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11일 1차 전원회의를 열고 내년 적용되는 최저임금 심의를 시작했다.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첫 논의다. 박 대통령은 지난 대선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공약한 바 있다. 또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한국노총을 방문한 자리에서 “최저임금을 확실히 하겠다”고 최저임금 인상을 약속했다.

하지만 ‘최저임금 현실화’를 둘러싸고는 노사정 간 입장이 엇갈린다. 노동계는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경영계는 기업의 현실, 정부는 합리적 인상수준을 각각 강조하고 있다. 각자 생각하는 ‘최저임금 현실화’ 상이 다른 것이다.

그렇다면 저임금 노동자를 위한 합리적인 최저임금 수준이란 무엇일까. 또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한 법·제도 개선 사항은 무엇이 있을까. 박근혜 정부의 최저임금 현실화 방안을 들어봤다.

최저임금에 대한 발상의 전환 필요하다 

이정식
한국노총
중앙연구원장

최저임금 현실화 방안을 논하기 전에 왜 최저임금을 올려야 하는지부터 따져 보자. 최근 미국의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올리겠다고 역설하고, 일본의 아베 정권도 기업에 임금인상을 촉구하고 있다. 이는 신자유주의 성장전략의 일환인 낙수효과 이론이나 아랫목을 덥혀 윗목을 데운다는 주장이 종말을 맞이했다는 증거다. 우리나라 역시 지난해 대선의 화두가 복지와 경제민주화였다는 점에서 흐름을 같이 한다.

박근혜 정부도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이른바 ‘소득 주도 경제성장 전략’으로 사고방식을 전환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의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 될 것이다. 노동자들의 임금이 두둑해지면 내수가 촉진되고 경제도 성장한다.

물론 최저임금 인상을 감당하기 어려운 기업이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저임금에 기생하는 한계기업이 사라지게 하도록 구조조정 하는 것 역시 최저임금제도의 취지라는 점에서 옳다. 경영계도 발상의 전환을 해야 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경쟁력 없는 기업들을 구조조정 해 경제체질을 강화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러한 기업 구조조정에 정부가 지원하고 실업대책을 마련하도록 경영계가 나서야 한다.

최저임금 결정방식에 대한 전환도 필요하다. 현재 최저임금이 노동자 평균임금의 50%는 돼야 한다는 취지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국회에 계류 중이다. 노동자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할 수 있는 입법과정이 필요하다.

최저임금 대폭 인상이 저성장 해법 

김은기
민주노총 정책국장

내년 최저임금은 대폭 인상돼야 한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한국경제가 장기·저성장 시대로 돌입했다고 한다. 주요 원인은 낮은 소득으로 인해 많은 국민이 적절한 소비를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국민소득 중 노동소득 비중을 높이고, 소득격차를 줄일 수 있는 분배정책이 필요하다. 그 핵심에 최저임금 대폭 인상의 필요성이 존재한다.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은 수요를 촉진해 상품의 확대 재생산을 증폭시킴으로써 고용을 확대하는 선순환 경제구조를 만들 수 있다. 최저임금은 정치다. 때문에 박근혜 정부는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최저임금 현실화를 위해 “경제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을 고려, 노동소득 분배율 개선”을 최저임금 결정의 최저기준으로 공약한 바 있다. 6월 하순에는 2014년 적용 최저임금이 결정될 것이다. 그 결정 수준은 박근혜 정부의 공약이 公約인지, 아니면 空約인지 확인되는 시금석이 될 것이다.

중소·영세기업 감내 수준에서 결정해야 

김동욱
한국경총
기획홍보본부장

정부는 최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에서 2.3%로 대폭 낮췄다. 올해도 저성장이 예측되고 있다. 주요 최저임금 지급기업인 중소·영세기업들은 더더욱 어려운 상황이다. 그런데 국회와 정부가 최저임금을 높게 인상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최저임금을 대폭 인상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중소·영세기업이 감내할 수 있는 수준에서 결정해야 한다.

최저임금을 근로자의 입장에서만 결정해서는 안 된다. 기업의 지급능력이 함께 고려돼야 한다. 최저임금이 너무 높게 결정되면 영세사업주가 사업을 접는 상황도 발생할 것이다. 도산 기업이 늘면 고용률은 떨어진다. 정부가 말하는 최저임금 인상과 고용률 70% 달성은 배치되는 측면이 있다. 기업의 현실적인 제반 상황을 고려해야 한다.

중산층 두텁게 하는 첫걸음, 최저임금 안정화 

임무송
고용노동부
근로개선정책관

11일 최저임금위원회 첫 전원회의가 열렸다. 최저임금 심의는 노·사·공익 위원들의 몫이고 정부는 이를 적극 뒷받침하는 기본 역할에 충실할 것이다. 이런 차원에서 방하남 고용노동부 장관도 오늘 회의에서 “역지사지의 마음으로 원만한 합의를 도출하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노동부는 최임위에 “향후 5년간 최저임금 인상을 통해 소득분배 상황이 개선될 수 있도록 합리적 수준의 인상”을 당부했다. 최저임금이 특정 해에 급격하게 인상되기 어려운 만큼, 현 정권 동안 경제상황과 고용에 미칠 영향을 두루 감안해 합리적 인상을 실현하자는 의미다. 정부가 고용률 70% 달성과 중산층 70% 복원을 국민에게 약속했다. 중산층을 두텁게 하는 첫 걸음이 최저임금의 안정화다. 그런데 한반도를 둘러싼 현재 국제정세나 안보 변수, 경제성장률 하락 등은 결과적으로 대기업보다는 중소기업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높다. 최저임금 노동자의 피해로 이어질 여지가 크다. 최임위가 이런 점까지 폭넓게 반영해 논의를 해주길 기대한다.

국회에 여러 건의 최저임금법 개정안이 올라가 있기 때문에 현재로서는 정부입법 계획은 없다. 국회에 상정된 법안 대부분은 최저임금의 기준을 정하자는 내용인데, 노사의 이해가 첨예하게 부딪히는 부분이다. 사회적 대화가 다양하게 이뤄져야 할 대목이다.

저임금 노동자 현실 감안해 과감히 인상해야 

최재혁
참여연대
노동사회위원회 간사

최저임금에 대해 박근혜 대통령은 경제성장률·물가상승률·소득분배율 등을 고려해서 인상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한다는 공약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물가 통계는 현실물가를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는 등 박 대통령의 공약은 구체적이지가 않다.

지금 최저임금은 고용노동부의 사업체노동력 조사를 기준으로 계산할 경우 노동자 평균임금의 약 30% 정도 수준이다. 너무 낮다. 최저임금위원회가 자체적으로 생계비 조사 등을 하고 있는데 스스로도 자기들의 조사만큼도 안 되는 최저임금을 결정해 왔다.

이명박 정부 5년간 최저임금 증가는 1천원을 갓 넘겼다. 2008년 적용 기준으로 3천770원이던 것이 올해 적용은 4천860원이었다. 연평균 5.2% 증가율이다. 참여정부 때의 10.6%에 비해 절반도 안 된다. 정부는 지난 10년간 8%가량 증가했다고 홍보하고 있는데 참여정부와 이명박 정부를 합해서 겨우 이 정도가 된 것이다. 이번 최저임금 논의에서 정부는 "이만큼이나 올려왔는데 왜 아직 불만이냐"는 식의 태도를 보여서는 안 된다. 경영계도 매년 동결을 주장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달랐으면 한다.

최저임금 수준의 저임금으로 생활하는 노동자가 많은 현실을 감안해서 이번에는 과감하게 최저임금을 인상해야 한다. 노동자 평균임금의 50%가 적용될 수 있도록 힘을 모아 나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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