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김호진 노동부장관은 한 일간신문에 `민주주의와 시위문화'라는 글을기고했다. 내용은 “시위에서 화염병이 난무하고 있다는 것은 뭔가 잘못돼도 크게잘못된 일”이며, “폭력시위는 국가의 대외신인도를 떨어뜨리고 경제를 위기의수렁으로 몰고 갈 우려가 있다”는 것이었다.

물론 김 장관은 “노동자의 절박한 처지는… 가슴아픈 일”이며 “힘들게살아가는 사람들의 분노를 이해 못하는 것은 아니다”라는 전제를 달았다. 그러나정작 그의 글에는 올들어 외국인 투자와 관광수입이 얼마나 줄었나를 보여주는사례와 숫자들만 가득 나열돼 있었다.

이 글이 실리기 이틀 전 대우차 노동자들은 법원의 결정에 따라 인천 부평공장노조사무실에 들어가려다 경찰의 방패와 곤봉에 얻어맞아 수십명이 다치고입원했다. 그의 기고문이 나온 날에도 노동계와 인권단체, 변호사계가 한 목소리로경찰의 사과와 책임자 처벌을 요구하고 있었다.

김 장관은 최근 `신노사문화'를 잘 실천하는 무분규 사업장인 서울지하철, 경기고속, 후지제록스 등을 찾아 격려했다. 또 노동자들의 지역감정 타파를 위해`동서한마음행사'에 참여하기도 했다.

그러나 김 장관은 그에 앞서 한국통신 계약직, 멀티데이터시스템 등 장기 파업사업장을 먼저 찾아야 하지 않았을까. 또 부평에 가서 해고되고 경찰에 얻어맞아입원한 대우차 노동자들을 만나 그들의 `절박한 처지'와 `분노'를 들어보는모습이라도 보여야 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 노동현장의 목소리다. 그가 경제부처장관이 아니라 노동부 장관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 안에서 구조조정이나, 대우차 문제, 공권력 투입 등에 대한 주요결정에 노동부장관의 목소리가 제대로 실리지 못하는 현실을 모르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바로 이런 현실을 극복하기 위해서라도 노동부 장관은 노동현장에서고통받는 노동자들을 만나고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는 게 노동계의시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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