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운동사>가 다시 돌아왔다. 이원보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이사장이 최근 <한국노동운동사 100년의 기록-개정증보판><사진>을 내놓았다. 2005년 초판을 발간한 지 8년 만이다.

저자는 <한국노동운동사>에서 한국 노동운동 태동기부터 이명박 정권에 이르기까지 100년의 역사를 오롯이 담아냈다. <한국노동운동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노동운동은 조선 말기 혼란과 일제강점, 민족해방·정부 수립·개발독재·신군부 폭압 속에서 시련을 딛고 성장해 갔다. 70년 전태일 열사의 죽음은 한국노동운동사에 한 획을 그었다.

그런 가운데 한국 노동운동은 87년 노동자 대투쟁 이후 비약적 성장을 맞았다. 전국노동조합협의회(전노협)를 발판으로 민주노총이 건설됐다.

그렇다면 저자는 개정증보판을 통해 무엇을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이원보 이사장은 서문에서 “이 책의 초판을 낸 지 8년이 됐다”며 “그 사이 노동환경과 노동운동은 많이 변화했다”고 운을 뗐다. 그는 '97년 체제' 이후 노동운동의 위기에 주목했다.

“쓰나미처럼 밀어닥치는 신자유주의 정책과 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경영 합리화에 밀려 치열한 투쟁이 벌어졌다.”

“기업별노조의 관성이 노조운동의 발목을 강하게 틀어쥐고 노동자 전체의 힘의 확장과 집중을 방해했다.”

“비정규·중소·영세 노동자는 고통스럽기 그지없는 삶을 이어 가고 정규직 노동자는 자본이 강요하는 치열한 경쟁과 고용불안에 내몰리게 됐다.”

“진보의 동토 위에 어렵게 쌓아 올린 노동자 정치세력화의 영광과 환희는 매우 짧았다.”

저자가 진단한 한국 노동운동의 현실이다. 초판이 나온 2005년은 노무현 정권 중반부였다. 때문에 개정증보판에는 당시에는 쓸 수 없었던 97년 외환위기 이후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노동정책, 노동조건 후퇴와 비정규 노동자 급증, 이명박 정권의 가중된 압박과 노동운동 위기를 담아낸 제9장 ‘외환위기와 노동운동의 시련’ 편이 추가됐다.

저자는 “최근의 상황은 어느 것 하나 뚜렷한 대안이 제시되지 않은 채 지나치게 오래가고 있다”며 “근거 없는 낙관도 좋지 않지만 비관이 오래가면 허무감에서 빠져나오기 어려워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가중되는 어려운 조건을 헤쳐 나가는 침로(針路·나침반이 가리키는 방향)를 찾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개정증보판을 썼다”고 밝혔다. 저자가 초판 서문에서 밝힌 “노동운동의 길찾기를 위하여”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노동의 위기를 극복해 가기를 바라는 간절한 소망이 엿보인다.

저자는 개정증보판에서 초판의 골격을 유지하면서 당시 누락된 중요한 역사적 사실을 추가했고, 간단한 평가를 보탰다. 노동운동에 영향을 미친 사건을 중심으로 ‘한국노동운동사 연표’(1801~2012년)를 재편성한 대목이 눈에 띈다.

저자는 끝으로 "노동의 희망"을 말했다. 위기의 노동이지만 희망의 노동이기도 하다고.

“노동운동의 장래를 걱정하는 사람도 많고 위기의 책임을 묻는 준엄한 질책도 있다. 그러나 그 누구도 ‘노동이 희망’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는 듯하다. (…) 스스로 주어진 상황을 냉정하게 진단하고 처음부터 다시 시작한다는 각오로 부단히 자기혁신을 펴 나감으로써 새로운 도약을 치열하게 모색해야 하는 것이 지금 할 일이다.”



* 464쪽/ 한국노동사회연구소 펴냄/ 2만2천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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