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광화문에서 남대문 방향, 덕수궁 돌담길 따라 걷다 보면 꽃이 반긴다. 빨갛고 노란 그것들 먼저 아름다워 눈길 뺏는다. 가까운 건 크게, 저 멀리 것은 작게 보이기 마련이니 원근법이다. 소실점을 그어 본다. 선과 선이 만나는 거기 아득한 곳에 촛불이 반짝, 사람들 바짝 붙어 앉아 이야기를 나눈다. 쌍용이며 용산·강정과 또 어디 송전탑 얘기다. 사라진 일터와 삶 터와 사람과 사랑 얘기 열쇳말 삼아 두런두런, 이야기꽃 활짝 거기 꽃밭 너머 소실점에 피어난다. 소실, 애초 거기 하얀 국화 줄줄이 피었던 꽃밭은 밀려나 아득하다. 꽃밭 일구려 사람을 밀었다며 원성 높다. 소탐대실이라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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