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국회에서 정년연장 입법이 가능할까.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정년 60세 법제화를 골자로 한 고용상 연령차별금지 및 고령자고용촉진에 관한 법(정년연장법안) 개정안이 올라와 있다.

마침 여야는 6인 협의체에서 정년연장법안을 우선처리 법안으로 선정했다. 이에 따라 환노위는 22일 법안소위에 정년연장법안을 상정할 예정이다.

여야는 정년연장법안 처리에는 공감하고 있으나 시행을 두고는 이견이 존재한다. 여당과 정부는 2~5년 유예가 불가피하다는 것이고 야당은 즉각 시행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또 여당과 정부는 임금피크제 도입으로 임금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이나 야당은 반대한다. 노사 간에도 의견차가 보인다. 정년연장은 노동계의 숙원이나 경영계는 비용부담을 들어 난색을 표해왔다. 그러나 정년연장은 박근혜 대통령 공약이자 고령화 사회 극복을 위해 불가피한 정책이다. 이번 4월 국회에 관심이 모아지는 이유다.

임금피크제 등 임금조정은 입법 사항 아니다 

정문주
한국노총
정책본부장

한국노총의 입장은 정년연장과 국민연금 수급연령을 연동해야 한다는 것이다. 국회에 정년연장과 관련한 여러 입법발의가 있지만 한국노총의 입장이 가장 잘 반영된 안은 이목희 민주통합당 의원의 법안이다. 이목희 의원 개정안은 정년을 국민연금 수급연령에 맞춰 61세에서 65세로 연장하도록 돼 있다.

정년연장을 둘러싸고 여야 간 입장 차의 핵심은 임금조정 문제다. 새누리당은 임금피크제 같이 정년연장에 따라 임금을 조정해야 한다는 입장이고 야당은 반대하고 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정년연장에 따른 임금조정 여부가 입법 사항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 세계 어느 나라에도 임금조정을 법제화한 곳은 없다. 노사자율에 맡겨야 한다. 한국노총이 올해 임금단체협상 투쟁을 앞두고 산하 노조에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정년연장을 한 사업장 가운데 절반 이상이 순수하게 정년만 연장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곳도 더러 있지만 사업장 특성에 따라 노사가 임금조정 범위를 결정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가 있다. 정부는 중·고령자의 명칭을 장년으로 바꾸는 내용의 법 개정을 추진 중이다. 현행법에는 50~54세는 준고령자, 55세 이상은 고령자라고 돼 있는데 50세부터 이를 모두 장년으로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부는 국민인식의 변화 및 평균 수명연장을 근거로 명칭을 변경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문제는 장년으로 명칭이 변경되면서 연령에 따른 고용차별이 확대된다는 점이다. 현행 비정규직법은 고령자(55세 이상)를 기간제 사용기간 적용제외 대상으로 규정하고 있다. 고령자를 장년으로 바꾸면 사용기간 적용제외 대상자 범위는 현행 55세에서 50세로 늘어난다. 연령차별금지법이 또 다른 차별을 낳는 셈이다.

정년연장, ‘좋은 일자리의 연장’ 돼야 

이창근
민주노총 정책국장

정부는 2017년부터 정년 60세 연장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한다. 기업은 인건비 상승 등을 이유로 부담스러워하고 있다. 하지만 정년연장은 급속한 고령화, 노후소득보장체제의 미흡함과 노후빈곤의 심각함, 고령노동자층의 비중 증대 등을 고려하면 선택사항이 아니다. 문제는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다. 정부는 정년연장을 ‘임금피크제’와 연계시키는 방침을 확고히 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는 일정한 연령에 도달하면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고용을 보장해주는 제도다. 하지만 공적연금 등 노후소득보장체계가 미흡한 국내현실을 감안해야 한다. 임금피크제가 실제 퇴직연령인 53세를 전후로 한 노동자들에게 적용될 경우 주거비·교육비·의료비 등으로 인해 생계비가 가장 많이 소요되는 시기에 임금이 삭감돼 생활적인 곤란함을 가져올 것이다. 정년연장은 ‘좋은 일자리의 연장’이 돼야 한다. 임금과 노동조건의 하향조정을 전제로 한 정년연장은 고령층 노동자를 불안정한 노동빈곤층으로 전락시킬 뿐이다. 현재 우리나라 고용구조는 풀타임 노동생애가 27~53세까지 약 26년에 그친다. 이는 선진국의 25~65세(40년)에 비해 14년이나 짧다. 명예퇴직·권고사직 등을 명목으로 한 강제적·반강제적 조기퇴직이 상시화 돼 있다는 의미이다. 이는 고령노동자 일자리 문제는 정년연장 법제화와 더불어 정리해고 등 상시적인 구조조정을 엄격히 제한할 때 해결될 수 있음을 말해 준다.

기업 고령자 고용 분위기 조성이 우선 

이상철
경총 사회정책팀장

고령자 고용이 안정되고 확대돼야 한다는 주장에는 동감한다. 그러나 방법론이 문제다. 법제화를 통해 하는 게 고용에 효과가 있을지는 의문이다. 법제화보다 기업들이 고령자를 고용할 수 있는 분위기나 환경을 먼저 조성해야 한다. 임금체계도 문제가 많고, 고령자 전직지원도 잘 안 돼 있다. 이런 상태라면 고령자 고용하는 게 젊은 층보다 부담스러울 수 있다. 기업이 능력만 있으면 청년이든 고령자든 채용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임금구조는 연령에 따라 생산성과 무관하게 올라간다. 고령자라는 집합처럼 비치지만 현장에는 능력 있는 고령자와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자가 혼재돼 있다. 생산성 있는 고령자는 피해를 보고 생산성이 떨어지는 고령자는 득을 보는 형국이다. 능력 있는 근로자를 오래 일하게 하려고 해도 기업 처지에서는 비용부담 때문에 내보낸다. 합법적인 고용조정은 정년 때가 유일하기 때문에 기업들은 고령자 고용보다 안정적인 정리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를 완화하면 고령자라고 해서 마다할 이유가 없다.

임금피크제를 연계하는 법안도 정년 법제화 법안과 함께 상정돼 있는데 제대로 임금피크제와 결합만 되면 비용을 줄이고 고용을 확대할 수 있다. 걱정은 정년연장은 법제화가 간단한데 임금피크제는 강제하기가 까다롭고 어렵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면 논의과정에서 정년연장만 강제되고 임금피크제는 노사합의를 거친다거나 하는 방법으로 후퇴할 수 있다. 고령자 고용을 확대하려면 양쪽이 서로 양보해야 한다. 정년연장 법제화의 대전제는 임금조정이다.

고령사회 대비한 60세 정년 의무화 필요 

이명로
고용노동부
고령사회인력심의관
직무대리

우리나라는 유례없이 빠른 속도로 고령화가 진행되고 있다. 특히 경제발전의 중추적인 역할을 해온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가 진행되고 있어 정년연장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인구고령화와 베이비붐 세대의 퇴직은 개인에게는 노후불안, 기업에게는 숙련인력 부족, 국가적으로는 공적연금과 사회보험 등 재정부담 증대로 이어질 수 있어 연장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그러나 정년연장의 필요성에도 60세 정년을 의무화할 경우 청년 고용에 미치는 영향, 연공급 임금체계 하에서 기업이 안게 될 부담, 생산가능 인구 감소 추이 등 다양한 측면을 함께 고려해야할 것이다.

우리보다 앞서 60세 정년을 의무화한 일본의 경우 94년 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60세 정년의무화를 도입했고, 임금체계 개편 등 노사의 준비기간을 고려해 그 시행은 98년부터 했다는 점은 참고할 필요가 있다

현재 60세 정년 의무화를 둘러싼 논의가 국회에서 진행되고 있고, 의무화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본다. 다만 그 시행 시기와 임금조정 연계 여부 등에 대해 다양한 의견이 있고, 노사 간에도 입장이 다른 것 같다.

앞으로 60세 정년 의무화와 관련된 쟁점사항에 대해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 합리적 결론이 도출되기를 기대한다. 정부도 적극적으로 임할 것이다.

60세 정년 의무화 여야 모두 같은 뜻 

이완영
새누리당 국회의원

우리나라는 이미 2000년 65세 이상 고령인구 비율이 전체 인구의 7%를 넘으면서 고령화사회에 진입했다. 고령인구 비율이 14%를 넘는 고령사회는 불과 10년도 채 남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현행법은 사업주가 근로자의 정년에 대해 60세 이상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규정하지만 300인 이상 사업장의 평균 정년은 57.2세에 그치고 있다.

한참 일할 나이에 일자리에서 쫓겨나 소득이 없어지면 가정이 붕괴되고 뒤이어 각종 사회문제가 순차적으로 발생할 우려가 있다.

새누리당은 60세 정년 의무화를 대선공약으로 제시한 바 있다. 현재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에는 여·야 모두 정년연장 법안을 내놓고 있다. 본인은 소득이 다소 감소하더라도 일자리를 잃지 않고 일을 계속해 나가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취지에서 관련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60세 정년 의무화 도입 시기도 사업장 규모에 따라 순차적으로 시행하자고 주장하고 있다. 야당은 임금피크제와 순차적 도입에 대해 반대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다소의 논쟁이 예상되지만 정년 의무화가 필요하다는 데에는 여·야가 공히 뜻을 같이 모으고 있다. 건설적인 토론으로 법제화가 조속히 이뤄지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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