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주의료원 노사가 11일 협상 테이블에서 만났다. 홍준표 경남도지사가 적자를 이유로 폐업 추진을 선언한 지 45일 만이다.

노사는 이날 오전 11시부터 1시간30분간 진주의료원 회의실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가졌다. 진주의료원 정상화 방안을 찾기 위한 대화였다고 한다. 이로써 진주의료원 폐업을 기정사실화한 채 “(노조를 배제하고) 직원들의 재취업과 관련해서만 대화하겠다”는 경상남도의 태도에 변화가 있음이 확인됐다.

노사 간 대화는 홍 도지사가 지난 9일 오후 도의회 도정질문에서 김경숙 민주통합당 도의원이 “진주의료원 폐업에 앞서 노조와 대화하라”고 촉구하자 이에 응하면서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전날에는 진영 보건복지부장관이 진주의료원과 홍준표 도지사를 연달아 방문해 “진주의료원 정상화”를 언급했다. 그러자 언론에서 국면전환 가능성을 담은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런데 홍 도지사는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러한 분위기에 찬물을 끼얹었다. 홍 도지사는 노사 간 대화와 관련해 “야권 도의원들이 도정질문을 통해 물어보는데 어떻게 대화를 하지 않겠다고 말할 수 있겠느냐. 원론적인 수준에서 말한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대화불가’에서 태도를 바꾼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처음부터 모든 카드를 보여 줄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의 말을 종합해 보면 홍 도지사는 진주의료원 존폐 문제를 하나의 싸움이자 승부로 여기는 듯하다. 이러한 상황에선 의료선진국에 비해 턱없이 모자라는 공공의료기관 비중(5.9%)이나 비슷한 처지에 놓인 다른 지방의료원의 사정은 무의미해진다.

일각에서는 홍 도지사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무상급식을 놓고 그랬듯이 보수의 아이콘으로 등극하는 정치적 승부수를 띄운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진주의료원 폐업을 두고 "강성노조의 해방구"라는 자극적인 수사를 수없이 되풀이하는 것을 보면 그리 틀린 말은 아닌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진주의료원이 문을 닫으면서 홍 도지사가 얻는 것은 무엇일까. 진주에서 기자와 만난 한 할아버지는 홍 도지사를 ‘홍무표’라고 불렀다.

“도민을 위해 일하라고 뽑아 줬더니, 멀쩡한 병원 문을 닫고 죽어 가는 환자를 다 쫓아내고 있어. 다시 선거 한 번 치러 봐. 무표야 무표.”

홍 도지사는 승부사 기질을 애먼 곳에 쏟아붓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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