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노사정위원회의 시간

실근로시간단축 권고안 채택에 부쳐

1. 노사정위원회.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가 정식 명칭이다. 노사정 3자가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 사회정책 등을 협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이고, “대통령의 자문에 응하게 하기 위하여” 설치된 대통령 소속 위원회다(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법 제1조). 1998년 1월15일 출범했다. 이후 이 나라에서 노동법 개정과 관련된 노사정 사이의 논의는 이 기구를 통해서 이뤄졌다. 근래 복수노조, 전임자급여 등의 문제도 이 기구에서 논의됐고 그 뒤 노조법 개정으로 시행됐다. 이 나라 노동운동과 노동법 개정에서 지난 15년간 노사정위원회와 무관하게 전개되지 않았다. 노사정위원회에 공식 참여했건 아니건 이 나라 노동운동은 노사정위원회를 지켜보고 그 논의와 결정, 권고에 관해 논평하고 관계해왔다. 돌이켜 보면 한국노총이든 민주노총이든 노사정위원회를 넘어서서 노동운동을 전개하지 못했다. 지난 15년, 이 나라 노동운동은 노사정위원회의 시간으로 흘러왔다. 노동자 대표가 참여한 결정이든, 그렇지 않은 공익위원들의 권고든 그 결정과 권고로 노동자 권리와 노조 활동에 관한 노동법 개정이 추진돼왔다. 그리고 노동시간단축에 관한 권고안 채택을 했다. 지난 4일 노사정위원회는 실근로시간단축위원회를 개최해 ‘실근로시간단축을 위한 공익위원 권고안’을 채택했다.

2. 이날 채택한 권고안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하는 근로기준법 개정이 주된 것이었다. 즉 휴일근로 또는 연장근로에 관계없이 법정근로시간을 초과해 허용되는 근로시간의 상한은 1주일(7일)간 12시간임을 명시하는 내용으로 근로기준법을 개정하고, 다만 기업 규모에 따라 단계적으로 적용하며, 예외적으로 특별연장근로를 허용하되 그 실시요건, 노사 대표의 서면합의절차, 상한 등을 법령에 명확히 규정하도록 했다. 이에 더해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을 확대하고,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또한 노사는 주야간 맞교대제를 합리적·인간적 형태의 교대제로 개편하도록 노력하고, 근로시간 단축에 따른 소득감소를 최소화하기 위해 노동의 집중도를 높이고 생산기술을 혁신함으로써 생산성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뭔가. 이 권고안이란 것이 도대체 무엇인가.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해주고서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확대와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의 도입이라니. 탄력적 근로시간의 단위기간을 확대하면 사용자는 그 단위기간 중 특정시기 초과근로에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는 것이고 근로시간저축계좌제도를 도입하면 사용자가 필요해서 초과근로를 시켜도 그걸 근로자가 휴일·휴가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니 사용자는 초과근로수당을 절감하면서 유연하게 근로자의 근로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다. 그러니 휴일근로를 연장근로로 포함시켜 주고서 탄력적 근로시간제 확대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권고안은 노동자에게 하나를 주고서 노동자로부터 다른 하나를 빼앗아서 사용자에게 주겠다는 것이다. 교대제에 관해 살펴보면 주야 2교대제를 합리적·인간적 형태의 교대제로 개편하되 근로자 소득감소의 최소화를 위해 노동 집중도를 높이는 등 생산성의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노사정위원회 스스로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형태의 교대제로 인정한 주야 2교대제를 개편하도록 하면서도 그에 따른 노동시간 단축에 따른 근로자 소득감소를 노동 집중도의 향상, 즉 노동강도 강화 등 생산성 향상에 노력해야 한다고 연결 지었다. 이렇게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제도의 개편이라도 노동강도 강화 등 무엇인가를 사용자에게 내줘야 한다고 노사정위원회는 권고안으로 말했다. 노사정위원회는 이 번 권고안으로 분명히 말하고 있다. 노동자에게 권리를 주겠노라. 다만 네가 가진 다른 권리를 사용자에게 내놓아라.

3. 그런데 이것을 어째야 할까. 휴일근로는 당연히 연장근로에 포함돼야 하는 것이다. 주야 2교대제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이니 폐지돼야 하는 것이다. 노동자가 무엇인가를 사용자에게 내줘야만 포함되고 폐지돼야 하는 것이 아니다. 이미 수도 없이 말해왔듯이 연장근로에 관한 근로기준법 제53조는 당사자 간 합의로 1주간에 12시간을 한도로 제50조의 근로시간, 즉 1주간 40시간(제1항)과 1일 8시간(제2항)을 연장할 수 있도록 정했다. 1주간 40시간을 연장해서 근로하는 것일 수밖에 없는 휴일근로는 당연히 근로기준법 제53조의 연장근로인 것이다. 그런데도 고용노동부는 제멋대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석해서 법집행 해왔다. 이 고용노동부 해석에 따른다면 1주간 52시간까지 연장근로에 더해 휴일 2일의 근로시간까지 무제한의 장시간근로가 당사자 간 합의로써 사용자에게 보장되고 만다. 이로 인해서 우리의 노동현장에서 위법한 장시간근로가 만연한다. 지난해 고용노동부는 행정해석을 시정해서 법집행을 하면 되는데도,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추진했다. 이것이 박근혜 대통령의 대선 공약에 포함되기도 했다. 다시 말하지만 근로기준법 제53조에서 정한 1주간에 12시간 한도의 연장근로에는 휴일근로까지 포함한 것이다. 1주간 40시간 법정근로시간을 연장해서 하는 모든 근로시간이 12시간까지인 것이다. 그런데도 노사정위원회는 고용노동부의 추진방침대로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휴일근로를 연장근로에 포함시키도록 하는 권고안을 채택했다. 고용노동부의 해석을 당연히 전제하고서 노사정위원회는 고용노동부의 추진방침대로 이러한 권고안을 채택했다. 이와 함께 탄력적 근로시간제의 단위기간 확대 등 근로시간의 유연 활용 방안을 확대 도입해야 한다고 했다. 결국 노사정위원회는 현행법으로도 당연히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관한 권리로 보장된 것을 근로기준법 개정으로 이를 보장하겠다면서 사용자를 위해서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관한 권리를 저하시키는 제도의 도입을 권고하는 안을 채택한 것이다. 이처럼 이번 권고안을 통해서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자의 노동시간에 관한 권리를 저하시키도록 하고 있다. 주야간 맞교대제에서 노동자는 통상적으로 1일 10시간 반 이상의 근로를 한다. 거기다 상시적으로 1일의 휴일근로를 한다. 주간연속 2교대제가 실시되기 전에 현대자동차, 기아자동차가 그랬다. 근로기준법 제53조가 정한 연장근로 한도 1주간에 12시간 한도, 즉 1주간 52시간을 초과해서 근로하는 근로형태일 수밖에 없다. 이처럼 이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주야간 맞교대제는 근로기준법에 반하는 위법한 근로시간제로 운영되는 근로형태다. 따라서 단 하루라도 생존하도록 둬서는 안 되는 것이다. 그런데도 아직도 제조업을 중심으로 광범위하게 운영되고 있다. 지금도 수많은 사업장에서 사용자는 기존 주야간 맞교대제에서 지급받았던 임금수준을 지급받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무기로 삼아서 이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으로 근로시간을 운영하고 있다. 그렇다면 어찌해야 하는가. 당연히 이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이며 위법한 근로시간을 당장 중단하도록 노사정위원회는 결의하거나 권고해야 했다. 그런데 노사정위원회는 노동의 집중도를 높이는 등으로 생산성 향상으로 근로자의 소득감소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고 교대제 개편에 따른 근로시간 단축과 생산성 향상을 연결 짓는 권고안을 채택하고 말았다. 위법한 근로시간제라면 당장 폐지할 것을 결의하고 권고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동강도 강화 등과 연결 지어서 하는 권고안은 노동자에겐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것이다. 노사정위원회가 합리적이고 인간적인 권고를 하고자 했다면 아무런 조건 없이 기존 임금 저하 없이 주야간 맞교대제를 개편하도록 권고해야 했다. 이처럼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권고안을 채택한 노사정위원회는 이 나라 노동자의 눈에는 비합리적이고 비인간적인 노사정의 합의기구로 보여야 한다.

4. 오늘도 노조는 최상급의 국회부터 아래 사업장까지 교섭과 협상으로 정신이 없다. 그 중에서도 노사정위원회는 법으로 공식 선언한 노동자, 사용자, 정부의 노사정 3자의 합의기구다. 그야말로 대한민국에서 노사정이 “노동정책 및 이와 관련된 경제, 사회정책 등을 협의하는” 사회적 대화기구인 것이다. 지난 15년, 수많은 논의가 있었다. 노동자 권리와 노조 활동에 관한 노동정책에 관해서 노사정위원회의 수많은 결의와 권고가 있었다. 그것을 통해서 살펴보면 교섭과 협상으로 노동자 권리를 쟁취하겠다는 것은 거짓말이다. 투쟁 없이 권리 없다. 이 나라에서 노동자는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다. 이 세상에서 노동자에겐 분명히 그렇다. 괜히 헌법에다 노조법에다 파업으로 투쟁해서 노동자 권리를 쟁취하라고 규정했겠는가. 노동자는 그가 가진 것으로 사용자를 굴복시켜낼 수 없으니 교섭과 협상에서 제가 가진 권리를 내주지 않고는 새로운 의무를 설정해주지 않고는 새로운 권리를 쟁취할 수가 없다. 사용자는 바보가 아니다. 투쟁이 없는 교섭과 협상은 주고받기 거래일 수밖에 없다. 노사정위원회에서 대타협을 해서 결의하더라도, 여야의 의원들을 쫓아다니고 사용자들을 설득해서 뭔가 노동자 권리를 법전과 협약에 새겨 넣었다 해도 우리는 결국 거기서 주고받기의 누더기 권리만 읽고 만다. 아무리 좋다는 정책을 만들어 사용자와 교섭과 협상을 했다고 해도 마찬가지다. 결국 그 좋다는 것은 사용자의 손해가 되지 않는다고 설득할 근거일 수밖에 없고 그런 걸 합리적이고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떠들어대며 쫓아가게 된다. 뭐라 말해도 노동자의 새로운 권리는 사용자에게서 빼앗는 것일 수밖에 없다. 투쟁 없이 노동자 권리는 없다. 이 세상에선 어쩔 수 없이 진실이다. 노사정위원회의 시간, 15년은 이 나라 노동자에게 그렇게 말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지난 4일 노사정위원회가 채택했다는 ‘실노동시간단축을 위한 공익위원 권고안’은 말해주고 있다. 노사정위원회의 시간은 노동자 권리를 위한 시간이 아니다.

노동법률원 법률사무소 새날 대표 (h7420t@yaho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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