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성주
경제민주화
2030연대 대표

얼마 전 국회에서 열린 한 토론회에 갔다. ‘후기 청소년 세대의 현안과 정책과제’를 주제로 한 토론회였다. 조금 생소할 수 있는 단어지만‘후기 청소년 세대’라 함은 19세에서 24세까지의 ‘청년’들을 의미한다. 여러 가지 이야기가 오가는 와중에 문득 무언가가 빠져 있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바로 청소년기 또는 후기 청소년기에 그들이 처음 경험하게 되는‘노동’이다.

발제자와 토론자들은 청소년기 그리고 후기 청소년기에 아르바이트의 경험이 이후 직업선택이나 취업에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정하면서 자연스레 그들에게 어떻게 이런 경험을 더 다양하게 할 것인가를 토론했다. 심지어 한 교수는 생산성이 높은 젊은이들에게 최저임금을 더 높게 주면 안 되느냐는 말을 했다. 백 번 양보해 청년기 노동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교수의 선의는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최저임금을 연령에 따라 차별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문제의 올바른 해결책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작 그 무수한 논의에서 빠져 있는 것은 바로 ‘노동’이었다. ‘후기 청소년 세대’라고 부르는 그 청년들에게 다양한 노동의 경험을 하게 하는 것에 앞서 그들의 생애 첫 번째 노동의 경험이 과연 정당한 대가와 법적인 보호를 받고 있는지 먼저 살펴볼 필요가 있다. 그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 어떻게 첫 번째 노동의 경험이 이후 그들의 취업과 진로에 온전히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할 수 있을까.

필자의 경험에 따르면 청년들은 첫 번째 노동의 경험에서 대부분 쓰라린 경험을 하게 된다. 임금체불과 부당노동행위, 심지어 성희롱과 같은 일들이 생애 처음으로 노동시장에 ‘아르바이트’라는 이름으로 진출한 청년들에게 일어난다.

청년기에 생애 처음으로 경험하는 노동의 경험은 이후에도 매우 중요한 영향을 미친다. 특히 스스로 두 발로 처음 서야 한다는 강박이 큰 연령대이기에 그 영향이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그 결과가 대부분 좋지 않은 것 같다. 필자가 만난 한 청년은 처음 일했던 직장에서 ‘걸레’도 더러우니 ‘물티슈’로 일일이 사무실 바닥을 닦으라고 지시한 상사에게 오래 시달린 경험 때문에 언제부턴가는 누가 시키지도 구박하지도 않는데 스스로 집에서 그렇게 청소를 하고 있는 모습을 발견했다고 한다. 다른 한 청년은 처음 일했던 패스트푸드점에서 임금체불을 당하고 오히려 고용주에게 불량한 아르바이트생이라고 욕을 먹으며 시달린 이후로 생활비가 아무리 없어도 다시는 아르바이트를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이렇게 청년기에 경험한 첫 노동에서 경험한 문제들은 오히려 그들에게 노동윤리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을 가지게 만들고, 땀 흘려 일하는 것의 가치보다 남들에게 잔인하게 대하면서라도 한탕을 바라는 것이 정당하다고 생각하는 등 큰 부작용으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 사회에서 노동이라는 것이 결코 존중받지 못한다는 것을 예민한 나이에 경험했던 그 친구들이 성장해서 각 영역에서 본격적으로 일하면 자연스레 우리 사회에 노동을 존중하지 않고 천시하는 분위기가 자리 잡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우리 사회는 어쩌면 성인들의 노동에서 발생하는 문제 이상으로 청년기 특히 후기 청소년기에 발생하는 노동문제에 그만큼 예민하게 반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한 사회 노동의 미래와 긴밀하게 연관된 문제이기 때문이다.

혹여 처음이라는 것은 대부분 그런 것이라고 말하지 말자. 이미 그들도 짧지만 이십 년 언저리의 인생을 살아가며 ‘처음’을 의미하는 접두어가 붙는 것의 대부분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은 ‘추억’이라 부를 수 있을 정도의 오랜 시간이 흐르고 나서야 그나마 아련한 아름다움으로 남는다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추억이 되지 못하고 흉터로 남는 것들이 있다. 대한민국에서 청년들에게 첫 노동의 경험은 대부분 흉터가 된다. 어쩌면 그 흉터가 쌓이고 쌓여 우리 사회를 괴물로 만들어 가지는 않을까. 그러니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라고도 더 이상 말하지 말자. 세상이 원래 그런 것이 아니라 우리가 그렇게 만들고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경제민주화2030연대 대표 (haruka28@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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