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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게도 임기의 반이 지났는데 아무것도 한 일이 없네요. 이제부터는 정말 일을 하고 싶습니다."

2011년 12월 선출돼 임기의 반환점을 돈 이인상(53·사진) 공공연맹 위원장은 "부끄럽다"는 말로 지나온 임기를 곱씹었다. 이 위원장에게 지난 1년은 고행의 시간이었다. 지난해 대선기간 지지후보 선언으로 촉발된 연맹 내부갈등은 결국 올해 3월 위원장 탄핵투표로 이어졌다. 탄핵이 부결되면서 한 고비는 넘었지만 조직 내부에서 풀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지난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연맹 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이 위원장은 "남은 임기 동안 사회적 약자를 위해 연맹 위원장이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수행해 평가받고 싶다"고 말했다.

- 내홍을 겪으면서 개인적으로나 조직적으로 힘든 시간을 보냈을 것 같다.

"단위노조나 소산별노조 위원장을 했을 때와는 달리 또 다른 정치적 리더십을 발휘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원칙을 중요하게 여겼는데 그 원칙이 너무 경직돼 있었다. 내 원칙 이전에 공공기관의 특수성과 상호 이해관계를 파악했어야 했다. 아집과 고집도 있었고, 앞뒤 안 보고 갔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힘들었다. 그러다 보니 임기의 절반이 한 일도 없이 ‘훅’ 지나갔다. 성찰의 기회를 갖는 시간이기도 했다. 남은 임기 동안 제대로 일하고 싶다."

- 탄핵을 제기한 공공연맹개혁실천연대는 위원장의 독단적 운영을 문제 삼았는데. 앞으로 조직운영은 어떻게 할 것인가.

"내 판단이 때로는 연맹에 이익을 주는 게 아니라 해를 줄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집단지도체제로 연맹 운영방식을 바꾸려고 한다. 부위원장단 회의에서 연맹의 현안을 풀어가자는 취지에서 지난 중앙위원회에서 부위원장을 10명 추가해 총 20여명으로 대폭 확대했다. '공공·노동정책 자문위원회'도 구성한다. 정부의 공공부문 대책에 정책적으로 대응할 것이다.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를 강화해 현안을 공조할 생각이다."

- 이달 28일 연맹 무기계약직 소분과모임을 진행하면서 임기 동안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해결에 집중하고 싶다고 말했는데. 

 "매일 '내가 왜 노동운동을 하고 있고, 왜 이 자리에 있는가'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진다. 적어도 공공연맹 위원장 자리에 있다면 사회적 의제가 사회적 약자들에게 가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그게 비정규직 문제다. 2007년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산업인력공단이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하려고 했다. 그런데 노조의 반대로 무기계약직이 아닌 정규직이 됐다. 무기계약직은 비정규직의 또 다른 계급이고 차별은 여전하다. 임금도 오르지 않고 승진에서도 불이익을 받는다. 정년만 연장했지, 정년 동안 착취하는 구조다. 그런 이유로 정부의 공공부문 비정규직 종합대책인 무기계약직으로의 전환에 반대하는 것이다.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든가, 공무직처럼 별도의 직군을 만들어야 한다. 이를 위해 노력하고 싶다."

 - 정부가 고용률 70%를 달성하기 위해 공공부문 시간제 일자리 확대에 주력하고 있다.

"시간제 일자리는 필연적으로 비정규직을 양산할 수밖에 없다. 시간제 일자리가 정착이 되려면 지금처럼 최저임금 수준의 임금체계로는 절대 안된다. 공공부문부터 적게 일하고도 생활할 수 있는 생활임금을 보장해야 한다. 그럼에도 정부는 노동계가 요구하는 생활임금에 대해서는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시간제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얘기는 박근혜 대통령의 경제민주화 공약에 역행하는 것이다."

- 공공부문 현안이 많은 반면에 노동계의 대정부 교섭력은 약하다. 해법이 있다면.

"한국노총·민주노총·국민노총 모두 현장과 상층부의 괴리가 크다. 이를 타파하기 위해 조직률을 시급하게 올려야 한다. 공공부문도 마찬가지다. 사회적 의제를 끌어갈 수 있는 힘이 없다. 지금 상태로는 정부에 끌려 갈 수밖에 없다. 작게는 공공연맹과 공공노련, 크게는 공공부문 전체가 대통합해야 한다. 아직 통합의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면 단계적으로 양대 노총 공공부문노조 공대위 활동을 통해 통합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 가야 한다. 대산별의 힘으로 정부와 교섭해야 한다. 그걸 위해서라면 제 자리는 언제든지 내놓을 준비가 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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