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해고자 복직을 요구하며 쌍용자동차 평택공장 앞 철탑에서 농성을 벌이던 해고자들이 171일 만에 땅으로 내려왔다. 농성자들의 건강이 심각할 정도로 악화된 탓이다.

한상균 전 금속노조 쌍용차지부장과 복기성 쌍용차비정규직지회 수석부지회장은 9일 철탑에서 내려오면서 “죄송하다”면서도 “투쟁을 멈추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들은 조건 없는 대화를 제의했다. 이제는 회사가 적극 대화에 나설 차례라는 것이다. 쌍용차지부는 이에 앞서 지난달 25일 정부과천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가 노사대화를 위해 적극 중재에 나설 것을 촉구한 바 있다.

이같이 쌍용차지부의 조건 없는 대화제의에 이어 철탑농성이 중단되면서 새롭게 협상 국면이 열릴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 대선에서 국정조사를 약속했던 정치권도 쌍용차 사태 해결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새로운 분기점을 맞게 된 쌍용차 사태의 해법은 뭘까.

산별노조·기업노조·회사가 교섭해야

곽상신
워크인연구소
연구위원
 
두 해고자의 철탑 농성은 무급휴직자 문제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본다. 비록 정리해고자 복직 문제를 풀지 못한 점이 아쉽기는 하다.

철탑농성으로 얻을 수 있는 교훈은 정치권이 아니라 회사와 기업노조가 해고자 복직 문제의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이다. 결국은 금속노조 쌍용차지부는 회사와 기업노조를 상대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풀어야 할 것으로 본다. 문제는 철탑농성이 끝나면서 지부의 교섭력이 약해졌다는 점이다. 지부가 교섭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그리고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와 기업노조가 해고자 복직 문제를 긍정적인 태도로 검토하기를 기대한다. 지금까지 회사와 기업노조는 경영정상화를 위해 노력했고, 지금은 그 성과가 나타나고 있다. 게다가 내년 하반기에 신차가 출시될 경우 고용 여력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렇게 본다는 회사와 기업노조, 그리고 지부는 내년 하반기를 기점으로 고용여력이 발생할 때 해고자 우선고용을 가능하게 하는 방안에 대해 협의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철탑 농성이 쌍용차의 미래를 위해 모두가 승자가 되는 방안을 찾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회사·정치권이 대화요구에 답할 차례다

오민규
쌍용차 범대위
정책담당
 
그동안 회사와 정치권은 철탑농성을 핑계대면서 쌍용차지부와 대화를 하지 못한다고 주장해 왔다. 이제 그 조건이 사라졌으니 회사와 정치권이 답할 차례다.

비록 17명이 아직 현장배치를 받지 못했지만 지난달 무급휴직 복직자들이 쌍용차 공장에 성공적으로 복귀했다. 이젠 정리해고자 문제만 남았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고 있다.

농성을 중단한 만큼 사회의 수많은 시선이 정리해고 문제 해법에 쏠릴 것이다. 이 문제가 단순히 쌍용차만의 문제가 아니라면 농성중단이 문제 해결을 위한 첫 출발점이 되도록 해야 한다.

최근 을에 대한 갑의 횡포가 사회적 이슈다. 남양유업 논란이나 CJ대한통운 노동자들의 운송거부 등 모두 을의 민생문제가 핵심이다. 정리해고 역시 반드시 해결해야 할 민생문제라는 것을 정부와 정치권은 명심해야 한다.

조만간 쌍용차와 기업노조가 임단협을 시작할 것이다. 마힌드라와 쌍용차는 현장 노동자들이 가진 불안감을 해소해야 한다. 회사는 마힌드라의 기술먹튀, 회사 발전전망 부재에 대해 진정한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쌍용차, 전략적으로 해고자 문제 해결해야

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171일 동안 철탑농성을 벌였는데 사실 아무것도 해결된 것이 없어서 안타깝다.

일단 쌍용차가 마힌드라 인수 이후에 아직까지 '제2의 먹튀' 의혹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2009년 사태가 재발되는 걸 막기 위해 산업적으로 기술이전에 관한 규제에 대해 신경을 써야 한다. 해고자 복직 문제도 선행돼야 한다. 현재 쌍용차 생산공장이 돌아가는 상황만 보면 워낙 노동강도를 높여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해고자들이 당장 복직을 해도 크게 문제가 안 되는 구조라고 본다.

오히려 현재 쌍용차의 문제는 낮은 신뢰도다. 소비자들은 물론이거니와 부품사들과도 낮아진 신뢰도 때문에 거래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가 큰 것으로 알고 있다. 부품도 더 비싸게 사와야 하고, 장기계약도 현금결제를 바로바로 해야 할 정도로 신용도가 낮다.

소비자들 입장에서도 쌍용차의 이미지도 먹튀, 정리해고, 자살 같은 '핏빛 자동차'란 이미지가 강하다.

땅바닥으로 추락한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쌍용차는 전략적으로 해고자 문제를 해결하고 새 출발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고공농성이 끝났다고 해서 사태가 끝났다고 보면 오판이다. 정부와 쌍용차는 철탑농성이 끝난 것을 계기로 전향적인 행동들을 해야 한다.

국정조사는 여전히 유효한 요구다

권영국 변호사
(민변 노동위원장)
 
쌍용차 철탑 농성은 국정조사 실시를 위한 것이었다. 쌍용차에서 발생한 정리해고의 실체를 밝히는 것에는 여러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가장 구속력 있고 공신력 있는 수단을 국정조사로 본 것이다. 국민들의 지지와 동의가 이어졌고 결국 농성 중간인 지난 대선 시기 국정조사를 하겠다는 정치권의 약속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결국 지켜지지 않았다. 결국 새누리당과 박근혜 대통령이 약속을 뒤집으면서 국정조사가 실시되면 철탑에서 내려오려던 노동자들의 투쟁을 무위로 돌렸다. 쌍용차 사건으로 징계해고 보다 훨씬 쉬운 것이 정리해고라는 점이 드러났다. 이 문제를 해결하지 않는다면 대한민국 땅에서 그 누구도 정리해고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특히 쌍용차에서의 정리해고 문제는 그 근거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상하이차가 쌍용차의 기술을 빼돌리고 철수할 명분을 찾기 위해 정리해고를 시도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한 진상을 규명하지 않는 이상 쌍용차 문제는 해결되지 못할 것이다. 한상균 전 쌍용차지부장이 철탑에서 내려와 투쟁을 계속하겠다고 한 것은 시혜적인 차원에서 복직을 요구하는 것이 아닌 반드시 진실을 규명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비록 철탑 농성은 멈췄지만 정치권이 국정조사를 약속한 시점과 비교해 보면 주위 환경에서 달라진 것은 없다. 그런 점에서 국정조사는 여전히 유효한 요구다. 계속 거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제는 복직문제도 진지하게 논의돼야 한다.

정부·정치권·기업, 약속만 지켰어도

정명기
한남대 교수
(중국통상학과)
 

정치권이 지난해 약속한대로 쌍용차 국정조사를 진행하면 되는 것 아닌가. 그 외에는 방법이 없다. 여야는 국정조사 실시와 정리해고자 복직을 주장하며 쌍용차 사태해결을 위한 만든 여야협의체에서는 아무런 행동도 하지 않았다. 정치권에서도 문제 해결을 위한 액션을 취했어야 한다.

쌍용차는 얼마 전 주야 2교대 근무를 시작했다. 그만큼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남은 사람들을 복직시켜야 한다. 기업도 스스로 노사관계를 풀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남은 과제들이 있다. 그동안 쌍용차 사태를 통해 사회적으로 해고가 살인이라는 것을 증명했다. 사회안전망이 약한 한국사회에서는 해고가 더욱 심각한 결과를 낳는 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런데 앞으로도 구조조정이나 대량해고가 발생할 수 있다. 해고됐을 때 재취업 문제를 어떻게 할 것인지, 출구 전략을 사회적으로 어떻게 만들 것인지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투쟁하자”, “복직시켜라” 이런 슬로건도 중요하지만 현실적으로 해고된 사람들의 살 길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시작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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