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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부산경남경마공원] 경마장도 '갑을 관계' … 고통 받는 마필관리사들은수미 민주당 의원 마필관리사 노동실태 조사
▲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들이 마방청소를 하고 있다.

부산경남경마공원에서 경주마들을 관리하고 길들이는 마필관리사 양아무개(31)씨의 하루는 새벽 4시에 시작된다. 마방에 출근해 청소를 하고 경주마를 이끌고 놀이운동이나 훈련을 한 뒤 아침밥을 준다. 이어 마사정리를 하고 운동을 시키다 보면 금세 오후 4~5시가 된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은 10시간이 넘는다. 야간당직과 휴일당직도 다반사다. 그러나 양씨가 손에 쥐는 월급은 평균 200만원대에 머물러 있다. 이조차 대중없다. 어느 달은 100만원 정도 덜 받았다가 또 다른 달은 100만원 더 나오기도 한다.

지난 6일 오후 은수미 민주당 의원과 <매일노동뉴스>가 부산 강서구에 위치한 부경경마공원을 찾았다. 양씨는 "들쑥날쑥한 임금 때문에 앞날을 설계하기 힘들다"며 "나이 서른에 적금 하나 들지 못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그러자 은 의원의 주변으로 모여 앉은 마필관리사들 사이에서 불만이 하나둘 터져 나왔다.

마필관리사 류아무개(34)씨는 "돈도 문제지만 고용이 불안한 게 심적으로 더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부경경마공원은 조교사와 마필관리사가 개별적으로 고용을 맺고 있기 때문에 마필관리사들이 조교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며 "서울경마공원처럼 조교사협회와 고용관계를 맺거나 한국마사회가 직접고용을 하든지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 의원은 이날 마필관리사들의 노동실태를 조사하기 위해 부경경마공원을 방문했다.

▲ 은수미 민주당 의원이 윤창수(사진 왼쪽)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 위원장과 문수열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장으로부터 마필관리사들의 노동실태에 관한 설명을 듣고 있다.


마필관리사들 "개별고용으로 고용불안·임금착취"

부경경마공원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들의 고용안정과 임금체계 개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전국경마장마필관리사노조(위원장 윤창수)와 노조 산하 부산경남경마공원지부(지부장 문수열)는 "마필관리사들이 조교사와 불리한 고용계약을 맺은 탓에 고용이 불안하고, 임금착취 논란이 잇따르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조교사협회와 마필관리사들이 고용계약을 체결하는 서울경마공원과는 달리 부경경마공원은 32개 마방의 조교사들이 220여명의 마필관리사들과 개별적으로 고용관계를 맺고 있다. 마사회가 2004년 부경경마공원 개장 당시 미국식 선진 경마시스템을 접목시키겠다며 조교사 개별고용 계획을 도입하면서부터다. 이보다 10년 전인 93년 서울경마공원에 조교사 개별고용 형태를 도입하려다 마필관리사노조의 반발에 부딪쳤던 마사회는 이후 설립된 부경경마공원과 제주경마공원에 이 같은 개별고용 형태를 적용했다.

'을'인 마필관리사들은 '갑'인 조교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 조교사들끼리 암묵적인 카르텔이 형성돼 있는 탓에 마필관리사들의 조 이동도 쉽지 않다. 조교사가 정년퇴직이나 마사회법 위반으로 옷을 벗는 경우도 있는데, 이 경우 그 밑에서 일하는 마필관리사들도 덩달아 고용불안을 겪게 된다.

중간착취도 발생한다. 마필관리사들의 임금이 매월 고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월급을 주는 조교사 마음대로이기 때문이다. 서울경마공원은 기본급 외에 마주(78%)·조교사(8.6%)·기수(5.5%)·마필관리사(7.4%)의 상금 몫이 정해져 있다. 하지만 부경경마공원에서는 조교사에게만 상금의 15.9%가 배당된다. 조교사들은 자신이 받은 돈에서 일부를 마필관리사들에게 임의로 나눠 준다. 상금 지급기준이 없다 보니 마필관리사들은 월급을 받을 때마다 찜찜한 기분이 든다고 했다.

문수열 지부장은 "같은 수의 말을 관리하고 경기 성적도 비슷하게 나왔는데 마방마다 마필관리사 월급이 50만원, 100만원씩 차이가 난다"며 "조교사가 중간에서 마필관리사들의 몫을 떼어먹는 것 아니겠냐"고 주장했다.

조교사는 수익을 위해 마필관리사 채용을 줄이고, 적은 인원으로 많은 경주마를 관리하는 마필관리사들은 강도 높은 노동에 시달리는 것이다. 산재사고가 빈번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부경경마공원 마필관리사 산재율은 2008년 11.9%, 2009년 18.2%로 전국 평균 산재율(2009년 기준 0.7%)과 비교했을 때 최대 20배를 웃돈다. 미보고 사고나 공상처리까지 합하면 실제 산재율은 훨씬 높을 것이라는 게 노조의 설명이다. 이는 마필관리사들의 잦은 이직과 퇴사의 원인이 되고 있다.


은수미 의원 "조교사·마필관리사 공동교섭 고민"

노조는 마사회에 관리·감독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마필관리사를 채용하는 것은 조교사이지만 마필관리사에 대한 고용승인을 내주는 주체는 마사회이기 때문이다.

은수미 의원이 주최한 이날 간담회에서 윤창수 위원장은 "마사회가 마필관리사 고용승인을 하고 간접통제를 하면서도 조교사 개별고용에 따라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 책임이 아니다'며 조교사들에게 책임을 미루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해경 노조 정책실장은 "마사회가 경쟁시스템만 도입해 놓고 관리·감독은 전혀 하지 않아 마필관리사들만 죽어 나간다"며 "국회에서 마사회의 관리·감독 태만에 대해 지적해 달라"고 호소했다.

마필관리사들의 노동실태를 확인한 은 의원은 "마사회가 마필관리사들에 대한 고용승인 권한을 가지면서도 개별고용 형태를 띠는 특이한 구조"라며 "마사회의 책임회피 여부에 대해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32개 마방 조교사들과 마필관리사들의 공동교섭을 보장하는 방법을 입법적으로 고민해 보겠다"며 "높은 산재사고와 고용불안에 시달리는 마필관리사들의 노동조건을 개선할 대책을 찾아보겠다"고 약속했다.

배혜정  bhj@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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