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기훈 기자

장하나(36·사진) 민주통합당 의원이 5·4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 선거 출마를 선언했다. 장 의원은 출마이유로 “경제민주화가 민주통합당 혁신의 시작이 돼야 한다”며 “국민이 살아야 민주통합당도 산다는 것을 알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장 의원은 지난 9일 밤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매일노동뉴스>와 만나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을 하면 할수록 (직업 정치인이) 천직인 것 같다”며 “장하나발 정치실험을 끝까지 지켜봐 달라”고 말했다. 그는 이마트노조의 투쟁과 관련해 “노조가 현장에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할 것”이라며 “진짜 싸움은 지금부터 시작”이라고 다짐했다.

장 의원은 “듣도 보도 못한 평범한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며 “저 하나로 인해 쌍용자동차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지만 어떤 사안이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국민들이 저를 잘 활용해 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장 의원은 의정활동은 10개월밖에 안 됐지만 정당 활동은 10년차다. 제주지역의 장애인 인권운동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돈을 벌기 위해 식당 서빙 등 수 많은 아르바이트를 섭렵했다. 장하나 의원실의 팀명은 ‘사람·일·지구’다. 법안을 발의할 때도 이 같은 팀명이 새긴 도장을 찍는다. 여느 의원실과 달리 관계도, 호칭도 수평적이다. 장 의원은 2003년 열린우리당 창당준비위원회 활동을 계기로 정치를 시작했다. 19대 국회에 청년비례대표로 입성해 지명직 최고위원까지 올랐다. 제주 해군기지 문제와 쌍용차 문제, 이마트 불법파견 문제 해결을 위해 각종 투쟁 현장에서 주민 노동자들과 호흡하고 있다.

- 의정활동을 한 지 10개월이 지났다. 바빴을 것 같다.

"사람들은 국회의원에 대해 계파·전문성·네임밸류·말빨 등의 요소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나에겐 그런 요소가 하나도 없었다. 고향도 제주도여서 그야말로 변방 출신의 평범한 청년이었다. 그래서 '정치인답지 않다'는 말을 많이 듣는다. 그 평가가 마음에 든다. 자연인 장하나와 직업 정치인이 된 후 장하나가 다르지 않아 다행이다. 조금 오버하면 일을 하면 할수록 정치인이 천직'이라는 생각이 든다.(웃음)

지금도 곳곳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노동현장을 생각하면 자괴감을 느끼고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때는 무력감도 많이 느낀다. 하지만 행복할 때도 적지 않다. 나만을 위해 하는 일이 아니라 우리 사회를 위해 하는 일이라는 점이 일단 적성에 맞는다. 가장 행복할 때는 나의 존재가 사회라는 유기체 속에 어우러지며 보탬이 될 때다. 수많은 현장을 다니며 국민들과 호흡하고 함께 사는 법을 나눌 수 있어 행복하다."

- 스스로 의정활동을 평가한다면.

"일단 여전히 진행되는 노동자들의 고공농성을 생각하면 환노위 의원으로서 죄송스럽고 또 미안하다. 국회 입성 후 가장 해 보고 싶었던 일은 환노위 활동이었다. 노동과 환경이 생존의 문제라는 걸 국민에게 알리고 싶었다. 저 또한 다양한 비정규직을 전전하며 노동 소외를 경험했다. 일을 하기 위해 인간의 존엄을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감내해야 하는 것이 참담했다. 영세사업장 등을 전전하다 보니 노조가 없었다. 동지가 있는 삶이 어떤지 궁금했다. 노조에 대한 부러움과 로망이 있었다. 그런 면에서 무노조 경영을 깨고 노조를 설립하게 한 이마트 공대위 활동은 의미 있는 성과였다.

환경의 문제도 더 이상 개발의 하위범주에 속하는 문제가 아니라는 걸 조금은 알려 낸 것 같다. 환경이 망가지면 사회적 약자가 가장 먼저, 가장 많이 피해를 본다. 그간 활동에 대해 100점 만점에 50점을 주고 싶다.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은 것 같다. 그 이유는 아직 정치실험이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무것도 가지지 못한, 듣도 보도 못한 한 청년이 여전히 정치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 이마트 노조탄압을 밝혀내는 활동을 통해 적지 않은 성과를 거둔 것 같다.

"이마트 투쟁은 각별하다. 노조를 만들기 가장 힘든 유통업계에서 이마트를 계기로 노조 조직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하지만 이마트는 아직도 진정 어린 사과를 하지 않고 비정규직 문제를 선도하는 것처럼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노조 설립은 헌법에 보장된 기본권이다. 이마트는 불법을 저지른 것에 대해 시정조치를 한 것에 불과하다."

- 최고위원으로 출마한 이유는 무엇인가.

"민주통합당의 혁신 속에 국민이 배제돼 있다. 민주통합당의 차기 지도부를 뽑는 전당대회가 계파싸움으로 변질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까웠다. 국민과 민주통합당을 사랑하는 당원들에게 죄송한 마음에 최고위원으로 출마하게 됐다. 국민을 위한 혁신을 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싶었다.

총선·대선 패배에 대해 당에서 여러 진단이 나왔다. 그런데 단 한 부분도 공감되는 것이 없었다. 계파청산은 혁신의 본질이 아니다. 국민은 먹고사는 문제에 관심이 많다. 사회가 양극화된 것에는 민주통합당도 책임이 있다. 국민이 어디에 관심이 있고 무엇을 원하는지 보여 주고 싶었다. 핵심 키워드가 경제민주화다. 경제민주화가 민주통합당 혁신의 시작이 돼야 한다."

- 경제민주화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 달라.

"잃어버린 경제민주화 15년을 만회하자는 것이다. 죽음에 이르는 경쟁, 아무리 일해도 나아지지 않는 생활, 날이 갈수록 심해지는 양극화로 인해 국민들의 숨은 지금 턱까지 차오른 상태다. 민주통합당이 이를 해결하지 못하는 한 절대 국민의 지지를 받을 수 없다. 민주통합당은 지금 국민의 민원이 아닌 자기들의 민원을 해결하기 위해 내부에서 싸우고 있다.

일부에서는 외연 확대를 위한 중도화를 주장하는데 그건 100% 틀린 진단이다. 정치적 중도성향과 경제적 중산층은 질적으로 다르다. 경제민주화는 국민을 살리는 정치강령이다. 국민을 살려야 민주통합당도 살 수 있다. 최고위원에 당선되면 경제민주화 추진위원회를 설치해 금융·부동산·일자리·민생·가계 ·부채 소위원회를 설치해 먹고사는 문제에 신속하게 대응할 것이다. 사회 양극화와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원내·원외 협동공간으로 활용하겠다는 것이다. 민원을 해결하는 사랑방이 됐으면 한다."

- 어떤 국회의원이 되고 싶나.

"현장방문에 그치지 않고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국회의원이 되고 싶다. 듣도 보도 못한 평범한 사람도 정치를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싶다. 우리 일상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불안정·미조직 노동자들의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다. 나 하나로 인해 쌍용차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안다. 하지만 어떤 사안이든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저를 잘 활용해 줬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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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 의원은]
77년 6월 서울 출생
96년 2월 제주여고 졸업
2003년 3월 연세대 철학과 졸업
2004년 6월~2007년 8월 열린우리당 제주도당 대변인
2007년 8월~2011년 5월 민주당 제주도당 대변인
2012년 5월~현재 제19대 국회의원(환경노동위원회 위원)
2012년 5월~2012년 8월 민주통합당 원내부대표
2012년 8~11월 민주통합당 최고위원
2013년 1월~현재 천주교인권위원회 인권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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