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경상남도 도지사가 끝내 진주의료원에 사망선고를 내렸다. 103년 역사의 진주의료원은 지난 29일 폐업을 발표했다. 스스로 문을 닫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폐업은 곧 영업 중단을 의미한다. 물론 폐업이 법인 해산까지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경상남도 의회에 상정된 진주의료원 해산 조례 개정안의 통과여부에 따라 좌우된다. 해산 조례가 통과돼야 진주의료원이 없어진다는 얘기다. 경상남도 의회는 다음달 11일부터 임시회를 열어 조례 개정안을 처리한다. 진주의료원이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지기까지 앞으로 보름 정도 남았다.

진주의료원의 폐업은 홍 도지사의 정치적 선택이자 소신이다. 그의 선택은 이제 경상남도에 국한될 것 같지 않다. 진주의료원 폐업은 다른 지방의료원에 미치는 영향이 막대하다. 대부분의 지방의료원이 적자상태다. 홍 도지사의 논리대로 라면 문 닫아야 할 지방의료원이 많다. 다른 지방자치단체들은 선택을 강요받게 된 셈이다.

홍 도지사는 “진주의료원의 누적부채 279억원은 공공의료가 아니라 노조의 기득권 유지에 들어간 돈”이라며 “선출직인 제가 표를 의식한다면 모른 척 지나가면 될 일이지만 이는 공직자의 도리가 아니다”고 폐업 결정 이유를 밝혔다.

보건의료노조와 의료단체는 물론 보건복지부까지 "적자를 이유로 지방의료원을 폐업한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민간병원 의료수가에 비해 지방의료원은 70% 정도의 수가를 적용한다. 때문에 지방의료원의 적자는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공공의료를 위한 ‘착한 적자’라는 얘기가 나오는 이유다. 국민들의 건강권을 위해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적자를 감수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홍 도지사는 이를 외면했다. 되레 적자의 원인으로 노조를 탓했다. 하지만 이를 납득하는 이들은 거의 없다. 6년간 임금을 동결했고, 8개월째 체불된 노조원에게 강성노조의 굴레를 씌우는 홍 도지사의 말을 신뢰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홍 도지사는 "노조가 제대로 된 정상화 방안을 내놓지 않았다"고 했지만 이는 적반하장임이 드러났다. 진주의료원은 지난달 12일 이사회를 열어 이미 폐업 결정을 했다. 경상남도 의회가 두 달간 대화를 하라고 했으나 홍 도지사는 폐업 결정을 해놓고 시간만 끈 것이다.

진주의료원의 적자가 그리 심각한 것이 아니라는 지적도 나온다. 김용익 민주당 의원은 홍 도지사가 "거짓말을 하고 있다"고 성토한다. 김 의원은 “지난해 60억 적자 중 신축이전 원리금(18억원), 감가상각액(33억원), 퇴직금 대비 설정액(15억원)은 장부상 처리되는 것”이라며 “홍 도지사가 적자액수를 부풀리고 있다”고 비판한다.

그렇다면 진주의료원 폐업의 논리가 허술함에도 홍 도지사가 강행하는 배경은 무엇일까. 홍 도지사가 진주의료원 부지를 판 돈으로 경상남도 부채를 줄이려 한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홍 도지사는 1조3천488억원에 달하는 경상남도 부채를 절반으로 줄이겠다고 약속했다. 현재 진주의료원의 매각이익은 약 8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혁신도시가 완성되면 자산가치가 더 뛸 것이라는 분석이다. 경상남도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발표한 만큼 이 계획의 전제조건은 마련된 셈이다. 경상남도의 부채는 분명 줄여야 한다. 하지만 도민의 건강권과 맞바꾸겠다는 발상은 매우 위험하다.

홍 도지사의 폐업 발표는 진주의료원 사태의 끝이 아니라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는 것을 의미한다. 국회는 이미 진주의료원 정상화 촉구 결의안을 낸 바 있다. 홍 도지사는 이를 무시하고 폐업 결정을 내렸다. 그렇다면 국회도 나름의 선택을 해야 한다. 여야라는 진영을 떠나 홍 도지사의 선택에 대한 찬반 여부를 분명히 표시할 때라는 얘기다. 경상남도 의회도 마찬가지다. 공공병원인 지방의료원을 유지할 것이냐 아니면 폐업사태 확산을 지켜볼 것이냐를 선택해야 할 시점이다.

정부 또한 더 이상 책임회피를 하지 말아야 한다. 보건복지부 장관의 업무개시명령제도가 있음에도 있으나마나한 조항으로 전락시키지 말아야 한다. 실정법상 어렵다며 발을 빼지 말라는 것이다. 보건복지부가 어렵다면 박근혜 대통령이라도 나서야 한다. “도민의 뜻에 따라야 한다”는 애매한 말만 해서는 안 된다. 박근혜 대통령이나 복지부가 이 문제를 계속 회피한다면 홍 도지사의 선택에 암묵적으로 동의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주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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