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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필은 오빠다
▲ 구은회 기자
오빠가 돌아왔다. 10년 만에 정규앨범을 들고 컴백한 조용필의 귀환에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다. 환갑을 넘긴 그가 이번 앨범에서 처음으로 공개한 ‘바운스(Bounce)’는 제목 그대로 통통 튄다. 인생의 황혼을 노래할 줄 알았는데, 웬걸.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의 설렘을 노래했다. 이러니 조용필은 오빠다.

조용필은 앨범에 수록된 곡들을 준비하며 특정 장르나 음악적 색깔을 고집하지 않았다. 팝이나 일렉트로닉 같은 최신의 장르에서 깊은 울림의 발라드까지 전 세대를 향해 다가가려는 음악적 배려가 흘러넘친다. 그뿐인가. 하나도 늙지 않은 그의 목소리는 조용필이 자기관리에 얼마나 철저한 사람인가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그의 진가는 프로페셔널이 아니라 노래로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에서 드러난다. 바로 꿈과 희망이다.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는 위로다.

조용필의 음악을 들으며 너무 빨리 늙어 버린 민주노총을 생각해 본다. 87년 노동자 대투쟁의 열기는 95년 민주노총을 탄생시켰다. 이제 열여덟, 쇠도 씹을 나이다. 그런데 어디 그런가. 무기력증에 빠져 침잠하는 중이다. 말 안 듣는 문제아처럼 대들기라도 하면 좋으련만, 그마저도 힘이 들어 보인다.

민주노총이 일주일도 안 남은 노동절 행사를 지도부 없이 치르게 됐다는 소식이 들린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됐을까. 리더십의 부족, 고질적인 정파갈등, 조직에 대한 조합원들의 불신, 노동운동이 뿌리내리기에는 빈약한 법과 제도…. 민주노조운동이 쇠퇴하는 원인에 대한 다양한 진단이 나오고 있다. 다 맞는 말이다. 어디 한두 번 들은 말인가.

다음 수순도 뻔하다. 지도부 선출을 둘러싸고 한 차례 바람이 지나가면 ‘혁신 방안’을 모색한다며 이 사람 저 사람 불러다가 토론회를 개최할 것이고, 결론은 ‘미조직·비정규 노동자와 연대해야’로 끝맺을 것이다. 그리고는 다시 일상으로.

민주노총이 조로한 이유는 토론회 장에서만 ‘혁신’을 했기 때문이다. 원칙을 앞세워 대화를 거부하고 고립을 자초했기 때문이다. 소통하는 방법을 잊어버렸기 때문이다.

애늙은이 민주노총은 매력이 없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조용필 오빠에게 한 수 배워야 한다. 더 이상 슬퍼하지 말라고, 당신 곁엔 우리가 있다고 위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대가 돌아서면 두 눈이 마주칠까. 심장이 Bounce Bounce 두근대 들릴까 봐 겁나.” 생동하는 설렘이어야 한다.

구은회  press79@labor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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