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월산
공공운수노조·연맹 국제국장
(PSI 한국가맹조직협의회
집행위원장)

이달 5~6일 싱가포르에서는 국제산별노조인 국제공공노련(PSI) 아시아태평양지역 집행위원회(APREC)가 열렸다. 지난해 11월 PSI 세계총회에서 새 지도부가 선출된 후 열린 첫 회의로 적지 않은 의미가 있는 자리였다.

이번 회의에서는 PSI 역사상 처음으로 여성 대표로 선출된 로사 파바넬리 사무총장을 비롯해 PSI 상근자와 아태지역 가맹조직 대표들이 참석해 공공부문 노동계가 처한 정세와 올해 사업계획을 공유했다.

PSI 한국가맹조직협의회(공무원노조·보건의료노조, 공공운수노조·연맹, 전력노조)에서는 현정희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서울대병원 분회장(전 공공운수노조·연맹 부위원장)이 대표로 참석했다. 이 밖에 소방관노동자들의 조직인 소방발전협의회(소발협) 운영위원들도 참가해 한국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현실을 알리고 아태지역 공공부문 노동계와 현안을 공유했다.

파바넬리 사무총장은 “세계경제 위기가 발생한 지 5년이 지났음에도 각국 정부들이 여전히 경제위기를 빌미로 공공서비스 지출 삭감과 공공부문 민영화를 강행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양질의 공공서비스를 책임져야 하는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업무수행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파바넬리 사무총장은 특히 과테말라·터키·한국에서 발생하고 있는 공공부문노동자 탄압에 대해 우려를 표했다. 그는 “민영화 저지와 사회공공성 사수를 위해서라도 공공부문 노동자의 노동기본권 쟁취가 최우선적으로 해결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올해 6월로 예정된 국제노동기구(ILO) 총회에서는 공공부문 노사관계와 관련 기준을 규정하는 ILO 151호 협약(공공부문에서의 단결권 보호 및 고용조건의 결정 절차에 관한 협약)의 세계 이행 현황에 관한 사항이 심의된다.

PSI 아태집행위원회에 따르면 아태지역에서는 151호 협약을 비준한 정부가 없다. 이에 따라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기본권이 심각하게 침해받고 있는 상황이라고 위원회는 전했다. 아태집행위는 아태지역 가맹조직들에게 ILO 총회 대응 활동을 강력히 펼칠 것을 주문했다.

파바넬리 사무총장은 “최근 가이 라이더 ILO 사무총장을 만나 한국 정부의 공무원노조 불법화와 공공부문 노동자해고 등 공공부문 노동탄압이 ILO 총회에서 반드시 규탄받도록 협조해 줄 것을 요청했다”며 “한국 가맹조직의 ILO 총회 대응활동을 최대한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PSI 아태집행위는 이번 회의에서 한국 소발협을 신규가맹 조직으로 승인했다. 한국 공무원노조법에서는 소방관의 노조설립을 금지하고 있다. 소발협은 “한국 정부의 탄압 속에서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해 어려운 활동을 이어 나가고 있다”며 “PSI 가입을 통해 국제연대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PSI는 다음달 세계집행위원회를 열고 소발협을 신규조직으로 최종 승인할 예정이다. PSI 아태집행위는 한국 진주의료원 폐업사태와 남원의료원 단체협약 해지통보 투쟁에 지지의사를 밝히고, 공공의료 사수와 공공부문 노동기본권 쟁취를 위한 연대성명을 채택했다.

한국 가맹조직들은 이번 회의를 통해 공공부문 노동자들의 기본권 투쟁에 대해 국제적으로 알려 내고 많은 지지를 확보했다. 앞으로 한국 가맹조직들은 PSI와 함께 ILO 총회 대응계획을 구체화하고 한국 공공부문 노동자 투쟁을 위한 국제연대를 조직할 것이다. 또 PSI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아태지역을 비롯한 세계 공공부문 노조와 연대활동을 강화할 것이다.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