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섭 변호사
(금속노조 법률원)

오래 전에 경찰조사를 받고 나서 아무런 연락이 없어 잊고 지냈는데 어느 날 갑자기 벌금형이 확정됐다며 납부하라는 연락을 받았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동안 법원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졌고 내 사건은 어떻게 처리됐을까. 재판을 받은 적도 없는데 벌금을 납부하라고 하면 당사자로서는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다시 재판을 통해 다툴 수 있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더 이상 손쓸 수 없는 경우도 있다. 형사절차의 엄격성으로 인한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서는 사전에 유의해야 할 것들이 있다.

통상적으로 불구속 수사를 받는 경우 경찰조사만 하고 검찰조사 없이 검찰에서 바로 벌금형으로 기소하는 경우가 있다. 때로는 검찰조사까지 받고 나서 벌금형으로 기소하는 경우도 있다. 이때 법원에서는 재판을 열지 않고 검사가 제출한 자료만을 조사해서 벌금 등을 부과하는데 이를 약식명령이라고 한다. 약식명령은 법원에서 발부하는 것이므로 경찰이나 검찰에서 보내는 처분결과서, 벌금 예납고지서와는 다르다. 법원으로부터 약식명령서를 받으면 그로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을 청구해야 하고 그렇지 않으면 약식명령은 확정된다. 이번주 화요일 약식명령서를 받았으면 다음주 화요일 자정까지는 정식재판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해야 한다.

여러 명이 하나의 약식명령서에 기재돼 있더라도 정식 재판청구 기간은 각 당사자별로 개별적으로 진행된다. 따라서 아직 약식명령서를 받지 못한 사람이 있더라도 먼저 받아서 7일이 경과한 사람은 약식명령이 확정된다. 한편 약식명령이 발부된 이상 송달받기 전에 정식재판청구를 하는 것은 가능하다. 따라서 여러 명 중 일부에게만 송달이 된 경우 아직 송달받지 못한 사람이 있더라도 한꺼번에 정식재판청구를 할 수 있다. 만일 약식명령서를 받지 못했는데 검찰에서 벌금을 내라는 고지서가 오면 법원 민원실을 통해 약식명령의 송달 여부를 확인하고 정식재판 청구권 회복청구를 하는 방법이 있다. 이 경우에는 실제로 약식명령서를 송달받은 때부터 7일 이내에 정식재판 청구권 회복청구서와 함께 정식재판청구서를 법원에 접수해야 한다.

법정 출석과 관련해 불이익을 당하지 않도록 유의할 사항도 있다. 형사재판은 피고인의 출석 없이 개정할 수 없음이 원칙이다. 하지만 정식재판청구사건에서 피고인이 계속해서 2회 출석하지 않은 경우에는 불출석 상태로 재판을 할 수 있고 선고기일에 불출석해도 판결을 선고할 수 있다. 간혹 법원으로부터 기일통지를 받고 두 차례 출석하지 않아 두 번째 기일에 불출석 상태에서 판결이 선고되고 그로부터 항소기간인 7일이 경과돼 확정돼 버리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법원에서 1차 및 2차 기일 통지서를 날짜만 달리해 한꺼번에 보내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는 1차는 서류를 잘못 보낸 것으로 생각해서 2차 기일에 출석하려 했지만 개인적인 사정으로 출석하지 못한 경우 법원에서는 1차 및 2차 기일에 각 불출석한 것으로 처리한다. 또 2차 기일에 불출석 상태에서 재판을 해 공판을 종결하고 곧바로 판결까지 선고하는 경우가 있다. 당사자 입장에서는 단 한 번 재판에 나가지 않았는데 자신도 모르게 판결이 선고되고 1주일이 지난 후 확정돼 더 이상 다툴 수 없게 된다. 따라서 불출석으로 인한 손해를 피하기 위해서는 출석이 어려운 경우 미리 법원에 불출석사유서를 제출해야 한다. 법원의 기일통지를 마냥 기다리기보다는 민원실을 통해 재판기일을 적극적으로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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