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한은행지부

“취임 100일요? 평가하기에는 너무 짧은 기간인데요. 현장에서는 기대가 크죠. 많은 것이 변화하길 바라고 있고요. 현장의 목소리를 듣는 데 치중했어요. 지금은 직급별 비전을 마련한다든지 일하는 방식이나 평가방식에 대한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하반기부터는 하나씩 실천에 옮길 수 있을 겁니다.”

유주선(47·사진) 금융노조 신한은행지부 위원장에게서 자신감이 엿보였다. 원하는 것이 분명했고, 하나씩 달성하고 있다는 자신감이다. 이달부터 시행된 근무시간 정상화가 그랬고 요새 막판 교섭을 벌이고 있는 1분기 노사협의회도 그랬다. <매일노동뉴스>가 29일 오후 서울 중구 신한은행 본점에서 유 위원장을 만나 취임 100일 동안 무슨 일이 있었는지 들었다.

- 취임한 지 100일이 됐다. 소감을 말씀해 달라.

"지난 2월14일에 취임했으니 100일이 막 지났다. 현장활동에 치중했다. 어떤 생각을 갖고 향후 조합활동을 할 것인지 설명도 하고, (조합원들의) 어려운 점도 들었다. 일부 부서를 빼고 전국적으로 지역별 간담회를 모두 마쳤다."

- 노사협의회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1분기 노사협의회를 4월부터 진행했고, 지금은 막후교섭 중이다. 가장 역점을 두는 협상 안건은 직급별로 비전을 세우는 것이다. 행원부터 지점장까지,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 직원들까지 직급별로 요구사항이 다르다. 그런 요구사항과 반드시 개선할 사항을 추려 내서 노사가 공동으로 직급별 비전을 찾는 노사대책기구를 구성하자는 안건을 제안했다. 노사협의회 1호 안건이다.

노사대책기구를 6개월 정도 운영하면서 직원들에게 비전과 동기를 부여하는 방안을 찾을 생각이다. 그게 성공하면 현장에서 문제라고 생각했던 많은 부분을 노사가 함께 고민해서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직원들의 비전을 세우면 은행 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믿는다."

- 직급별로 다른 비전을 제시한다는 말이 추상적으로 들린다. 자세하게 설명해 달라.

"비정규직 직원의 경우는 정규직 전환에 대한 요구가 강하다. 대리급 이하 젊은 직원은 훌륭한 역량을 갖고 입사했기 때문에 경력관리와 역량 강화에 대한 욕구가 크다. 차장급 이상이라든지 지점장·부지점장은 고용안정 욕구가 강하다. 획일적으로 한두 가지 방안을 제시한다고 해서 해결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직급에 맞는 요구안을 도출해서 개선할 것은 개선하자는 취지다. 직급을 떠나 공통의 해결과제도 있다. 은행원들이 과당경쟁 속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은행산업 서비스에 대한 각종 규제·감독에다, 민원예방 활동이 더해지면서 은행원에게 요구되는 업무가 대폭 늘었다. 최근에는 은행원이 보험상품이나 펀드 등 상품을 팔기 때문에 고객에게 징구해야 하는 약정서나 서류가 많아지면서 직원들의 노동강도가 과거와 차원이 다르게 세졌다. 직원들에 대한 보호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다. 금융소비자 보호도 당연한 과제다. 다만 그 과정에서 직원들에게 과도한 서비스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 금융노조와 노동계 차원에서 서비스 업종에 근무하는 직원들의 스트레스를 해소할 수 있는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 근무시간 정상화가 5월부터 시행됐는데. 어떤 내용인가.

"지난해 금융노조 산별 임단협에서 합의했듯이 은행원들도 오후 7시 이전에 퇴근할 수 있어야 한다. 더 이상 장시간 노동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금융환경·업무시스템·업무환경이 선진화됐다. 5월부터 영업점 평가에서 근무시간 정상화를 3% 반영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긍정적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여기에 현장의 과도한 성과문화를 완화한다면 금융권에서도 장시간 노동 문제를 상당 부분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인력이 부족한 영업점의 경우 인력충원 문제를 논의하고 있다."

- 임기 중 어떤 일을 하고 싶은가.

"바뀌어야 할 것은 반드시 바꾸는 집행부가 되겠다고 약속했다. 은행원의 일하는 방식을 바꿀 생각이다. 대부분 은행들이 영업점 상담창구에 매진하는 영업을 하고 있는데 과연 과거와 같이 일하는 방식이 효율적인지 근본적으로 돌아봐야 한다. 인력을 충원해서 창구 중심의 1선 영업체제를 다양한 영업체제로 바꿔야 장시간 노동 문제도 풀린다. 은행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성과문화도 바꿔야 한다. 성과문화가 없을 수는 없지만 방식에 대해서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 상대평가 중심의 평가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1등과 꼴찌가 존재할 수밖에 없다 보니 과도한 성과문화가 창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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