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병승
현대차 사내하청
해고자
이달 3일 현대자동차(주)는 제동등 점등 지연 및 불량(브레이크 페달 스위치 작동 불량)과 커튼에어백 전개시 천장부 내 지지대 이탈(에어백 불량)을 이유로 2007년부터 2011년까지 미국에서 판매된 13개 차종 186만9천736대의 리콜을 발표했다. 그러나 불법파견 노동자들은 10년이 지났지만 현대차의 대화 거부로 아직도 아스팔트와 철탑 위에 있다.

미국 소비자는 우대, 한국 소비자는 ‘봉’


현대차는 자동차에 문제가 생겼을 때 한국과 미국 소비자에 대한 대처가 다르다. 예를 들어 지난해 11월2일 미국환경보호청(EPA)은 미국에서 판매 중인 현대·기아차 13개 차량의 연비가 과장 광고됐다며 공식연비를 하향 조정해 발표할 것을 권고했다. 현대차는 미국환경보호청 발표 후 뉴욕타임즈와 워싱턴포스트에 미국법인 사장명의로 전면 사과광고를 실었다. 또한 차량 구입자 102만명에게 첫해 1인당 평균 88달러를 지급하고, 이후 차량 보유기간까지 매년 77달러를 지급하겠다는 보상대책을 발표했다. 매년 1천억원(환율 1천200원으로 계산)이 넘는 비용이다. 그러나 미국 소비자들은 보상금 중 중고차 가치하락 부분이 누락됐고 보상방법이 불편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결국 현대차는 올해 2월26일 소송자들의 요구를 수용하는 합의를 했다.

현대차는 미국에서는 권고만 해도 보상대책을 마련하고 소송을 하면 먼저 합의를 제안했다. 하지만 동일한 문제로 국내 소비자 48명이 제기한 소송은 “지식경제부 고시에 따른 것으로 연비규정 해석에 오류가 있는 미국과 다르다”며 어떤 대책도 내놓지 않고 있다. 또한 현대차는 2010년 7월22일 "현대차 사내하청은 불법파견"이라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는데도 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사내하청 노동자 1천940명이 낸 근로자지위 확인소송의 경우 몇 년이 걸려도 끝까지 가겠다고 고집을 부리고 있다. 국내 자동차시장의 80%를 독점하고 있으니 소비자는 물론 법원과 행정기관·노동자도 우습게 보이는 모양이다.

리콜비용은 충분, 정규직 전환비용은 부담?

이번 대규모 리콜 사태에 대해 현대차는 “부품을 교체하는 단순불량이지만 브랜드 이미지 유지를 위해 즉각적인 조치를 취했다”고 밝혔다. 반면 미국 고속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크루즈 컨트롤(정속 주행장치) 이상과 스마트키 이용시 시동버튼 미작동, 기어 변속레버가 움직이지 않는 문제 등이 추가적으로 발생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단순한 결함이 아닐 수 있다는 의미다. 또한 이달 2일부터 쏘나타 서스펜션 결함에 대해 추가 조사에 들어갔다.

결국 현대차는 연비과장 광고로 매년 1천억원 이상 보상해야 하고 리콜비용도 당장 들어갈 비용만 1천100억원가량 된다. 현대차는 품질 문제와 과장광고로 수천억원을 쓰고 있지만 2011년 7천760억원, 2012년 2천875억원의 판매보증 충담금(AS 및 보상비용 등)이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전문가도 인정한 정규직 전환의 ‘실익’

단순 차량결함에 대해 수천억원을 들여 조기진화에 나선 현대차는 불법파견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서는 기업경쟁력이 약해진다며 대법원 판결을 무시하고 시간끌기로 일관하고 있다. 심지어 지난달 중앙노동위원회의 불법파견 판정으로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지 않으면 최대 118억원의 이행강제금을 물어야 하는데도 돈을 내고 대법원까지 소송을 내겠다고 한다.

수천억원이 예상되는 리콜과 과장광고 보상비용에 비하면 전체 사내하청 정규직 전환비용은 1천572억원으로 매우 적은 편이다.(2011년 사내하도급 직접고용의 영향 분석 보고서·변양규 현국경제연구원 연구원)

2009년 급발진 문제로 1천400만대를 리콜한 도요타 사태는 확대된 비정규직으로 인한 품질 저하가 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현대차의 대규모 리콜사태도 불법과 차별 속에 놓여 있는 사내하청 문제가 주요한 이유로 작용했다. 정규직이 왼쪽 바퀴를 조립할 때에 오른쪽 바퀴를 조립하면서도 임금과 복지, 심지어 인격마저 차별받는 노동현장에선 고품질 노동이 보장될 수 없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으로 품질이 향상되면 리콜 보상비용이 줄어들 뿐만 아니라 브랜드 이미지와 경영환경도 개선할 수 있다.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생산력을 추세적으로 향상시킨다”는 이병희 한국노동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의 ‘사내하도급 실태와 경제적 효과’(2011년) 보고서 내용을 눈여겨봐야 한다. 현대차는 법원과 노동위원회가 결정한 대로 사내하청의 정규직 전환을 수용하는 것이 품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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