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주민 변호사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대상판결 / 대법원 2011도2393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집회의 자유의 의의

모두가 알고 있듯이 헌법 제21조 제1항은 “모든 국민은 언론·출판의 자유와 집회·결사의 자유를 가진다”고 규정, 타인과의 의견교환을 위한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로서 언론·출판의 자유와 함께 집회·결사의 자유를 국민의 기본권으로 보장하고 있다. 집회의 자유는 집단적 의견표명의 자유로서 민주국가에서 정치적 의사형성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대의민주제를 선택한 우리 헌법에서 일반 국민은 선거권의 행사, 정당이나 사회단체에 참여하는 것 외에는 단지 집회의 자유를 행사해 공동으로 정치의사 형성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 또한 집회의 자유는 사회·정치현상에 대한 불만과 비판을 공개적으로 표출하게 함으로써 정치적 불만이 있는 자를 사회에 통합해 정치적 안정에 기여하는 기능도 수행한다(헌법재판소 2003. 10. 30, 2000헌바67 결정).

특히 집회의 자유는 현대사회에서 언론매체에 접근할 수 없는 소수집단에게 그들의 권익과 주장을 옹호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소수자를 위한 권리로서 날로 그 중요성을 더해 가고 있다. 한편, 소수가 공동체의 정치의사 형성과정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장될 때, 다수결에 의한 공동체의 의사결정은 보다 정당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집회의 자유가 가지는 이러한 중요성 때문에 집회의 자유에 대한 제한은 다른 중요한 법익의 보호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경우에 한해 정당화되는 것이다. 특히 집회의 금지와 해산은 원칙적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이 명백하게 존재하는 경우에 한해 허용될 수 있다(2000헌바67).

집회사전신고제의 문제점

옥외집회가 경합·충돌되지 않고 순조롭게 진행될 수 있도록 조정함과 아울러 옥외집회로 인해 타인의 기본권이 침해되거나 공공의 안녕질서가 침해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집시법) 제6조 제1항은 주최자에게 옥외집회에 관한 일정한 사항을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하도록 의무지우고 있다. 그런데 집시법은 제2조 제1호에서 옥외집회의 개념을 “천장이 없거나 사방이 폐쇄되지 아니한 장소에서 여는 집회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을 뿐, 집회의 개념 자체에 대해서는 아무런 규정도 하지 않고 있다. 이에 신고대상이 되는 집회는 사전(辭典)적 의미인 ‘2인 이상의 사람이 어떤 목적을 위해 일시적으로 모이는 행위 또는 그런 모임’으로 새길 수밖에 없다. 대법원도 집회의 개념에 대해 “집시법상의 집회란 특정 또는 불특정의 다수인이 특정한 목적 아래 일시적으로 일정한 장소에 모이는 것을 말하고, 그 모이는 장소나 사람의 다과에 제한이 있을 수 없다”고 판시했다(대법원 1983. 11. 22. 선고 83도2528 판결).

이 같이 집회의 개념에 아무런 규범적인 제한이 없게 되면, 신고대상인 집회의 범위가 너무 광범위하게 돼 인간행복의 본질이라고 할 수 있는 인간의 자유로운 회합(會合)은 증발돼 버리게 될 것이다. 즉 저녁에 길거리에서 술에 취해 함께 어깨동무를 하고 교가를 부르는 고교동창회, 어깨띠를 두르고 수십 명이 나와 벌이는 상품 홍보전, 거리를 깨끗하게 하기 위해 벌이는 휴지 줍기, 최근 젊은이들을 사로잡고 있는 플래시몹, 기자와 취재원이 공원(옥외)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기로 사전에 약속을 하고 만나는 행위 등 2인 이상이 옥외에서 공동의 목적으로 모인 경우에 모두 신고의무가 부과되고, 그 의무를 이행하지 않으면 처벌받게 된다.

또한 일단 신고를 하면 - 일반적인 행정법상 신고제와는 달리 - 당연히 집회를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경찰의 자의적인 판단에 의해 언제든지 해당 집회가 금지될 수 있다. 왜냐하면 금지통고의 사유가 되는 조항만 해도 제5조 제1항(절대적 금지집회), 제10조 본문(야간집회·시위), 제11조(공공기관 등 주변 집회), 제7조 제1항(신고서 보완 미이행), 제12조(교통소통), 제8조 제3항(주거지역, 학교주변, 군사시설 주변) 등 6개 조항 10여개 항목에 이른다. 이들 대부분의 경우 집회와 시위의 허용 여부는 경찰의 재량에 의해 결정되도록 돼 있기 때문이다.

집시법 제15조의 역할

집시법 제15조는 집회의 목적이 “학문, 예술, 체육, 종교, 의식, 친목, 오락, 관혼상제 및 국경행사”일 경우에는 집시법의 적용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이 같은 신고제도가 관혼상제, 예술, 학술, 종교 행사들까지 적용될 경우 표현의 자유에 대한 침해가 더욱 강화되는 것을 일정 정도 완화시키는 역할을 해 왔다. 물론 현실적으로는 경찰들이 해당 집회에 정치적 구호나 피켓, 플래카드 등이 등장하기만 하면 문화제 등이라 할 수 없다는 식으로 집시법 제15조를 매우 좁게 해석해 왔기에 그 의미가 크진 않았다.

청년유니온의 플래시몹에 대한 대법원 판결의 문제점

그런데 대법원은 지난 3월28일 일종의 행위예술인 “플래시몹(flash mob)”도 정치적 주장이 들어가면 집시법에 따른 신고대상이 된다고 판결했다. 세대별 노조인 청년유니온이 2010년 4월4일 명동에서 노동부가 자신의 노조설립신고를 반려한 것을 규탄하며 펼친 플래시몹에서 '청년들도 일하고 싶다', '정부는 청년실업 해결하라'는 구호를 외친 것을 문제 삼아 “김○○가 주최한 모임은 비록 널리 행위예술의 한 형태인 '플래시몹' 공연 형식으로 진행됐지만 주된 목적과 진행 내용과 소요시간 등 제반 사정에 비춰볼 때 집시법 제15조에 의해 신고의무의 적용이 배제되는 오락 또는 예술 등에 관한 집회라고 볼 수 없고, 그 실질에 있어 정부의 청년 실업 문제 정책을 규탄하는 등 그 주장하고자 하는 정치, 사회적 구호를 대외적으로 널리 알리려는 의도 하에 개최된 집시법 제2조 제1호의 옥외집회에 해당해 사전신고의 대상이 된다"고 한 것이다.

집회의 자유를 보다 충실히 보호하려면, 참여연대가 성명을 통해 주장한 바와 같이, 집시법 제15조를 “위험성이 없는 예술표현의 방식으로 이뤄기만 하면 집시법이 적용되지 않는다”는 식으로 해석해야 함에도 이번 대법원 판결은 이와는 반대로 “위험성이 없는 예술표현의 방식으로 이뤄지더라도 정치적 내용이 등장하면 집시법이 적용된다”는 식으로 좁게 해석한 것이다. 이로써 집시법 제15조가 억압적인 신고제도에 대해 수행해 왔던 완충적 기능은 사실상 상실됐다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이번 대법원 판결은 현행 집시법상 신고제가 가지고 있는 문제점을 해결하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하기는커녕 기본권 침해적 신고제에 대한 숨구멍으로 조금이나마 작용하고 있었던 집시법 제15조의 기능을 사실상 완전히 상실하게 한 것으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나가며

이번 논란을 계기로, 사실상 허가제로 운영돼 왔고,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서 모든 인간의 회합에 적용될 수 있는 현행 집시법상 신고제를 폐지하고, 실제로 위험이나 법익침해를 발생시킨 집회에 대해서만 집시법이 적용되는 방향으로 집시법이 개정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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