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두어 번 흔들리던 저 손은 대체 어딜 향했던가. 아무도 남지 않은 철탑에 어떤 그리움 남았나. 어느새 정들었나. 듣기로 동굴에 들어 쑥과 마늘을 먹으며 삼칠일을 버틴 곰은 사람이 됐다던데, 오늘 보건대 철탑에 올라 171일을 버틴 사람은 무얼 이뤘나. 응답 없는 세상 한구석 삐죽 솟은 철탑이 그저 앙상하다. 국정조사라고 적었던가, 거기 매단 현수막 바람을 이기는 동안 누군가는 죽어 갔고, 또 살았다고 농성자 머리칼은 사자 갈기처럼 자라났다. 약속은 희미했고, 황량한 들판 속 철탑은 커다란 나무와 다를 바 없어 풍경에 속했다. 그러니 일백하고도 칠십여일은 곰과 사자 따위 누비는 약육강식의 시간이었다. 그래도 품어 준 곳이라고, 응답할 리 없는 철탑을 향해 손 흔들며 저기 사람이 내려온다. 구름 짙어 투둑 툭 비가 따라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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