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창현
<민족21> 대표․
국민대 겸임교수

올해는 정전협정이 체결된 지 60주년이 되는 해다. 그러나 여전히 한반도는 전쟁상태다. 아직까지 평화협정은 체결되지 않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국제적 논의는 본궤도에 진입조차 하지 못한 상황이다. 오히려 올해 들어서 한반도는 전쟁이냐, 평화냐하는 양자택일의 갈림길에 서 있다.

올해 조성된 한반도 긴장상태는 1993~94년의 1차 북핵위기, 2002년의 2차 북핵위기 때와는 질적으로 다른 3차 북핵위기의 연장선상에 있다. 2009년 4월5일 자주적 권리를 내세우며 위성을 발사한 후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제재 성명이 채택되자 북한은 지체 없이 6자회담 절대 불참, 핵시설 원상복구 및 폐연료봉 재처리, 경수로발전소 자체 건설 등을 선언하고, 다음 달 전격적으로 2차 핵실험을 단행해 3차 북핵위기를 조성했다. 3차 북핵위기는 1, 2차 때와는 달리 두 가지 특징을 보여준다.

첫째, 1, 2차 북핵위기는 미국이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제기하면서 불거졌지만 3차 북핵위기는 북한이 핵 자위력 강화를 내세우며 주도하고 있다. 북한은 이미 “조선(한)반도를 포함한 지역의 평화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대화와 협상은 있어도 조선반도의 비핵화가 상정되는 대화는 없다”고 선언했다.

둘째, 한반도의 비핵화와 평화를 담보하고 있던 기존의 협정과 합의가 모두 무력화됐다. 북한이 유엔의 대북제재가 이뤄지자 “더 이상 정전협정의 구속을 받지 않을 것”이라고 선언한 것이다. 한반도의 갈등상황이 ‘말 대 말’에서 ‘행동 대 행동’ 단계로 접어든 것을 의미했다.

3차 북핵위기가 조성된 후 치열한 공방과 대화 끝에 북한과 미국은 2012년 2월23~24일 베이징에서 진행된 3차 고위급회담에서 ‘2·29 잠정합의’에 도달했다. 이를 통해 북한은 ‘대화와 제재는 양립할 수 없다’는 입장에서 한 발짝 물러나 대북제재 해제를 6자회담 복귀의 선결조건으로 삼지 않았고, 평화협정이 체결되기 전까지 정전협정의 준수를 약속했다.

그러나 북한의 유연성은 여기까지였다. 미국은 지난해 2차례 특사를 파견해 평화협정 논의를 담보로 북한의 핵실험 유예를 이끌어냈으나 끝내 북한의 자주권 인정과 평화협정 논의 약속에 대한 북한의 신뢰를 얻는데 실패했다.

북한은 지난해 여러 차례 미국에 “미국의 적대시정책의 폐기 없이는 비핵화 가능성은 아무것도 없다”며 “어떤 신뢰를 가질 수 있는 서약, 예컨대 평화조약과 관계정상화를 포함하는 성명 같은 것을 미국이 발표해 주기를 원한다”는 입장을 전달했다. 그러나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된 후에도 미국은 북한에 확신을 줄 수 있는 구체적인 조치들을 포함하는 대북정책을 내놓지 않았고 북한에 선 비핵화조치를 요구했다. 이에 맞서 북한은 2009년과 마찬가지로 위성발사와 3차 핵실험으로 대응했다. 3차 북핵위기의 2단계가 시작된 것이다. 특히 북한이 ‘전면대결전’을 선언하고, 한국과 미국이 예년에 비해 강도 높은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진행하면서 한반도는 일촉즉발의 전쟁직전 상황까지 맞이하게 됐다.

최근 한반도 긴장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다시 대화재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나 분명한 사실은 1990년대부터 시작된 1~3차 북핵위기를 성찰해 볼 때 대북제재와 선 비핵화요구로는 북한의 핵보유를 막을 수 없고, 반복되는 위기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이다. 3차 북핵위기는 일시적 국면이 아니라 북미관계 정상화와 평화협정 체결 때까지 지속되는 구조이다. 해법은 사실상 다 제시돼 있다. 상호 존중과 신뢰에 기초해 합의된 6·15공동선언, 10·4선언, 9·19공동성명을 이행하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여러 차례 “북한에 적대의사 없다”고 공개적으로 표명한 미국이 이를 실행으로 보여줘야 하며, 그 실행방법은 평화협정과 한반도 평화체제 논의에 착수하는 것이다. 그래야 한반도 비핵화 논의의 불씨도 되살릴 수 있다. 평화협정을 통한 통일지향적 평화체제 구축 없이는 전쟁위기를 막을 수 없고, 우리 경제의 지속적 성장과 민중의 생존권 확보도 불가능하다는 것을 지금의 한반도 상황은 잘 보여준다. 정전협정 60주년을 맞는 올해에는 반드시 전 국민적 평화운동을 통해 전쟁을 끝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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