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지난달 29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2013년 업무보고’에는 불법파견 문제 해결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주요 내용은 △원청의 책임 확대 등을 통한 사내도급 근로자의 고용안정과 원·하청 근로자 간 불합리한 차별시정 △불법파견 판정(판결) 받은 사업장에 대한 특별근로감독 실시 △불법파견 확인시 원청업체가 직접고용하도록 조치 등이다.

금속노조 현대차비정규직지회는 노동부 업무보고에 따라 △현대차에 직접고용 지시, 과태료 부과, 특별근로감독 실시 △불법파견 업체 폐쇄 △정몽구 소환 등을 요구하기 위해 이달 3일 방하남 노동부장관 면담을 신청했다. 그러나 노동부는 여러 핑계로 면담을 거부하고 사무관이 나와 요구사항을 접수했다. 하지만 2주일이 넘도록 아무런 답변이 없다.

업무보고에서는 당장 무엇이라도 할 것처럼 요란을 떨던 노동부가 불법파견 이해당사자들이 직접 찾아가 요구사항을 전달하려고 하니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업무보고는 국민과의 약속인데 노동부의 기만적인 태도에 실망을 금할 수 없다.

노동부는 몰라서 못하는 것인가. 알면서 안 하는 것인가. 정확한 내용을 확인할 길 없어 지금 당장 노동부가 할 수 있는 것을 얘기해 주고 싶다.

첫째, 노동부는 노동위원회 판정을 기준으로 현대차에 파견법 제6조2항의1 위반으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다. 노동부는 2011년 부산지노위의 불법파견 판정이 있었을 때도 자신들이 조사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과태료 부과를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부산지노위와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차 울산공장 부당해고 구제신청 사건을 진행하면서 현장실사를 각각 한 차례씩 했다. 노동위원회 현장조사는 2007년 4월 노동부와 검찰이 공동으로 마련한 ‘근로자파견의 판단기준에 관한 지침’과 이를 구체화한 ‘근로자파견 기준 점검표’에 따른 것이다. 이를 바탕으로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고, 부당해고라고 판정했다. 업무보고에 따르면 노동부는 노동위 결과에 따라 최소 346억원의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는데도 너무나 자연스럽게 직무유기를 하고 있다. 

 

둘째, 노동부는 파견법 제19조에 따라 불법파견 업체를 폐쇄할 수 있다. 두 차례 대법원 판결과 충남·전북·부산 지방노동위원회와 중앙노동위원회 판정에 따라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임이 계속 확인됐다. 노동부가 2010년 대법원 판결 이후 최소 3년 이상 현대차의 불법파견업체 운영을 방치하는 것은 명백한 직무유기다. 노동부는 중노위 판정에 따라 즉시 현대차 아산(6개)·울산(32개)·전주공장(1심, 9개) 등 47개 하청업체를 폐쇄해야 한다. 

 

셋째, 현대차의 교섭해태를 부당노동행위로 처벌할 수 있다. 현대차 사내하청노동자들은 모두 현대차에게 지휘·명령을 받는 불법파견 노동자들이다. 이미 대법원·노동위·노동부에서 확인이 끝났으며 최근 실시된 주간연속 2교대 상황을 보면 보다 명확해진다. 현대차는 임금·노동시간·작업조건이 모두 변하는 주간연속 2교대를 사내하청 노동자와는 한 마디 상의도 없이 정규직노조와의 합의만으로 시행했다. 현대차가 사내하청업체를 지배하고 있다는 점을 분명하게 드러낸 것이다.

현대차는 사내하청 노동자의 사용자이기 때문에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에 적힌 대로 단체교섭에 나서야 한다. 회사측은 그러나 지회가 수차례 교섭을 요구했음에도 의도적으로 교섭을 해태하며 부당노동행위를 저지르고 있다. 노동부는 현대차의 부당노동행위를 형사처벌해야 한다.

넷째, 노동부는 중노위 결정에 따라 불법파견 노동자에 대해 직접고용을 지시해야 한다. 중노위는 울산공장 32개 업체(2013년 기준 31개 업체, 2개 업체 통합)를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다. 현대차가 직접고용을 이행하지 않을 경우 중노위에 내야 하는 이행강제금의 최대치는 자그마치 118억8천만원에 이른다. 그럼에도 현대차는 중노위 이행을 거부하고 행정소송을 제기할 태세다. 노동부는 적극적으로 직접고용을 지시해야 한다.  

 

다섯째, 현대차를 압수수색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할 수 있다. 노동부는 불법파견 판결(판정)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특별감독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2010년 대법원 판결 이전인 2007년에 이미 서울중앙지법은 현대차를 불법파견이라고 판단했다. 현대차는 2007년부터 불법파견 증거를 본격적으로 은폐하기 시작했으며 무리한 업체폐업으로 사내하청 노동자를 해고하기도 했다. 현대차 불법파견 은폐를 계속 방치하면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피해는 커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증거확보를 위해 현대차를 압수수색하고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해야 한다. 또한 명확한 사실을 밝히기 위해 현대차 경영책임자인 정몽구 회장을 소환해야 한다.

노동부는 지금 당장 다섯 가지 조치를 취할 수 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무능한 탓인지,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순위를 정하느라 그런지 답답한 상황이다. 노동부는 2004년 현대차의 모든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고 판정했지만 검찰과 현대차의 방해로 그 뜻을 이루지 못했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란 말이 있듯이 노동부는 자신의 불법파견 판정으로 시작된 ‘현대차 사태’를 하루빨리 해결하기 위해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취해야 한다. 아니면 노동부의 판정은 강제성이 없으니 앞으로 판정업무를 하지 않겠다고 선언하든지 둘 중 하나를 결정해야 한다. 그래야 최소한 법이 지켜질 수 있다.

노동부가 현대차의 눈치를 보며 수수방관한다면 박근혜 대통령이 그렇게 강조했던 ‘법과 원칙’은 임기 초반부터 공염불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