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영 기자

"최근 석 달 새 전국타워크레인설·해체노조 조합원 4명과 팀장 1명이 숨졌어요. 3주일에 한 번꼴로 부고가 오니까 살아 있는 조합원들도 사고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있어요."

15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노총회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난 권오성(56·사진) 타워크레인설·해체노조 위원장의 말이다. 권 위원장을 비롯한 타워크레인 설·해체 노동자들은 하루종일 공중에 매달려 일한다. 고소공포증 정도는 우습게 여기는 노동자들이다.

그런데 이들이 공포에 떨고 있다. 언제 어디서 사고가 터질지 몰라 쇳덩이가 부딪치는 소리만 나도 몸서리를 친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일까. 권 위원장에게 물었다.

"전국에 타워크레인 임대업체가 130여개 있어요. 업체들은 전문시공사들과 타워크레인 임대계약을 체결합니다. 그러면 일명 오야지(팀장)외 다섯 명 정도로 구성된 설치·해체팀이 터파기가 끝난 공사현장에 가서 타워크레인을 세워요. 60미터 높이의 전격중량(타워크레인이 들 수 있는 무게) 12톤짜리 타워크레인을 세우는 데 며칠이나 걸릴 것 같아요?"

오히려 권 위원장이 되묻는다. 유럽이나 일본 등 외국에서는 최소 일주일에서 보름이 걸리는 타워크레인 설치작업이 우리나라에서는 보통 이틀, 길어도 사흘이면 끝난다.

"외국에서는 수평시스템을 설치해서 타워크레인 높이가 올라갈 때마다 수평과 수직을 딱딱 맞춥니다. 그런 뒤에 다음 작업을 합니다. 조금이라도 오차가 생기면 아예 기반부를 들어내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육안으로 보고 수평을 맞춰요. 0.1밀리미터 단위 내에서 오차를 조정해야 하는데 1밀리미터 이상 차이가 나면 임시철판을 넣어 수평과 수직을 맞춥니다. 당연히 위험하지요."

그뿐이 아니다. 40~60미터 높이에서 이뤄지는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작업을 야간에도 심심치 않게 한다. 일요일 근무는 기본이다. 공기가 촉박해 작업을 서두를 때면 악천후에도 작업을 강행한다. 그러니 크레인이 무너지고 꺾이는 것이다.

게다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작업은 국가공인 자격증이 없다. 안전보건공단에서 기본교육을 수료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산업안전의 사각지대 중에서도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셈이다. 권 위원장은 "타워크레인 설치·해체 작업자는 초위험직군이라는 이유로 상해보험도 가입하지 못한다"며 "더 이상 노동자들이 죽고 다치는 일이 없도록 정부와 사용자단체가 안전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정된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라 올해 7월부터는 건설현장에 타워크레인을 설치할 때 붕괴 등의 위험을 막기 위해 벽체에 고정시켜 설치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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