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유성기업은 이명박 정부 시절 민주노조 와해공작이 이뤄진 대표적 사업장이다. 2011년부터 2012년 9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청문회 직전까지 창조컨설팅은 회사에 직장폐쇄와 복수노조 설립을 통해 금속노조를 와해시킬 방법을 자문했다. 원청인 현대자동차는 유성기업 사측이 공격적으로 노조탄압에 나서도록 부추겼다.

하지만 청문회와 고용노동부 압수수색에서 회사의 각종 부당노동행위가 명백하게 밝혀졌음에도 지금까지 그 누구도 처벌받은 이가 없다. 대전지방고용노동청으로부터 사건을 송치받은 대전지검 천안지청은 4개월 가까이 보강수사를 하라고 수차례 사건을 되돌려 보내고만 있다. 기가 막힐 노릇이다. 검찰은 마치 이 사건이 잊히기만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렇게 검찰이 시간을 끄는 사이 유성기업 현장은 그야말로 엉망이 돼 가고 있다. 그리고 회사는 민주노조가 약화된 기회를 이용해 막대한 이득을 얻고 있다. 유성기업이 노조탄압을 전후로 어떻게 변했는지 회사의 공시자료를 가지고 살펴보자.

가장 단적인 변화는 회사의 이익과 노동자의 임금 변화다. 유성기업의 당기순익은 2년간 58% 증가한 반면 노동자 실질임금 총액은 같은 기간 1% 하락했다. 유성기업이 현대·기아차 등에 납품하는 피스톤링과 실린더라이너의 평균 납품가는 같은 기간 각각 21%, 22% 증가했다. 납품단가가 올랐는데도 임금은 깎였으니 이익이 급증하지 않을 수가 없다. 유성기업이 이렇게 해서 지난해 번 돈이 115억원이다. 사상 최대다.

이게 다가 아니다. 회사는 그동안 금속노조가 향상시켜 놓은 노동조건을 파괴하며 노동강도를 크게 강화했다. 회사 안에 기업노조가 만들어진 뒤 아산공장 노동자 1인당 생산량은 그 전보다 28% 증가했다. 영동공장 역시 13% 증가했다. 이렇게 노동강도가 올라가다 보니 당연히 추가 노동시간이 줄어들었고 노동자들의 임금도 감소했다.

생산량 증가는 설비투자로 인한 것이 아니다. 직장폐쇄 전 2009년부터 2010년까지 2년간 설비투자액이 262억원이었는데, 노조탄압 시기인 2011년부터 지난해까지 설비투자액은 211억원으로 오히려 51억원 감소했다. 사측 사업계획에 따르면 올해 설비투자는 훨씬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회사 입장에서는 기업노조 덕분에 회사가 원하는 대로 노동강도를 올릴 수 있으니 설비투자를 할 필요도 없게 된 셈이다.

회사의 중장기적 경영전략 측면에서도 큰 변화가 발생했다. 노조의 외주화 견제와 투자요구에서 자유로워진 회사는 아예 노조가 없는 계열사로 고수익 제품을 몰아주며 이익을 다른 곳에서 더 증가시키고 있다. 회사는 영동공장에서 생산 중인 제품과 비슷한 제품을 Y&T파워텍에서 생산 중인데, 직장폐쇄가 이뤄진 2011년을 기점으로 이곳에 대한 투자를 대폭 늘렸다. 직장폐쇄를 한 2011년부터 2년간 Y&T파워텍의 설비투자액은 본사인 유성기업보다 50% 많았다. 올해부터 2년간은 아예 유성기업보다 5배 가까이 많은 투자를 진행할 예정이다. 이런 결과 지난해 Y&T파워텍의 순익은 본사인 유성기업보다 많은 131억원을 기록했다.

유성기업 사측은 이런 지표에 대해 반론을 제기하기도 한다. 유성기업에서 만드는 제품 자체는 여전히 수익성이 낮으나 유성기업에 OEM(주문자위탁생산)으로 납품을 하는 계열사 제품들이 수익성이 좋기 때문에 유성기업이 돈을 벌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그리 설득력 있는 이야기가 아니다. 현대차 입장에서 엔진부품을 납품하는 유성기업과 계열사들의 부품은 따로따로가 아니라 하나의 세트이기 때문이다. 실제적 원·하청 거래관계에서 보면 현대차는 유성기업그룹 각각의 제품에 대해 개별적으로 원가와 마진을 고려하지 않는다. 유성기업 오너 입장에서도 그 제품들은 모두 자신의 기업에서 만드는 것이고, 현대차 입장에서도 그 제품들은 한 사람이 소유한 기업들에서 납품하는 것들이다.

유시영 유성기업 회장이 이사로 있는 7개 회사의 총 순익은 2012년 400억원 가까이 된다. 유 회장에게는 아마도 2011년 노조탄압이 꽤나 돈이 남는 장사였을 것이다. 용역깡패나 창조컨설팅 비용을 모두 뽑고도 남았을 것이다.

반면에 금속노조 유성기업 아산지회장은 목에 밧줄을 걸고 사용자 처벌을 주장하며 고공농성을 151일이나 진행해야 했고,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은 십수 년 뒤로 후퇴했다.

유성기업에서 모든 것을 되돌려 놓고 사용자에게 책임을 물어야 한다. 그렇지지 않으면 용역깡패와 불법 컨설팅사가 한국 기업들의 가장 매력적인 고수익 투자처가 될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저작권자 © 매일노동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