모멸감 때문에 퇴사를 했지, 업무방해 등의 행위를 한 게 결코 아니다"고 밝혔다.

이들에 따르면 지난해 4월 ○○어린이집 원장은 어린이집 평가인증 준비를 위해 야근하는 보육교사들에게 며칠 전 자신의 딸이 소풍갈 때 쓴 김밥 재료를 쓰레기 종량제봉투에 담아 저녁식사로 내놓았다. 원장의 행태에 모멸감을 느낀 보육교사들이 퇴사를 하자 달서구 민간어린이집연합회는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유포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른 교사 중 1명은 이후 다른 어린이집 면접에서 네 차례 탈락 끝에 재취업했으나 블랙리스트 교사인 것이 확인돼 현재 권고사직을 강요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참가자들은 대구시와 달서구청에 블랙리스트 작성·공유한 원장들과 어린이집에 대한 법적·행정적 조치를 취할 것과 내부고발자 보호체계 구축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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