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호 변호사
(민주노총
울산법률원)

대상판결 / 대구지방법원 서부지원 2011가단10253 임금

직장폐쇄의 경위

전국금속노조 산하 몇 개 지회에서 노동조합이 단체교섭 과정에서 파업 등의 쟁의행위를 하자 사용자측이 이를 빌미로 직장폐쇄를 단행하고 대규모 용역을 투입해 조합원들이 사업장으로 출입하는 것을 막았다. 그 다음, 순차적으로 조합원들을 선별해 복귀시키고 회사 내에서 숙식 노동을 하도록 해 단결력을 와해시켰다. 또 일부 조합원들을 통해 총회를 개최하고 금속노조에서 기업별노조로 조직형태 변경을 결의하거나 새로운 기업별노조를 설립하는 일련의 과정을 통해 노동조합이 와해되는 일이 발생한 바 있다.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 KEC, 유성기업, SJM, 만도 등에서 발생한 직장폐쇄가 거의 동일한 수순으로 진행됐다. 그 과정에서 창조컨설팅이라는 노무법인이 개입해 사용자측과 노조 파괴행위를 했다는 것이 밝혀지기도 했다. 최초의 사례는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였다. 상신브레이크는 두 번째 발생한 사례인데 앞선 발레오전장시스템즈코리아와 거의 동일하게 직장폐쇄가 단행되고 조직형태변경결의로 나아갔다.

상신브레이크는 차량의 핵심부품이라고 할 수 있는 차량용 브레이크를 생산하는 법인인데, 여기에 종사하는 노동자들로 구성된 금속노조 상신브레이크지회가 설치돼 있었다. 상신브레이크지회는 2010년도 임금·단체협약 및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규정한 노조법 시행에 대비하기 위해 전임자 처우와 관련된 특별단체협약을 체결하기 위해 단체교섭을 진행했고, 그 교섭이 원만히 해결되지 않아 전면 또는 부분파업을 벌이게 되었다.

그 과정에서 상신브레이크가 비밀리에 공장증설을 추진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상신브레이크지회는 공장증설문제를 기존 단체교섭에서 같이 다루자는 입장이었으나, 사용자측은 교섭을 분리할 것을 요구하며 단체교섭을 거부하고 2010년 8월23일 조합원만을 대상으로 직장폐쇄를 단행하였다.

상신브레이크는 직장폐쇄를 단행한 이후 조합원들이 노조 사무실은 물론이고 공장 내부로 출입하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상신브레이크지회에서는 노조 업무수행 및 최소한 조합원들의 회합을 위해 노조 사무실 등에 출입할 수 있도록 수차례 요청하고, 대구지방노동청이 ‘노조원들의 노조 사무실 출입 등 정당한 노조활동이 보장될 수 있도록 조치하라’는 내용의 행정지도를 했으나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상신브레이크는 현장 관리자인 직·조장을 회유해 2010년 8월29일까지 24명의 조합원을 복귀시켰다. 계속적으로 9월3일 36명, 9월13일 45명, 9월18일 45명, 9월27일 45명, 10월3일 42명, 10월8일 37명, 10월10일 29명의 조합원들을 선별적으로 복귀시켰다. 조합원들 입장에서는 당장 수입이 없고, 회사측의 회유를 거부하면 어떠한 불이익을 받을지 모르니 사용자의 회유에 넘어갈 수밖에 없었다. 상신브레이크는 이에 그치지 않고, 복귀한 조합원들의 휴대전화를 일괄 수거해 자신들이 보관했고 퇴근조차 시키지 않은 채 회사 공장 내에서 숙식하도록 했다.

직장폐쇄의 정당성 요건

직장폐쇄는 “사용자가 노조의 쟁의행위에 대항해 근로자측이 제공하는 노무의 수령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겠다는 의사표시를 함으로써 근로계약상 반대급부인 임금을 지급하지 않고 사업장의 점유를 배제시키는 효과를 생기게 해 근로자측에게 경제적인 압력을 가하고 노조와의 교섭력의 균형을 도모하려는 행위”를 말한다.

헌법이 노동자에게 단체행동권을 보장한 것에 대한 반대급부로, 노조법은 사용자측에 직장폐쇄라는 대항수단을 마련해 준 것이다. 단체행동권이 헌법상의 기본권임에 비해, 직장폐쇄는 노조법에 의해 창설된 제도이므로 직장폐쇄가 일정한 요건을 충족해야만 그 정당성이 인정이 된다.

즉, 직장폐쇄는 노조의 쟁의행위로 인해 노사 간의 교섭력의 균형이 깨지고 오히려 사용자측에게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에서 회사를 보호하기 위해 수동적·방어적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범위 안에서 부득이하게 개시되는 경우에 한해 정당한 것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이와 같은 방어적 목적을 벗어나 적극적으로 노조의 조직력을 약화하기 위한 목적 등을 갖는 공격적 직장폐쇄는 불법적인 직장폐쇄가 되는 것이다.

이러한 직장폐쇄의 방어성 판단기준과 관련해 대법원은 “사용자의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기 위해서는 노사 간의 교섭태도, 경과, 근로자측 쟁의행위의 태양, 그로 인해 사용자측이 받는 타격의 정도 등에 관한 구체적 사정에 비춰 형평의 견지에서 근로자측의 쟁의행위에 대한 대항·방위 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인정되는 경우에 한한다”라고 판시한 바 있다.(대법원 2000. 5. 26. 선고 98다34331 판결)

이러한 수동적·방어성의 요건은 직장폐쇄 개시 단계에서 충족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직장폐쇄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계속적으로 필요한 요건이다. 직장폐쇄가 정당하게 개시됐다고 하더라도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업무복귀를 선언한 경우라면 더 이상 직장폐쇄의 정당성은 상실되는 것이다.

이 사건 직장폐쇄의 부당성

재판부는 노동쟁의의 대상이 될 수 없는 특별단체협약 요구안, 현안문제 관련 특별요구안을 관철하기 위한 파업은 정당성이 없고, 파업의 목적, 기간, 방법 등에 비춰 그로 인해 제품 생산에 상당한 차질이 초래됐을 것으로 보이므로 이 사건 직장폐쇄의 개시는 방어수단으로서 상당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그런데, 직장폐쇄 당시 임금·단체협약과 관련해 아직 합의가 도출되지 않았기 때문에 특별단체협약 요구안 등이 포함돼 있다고 하더라도 파업이 정당성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직장폐쇄의 직접적인 발단은 상신브레이크측이 단체협약 제31조(노·사합의 사항으로 규정)를 위반해 공장증설 문제에 대한 노·사 간의 교섭을 임금·단체협약과 분리하자고 주장하면서 상신브레이크지회와의 교섭을 거부해서 발생한 것으로서 노·사 간의 교섭태도의 측면에서도 사용자측의 교섭태도에 문제점이 있었다고 봐야 한다.

쟁의행위 과정에서도 폭력행위가 있었다거나 업무시설을 점거하는 등의 행위로 인해 시설관리권 등이 전면적으로 배제되거나 부분적으로 이에 지장을 입은 사실 또한 없었기 때문에 쟁의행위의 태양측면에서도 사용자측에 현저히 불리한 압력이 가해지는 상황도 아니었다.

상신브레이크는 고객으로부터 주문받은 제품을 모두 공급해 아무런 수입손실이 없었고, 상신브레이크가 제기한 손해배상청구도 기각된 바 있다.

무엇보다도 이 사건 직장폐쇄가 상신브레이크가 직장폐쇄를 단행한 진정한 목적은 상신브레이크지회의 와해에 있었던 것이다. 직장폐쇄가 정당한 쟁의행위로 평가받는 경우에도 사업장 내의 노조사무실 등 정상적인 노조활동에 필요한 시설, 기숙사 등 기본적인 생활근거지에 대한 출입은 허용돼야 함(대법원 2010.6.10. 선고 2009도12180 판결)에도 조합원들이 회합을 통해 단결력을 유지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러한 시설들에 조합원들이 출입하는 것을 원천봉쇄했다. 선별 복귀를 시켜서 휴대전화까지 수거하고 퇴근조차 시키지 않아 미복귀 조합원들과의 연락하는 것조차 막았다. 단순히 교섭균형력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이라면 이런 행위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이런 제반 사정들을 간과한 채 파업이 있었으니 직장폐쇄는 정당하다는 재판부의 판단은 부당하지 않을 수 없다.
 

위법한 직장폐쇄 유지의 정당성

상신브레이크지회는 직장폐쇄가 단행되자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생산현장에 복귀한다는 의사를 계속적으로 표명했고, 수차례 공문을 통해 이러한 의사를 회사측에 전달했다. 이후 기자회견을 통해서 쟁의행위 중단 및 현장복귀를 공개적으로 밝혔고 2010년 단체교섭에서 중요한 의제였던 노조전임자(타임오프) 문제를 회사측의 요구를 수용해 현행법을 따르겠다는 의사와 더불어 쟁의행위 신고를 철회하겠다는 의사까지도 표명했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조합원 241명이 작성한 성실근로확약서를 내용증명우편으로 피고 회사에 송달했을 뿐만 아니라, 대구지방고용노동청장과 면담시 쟁의행위 철회의사를 공개적으로 확인할 의사가 있다고 밝혔고, 그에 대한 실천으로 2010년 9월15일자로 경북지방노동위원회에 2010년 9월28일자로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각 쟁의행위 신고철회서를 제출했다.

이렇듯 노조가 쟁의행위를 중단하고 업무복귀를 천명하면 정당하게 개시된 직장폐쇄라고 하더라도 방어성의 요건을 상실해 철회해야 함에도 상신브레이크는 상신브레이크지회와 조합원들의 요청을 거부하고 직장폐쇄를 44일 동안이나 유지했다.

재판부는 이러한 사정을 고려해 성실근로확약서가 상신브레이크에 도달한 2010년 9월6일부터 같은 해 10월19일까지는 방어성을 상실한 위법한 직장폐쇄라고 판단해 그 시점부터 회사측이 임금지급의무를 부담한다고 판단했다.

나가며

직장폐쇄는 교섭균형력 확보 수단이지 노동조합 와해 수단으로 활용할 수는 없는 것이므로 노조의 쟁의권 행사를 실질적으로 제한하지 않는 범위 안에서만 행사할 수 있는 것임에도 그간의 직장폐쇄의 양상을 보면 기존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해 여러 사업장에서 분쟁이 발생하고 있다. 대상판결이 미흡하기는 하나 노조를 와해하기 위한 수단으로 활용된 직장폐쇄를 위법성에 제한을 가한 것이므로 그 의미가 상당한 의미를 지닌 것으로 판단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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