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금융위원회가 우리금융지주 민영화와 관련해 해당 노조를 만났다. 금융노조 우리은행지부가 면담을 요구하는 공문을 보낸 게 올해 2월15일이니 성사까지 꼬박 3개월 보름이 걸린 셈이다. 30일 오후 성사된 면담은 50여분 진행됐다. 금융위에서는 정찬우 부위원장이 나왔고 노조에서는 임혁 우리은행지부 위원장과 박재노 경남은행지부 위원장·이상채 광주은행지부 위원장이 참석했다.

신제윤 금융위원장이 6월 말에 민영화 로드맵을 내놓겠다고 공언했지만 각종 설이 ‘관계자’라는 가면을 쓰고 사실인 것처럼 여과 없이 언론에 등장하고 있다. 오늘은 분리매각, 내일은 일괄매각, 또 다른 날에는 메가뱅크 방식이 거론되다 뒤집어지다 한다. 시소가 따로 없다. 언론에 슬쩍슬쩍 흘리며 간을 보는 것 아닌지 의심이 들기도 한다. 이래서는 “금융은 신뢰를 먹고사는 산업”이라며 이달 13일 간부회의에서 목소리를 높였던 신제윤 위원장도 머쓱하게 됐다. 금융당국이 금융기관의 신뢰를 잃게 만드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할 판이니 말이다.

이날 면담은 그래서 늦었지만 한편에서는 다행이 아닐 수 없다. 당사자들의 목소리를 듣지도 않고 태스크포스(TF)에서 일방적으로 로드맵을 내놓았다는 비판을 완화할 소재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노조는 면담에서 이런 만남을 자주 가져야 한다고 요구했지만 정찬우 부위원장은 로드맵이 나온 뒤에 만나자는 취지의 주장을 폈다고 한다.

일회성 만남으로 끝내겠다는 말이 아닌지 우려된다. 노조는 면담에서 지방은행의 기능을 살릴 수 있는 분리매각 방안과 경쟁입찰이나 블록딜 방식의 매각을 제안했다. 물론 반영할지 말지는 전적으로 금융위 소관이다. 그 흔한 공청회 개최계획도 없으니 앞으로 의견수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시민단체가 박근혜 대통령의 100일을 평가하면서 "독선의 리더십"이라는 독설을 날렸는데, 금융부문에서도 같은 상황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이날 감사원이 우리금융에 대한 특정감사 결과를 발표한 것도 밀어붙이기의 일환이 아닐까 의심된다. 부도덕한 집단으로 몰아 여론전에서 미리 힘을 빼려는 의도가 뻔히 보이기 때문이다. 소통은 상대를 인정하고 대우해야 이뤄진다. 더군다나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도부는 대선 기간에 이해관계자 자본주의를 언급하지 않았나. 성공적인 우리금융 민영화를 위해 당국이 노조와 담대하게 소통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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