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건설노조

“대우건설은 지난 40년 동안 여러 부침을 겪으면서도 기필코 지켜왔던 한 가지 전통이 있어요. 바로 사원으로 입사한 직원을 최고경영자에 앉힌다는 거예요. 최대주주가 공기업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이런 전통이 무너지는 것을 결코 지켜만 보지 않을 겁니다.”

박성일(45·사진) 대우건설노조 위원장은 요즘 어깨가 무겁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지난 4월 홍기택 중앙대 교수(경제학과)가 대우건설의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장(KDB금융그룹 회장 겸임)으로 임명됐기 때문이다. 홍기택 회장은 금융현장 경험이 없는 비전문가 출신으로 금융노조 등으로부터 낙하산 논란을 샀다. 회장이 이런 식으로 바뀌자 대우건설에까지 낙하산이 내려올 것이란 소문이 파다하다. 여기에 지난 24일 임기를 6개월 앞둔 서종욱 대우건설 대표이사가 건강상의 이유로 사퇴의사를 밝히자 의혹은 더욱 증폭되고 있는 상황이다.

박 위원장은 지난 28일 서울시 신문로 대우건설 본사 노조사무실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어쩌면 회사 설립 이후 처음으로 낙하산이 내려올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다"면서도 "낙하산 시도가 공식화될 경우 모든 수단과 방법을 동원해 이를 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인 바뀌어도 40년 동안 낙하산 한 번 없어

사원에서부터 시작한 직원이 대우건설에서 최고 높은 자리에 올라가는 것은 대우그룹 시절부터 이어 온 오랜 전통이다. 이는 99년 대우그룹 해체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와 금호그룹을 거치는 동안에도 변치 않는 원칙이었다.

“대우건설이 여러 번 주인이 바뀌면서도 모두 인정했던 것이 대우건설 출신을 사장으로 앉히는 거였어요. 박세흠 전 사장이나 박찬규 전 사장도 대우건설 출신으로 인수한 기업 역시 이런 기업문화를 반영해 자사 출신을 내려 보내지 않았습니다. 이런 회사는 거의 없지요.”

하지만 올 초부터 직원들 사이에서 이처럼 자랑할 만한 기업문화에 흠집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떠돌고 있다.

공기업일수록 정권의 영향을 많이 받는데 최근 낙하산으로 평가되는 홍기택 회장이 임명되면서 대우건설도 영향을 받지 않겠냐는 것이다.

박 위원장은 “구체적으로 거론할 수 없지만 현 사장이 사임도 하기 전부터 우후죽순 격으로 여러 사람들이 정치권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며 “여기엔 대우건설 출신이지만 현재 회사를 떠난 외부인들도 상당하다”고 말했다.

인재사관학교의 자존심 지킬 것

박 위원장이 낙하산 인사에 반발하는 이유는 내부 인사여야 통솔력을 갖고 효율적인 경영을 해 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직원들 모두가 국내 최고의 건설회사에서 일한다는 자부심을 갖고 있습니다. 외부에서 비전문가가 온다면 과연 조직을 이끌어 갈수 있을까 의심스럽습니다. 대우건설은 인재 사관학교로 불립니다. 금호건설·대우건설해양 등 여러 건설회사에 사원시절부터 대우건설에서 커온 사람들이 가 있는데요.”

KDB산업은행은 최근 사외이사 4명과 내부인사 2명으로 사장추천위원회를 구성했다. 다음 달부터 후보자 공개모집에 들어간다. 같은달 22일 임시이사회와 7월 중순 열리는 주주총회를 거치면 대우건설의 신임 사장 인선 절차가 마무리된다.

후보자 공모가 시작되면 노조활동도 덩달아 바빠질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후보자의 면면을 살펴보는 자체 검증에 나설 예정이다.

“건설 비전문가와 타 건설사 출신은 절대 불가입니다. 대우건설 출신이라도 회사를 나갔던 사람들은 내부 선순환 차원에서라도 다시 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이 모든 것들에 부합하더라도 도덕적으로 문제가 있는 후보라면 단호하게 대처해 나갈 것입니다.”

박 위원장은 건설경기가 전체적인 침체기에 빠져 있는 만큼 진취적인 경영능력을 신임 사장의 최대 덕목으로 봤다.

“과거 대우건설은 리비아나 나이지리아 등 몇몇 나라를 텃밭으로 먹을거리를 챙겨 왔는데요. 이를 확장하는 시장 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입니다. 주택에서 플랜트로 포트폴리오가 변화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한 민첩한 대응도 필요하고요. 대우건설의 전통과 역사를 지키면서 시장변화에도 순발력 있게 대처할 수 있는 신임 사장이 임명되도록 할 겁니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