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기훈 기자

바람이 분다. 먹구름 짙다. 비가 또 웬걸, 눈이 내린다. 종잡을 수 없다니 얄궂은 봄, 그래도 4월이다. 북풍이 분다. 맞바람 친다. 햇볕 어느새 오간 데 없고 사방이 어두컴컴. 사정없는 된바람만 내내 드셌다. 황사가 날아오고 스텔스기 날아오니 웬걸, 미사일 덩달아 날아오를 태세. 총 잡을 순 없다고 사람들 길에 서니 황무지 4월은 잔인한 달. 이게 봄인가. 광화문광장 한편 저기 청년들 꼭 붙어선 것은 매섭던 칼바람 때문이다. 그런 채로 한참을 기다려야 했던 건 그 자리 연이은 평화바람 때문이다. 대학생·시민 1만명의 평화선언을 받아든 남북한과 미국의 지도자가 환한 표정으로 어깨동무한다는 장대한 서사극은 미처 사진에 담지 못했다. 불어라 봄바람, 그 바람만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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