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의 모습을 드러냈다. 기획재정부가 지난 3일 대통령 업무보고를 통해 상시·지속적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1만4천여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기로 했다. 일자리 창출 유도를 위해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소득세·법인세에서 100만원 수준의 세액공제도 추진하기로 했다.

하지만 이는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와 비교할 때 초라하다.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기준이 모호하고 연도별 계획도 없는데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대책도 빠졌다. 박 대통령은 대선공약과 국정과제에서 사내하도급 근로자 보호법 제정을 추진하고 불법파견 판정(결)을 받은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을 실시하는 등 간접고용 대책을 제시한 바 있다.

4일 오후 국회 헌정기념관에서는 공공부문 비정규 노동자 10만여명으로 구성된 ‘공공부문비정규연대회의가 출범했다. 여기에는 비정규직에서 정규직(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된 이들도 상당하다. 하지만 이들은 “무기계약직은 정규직이 아닌 무기징역 노예화와 같다”고 토로한다. 임금과 근로조건에서 나아진 것이 없기 때문이다. 차별과 고용불안도 여전하다.

박근혜 정부의 비정규직 대책의 핵심은 무기계약직 전환이다. 하지만 이미 실패가 확인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공약 이상의 비정규직 대책이 필요하다.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 모범사례가 절실하다”

 

이상원
한국노총 비정규담당
부위원장

공공부문 정규직화는 무기계약직화가 아니다. 공공부문의 기간제 노동자나 무기계약 노동자 가운데는 장기간 근무한 사람이 적지 않다. 오랫동안 한 곳에서 일했다는 것은 업무에 대한 적합성과 전문성을 인정받았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들을 정규직화 해야 한다. 정위치로 돌려놓아야 한다는 말이다.

사업위탁을 포함해 지속적이고 상시적인 업무에 근무하지만 불가피하게 무기계약직으로 사용할 경우 차별을 없애야 한다.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에 따라 지난해부터 70만원 상여금과 30만원의 복지포인트를 무기계약직과 비정규직에게 지급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기준은 누가 정한 것인가. 노사 간 대화 한 마디 없다가 이채필 전 고용노동부 장관이 예산편성 때문에 끼워 맞추기식으로 배정한 것이 마치 가이드라인처럼 적용되고 있다. 적어도 정규직과 수평적 비교가 될 수준으로 재조정해야 한다. 비정규직과 무기계약직의 허탈감이 크다.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 때문에 기획재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업무보고를 했지만 이런 내용은 하나도 없다. 실망스럽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문제 해법은 정규직으로 가는 길을 활짝 열어두는 것이다. 정규직 전환의 모범사례가 나오면 다른 공공기관으로 빠르게 확산될 것이다. 지금은 모범사례가 절실한 때다.

"알맹이도 의지도 없어 … 평생 차별 고착화"

 

박준형
공공운수노조연맹
공공기관사업팀장

고용노동부와 기획재정부 등 각 부처가 업무보고에서 밝힌 비정규직 대책을 요약하자면 “알맹이가 없다”는 것이다. 우선 공공부문에는 애초 약속보다 정규직 전환 규모와 범위가 크게 부족하다. 공공기관 직접고용 비정규직 3분의 1 정도만 정규직 전환 대상으로 제시됐다. 규모가 더 큰 지자체, 학교에는 대략적인 방향조차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언급한 직접고용 비정규직 중 정규직 전환 규모로 보아, 상시업무 선정 기준도 자의적으로 적용될 것이 우려된다. 게다가 문제가 더 심각한 간접고용 비정규직 문제 해결은 언급조차 안됐다. 제도 개선 의지도 미흡하다. 저임금을 강요하는 총(액)인건비제·총정원제도 개선·예산 확보 대책 없이는 무용지물이다. 결국 저임금 ‘무기계약직’이라는 또 다른 ‘평생 차별’로 귀결될 수 있다. 이어 비정규직 대책으로 특수고용노동자에 대한 사회보험 일부적용과 노사분쟁 조정제도 도입이 제시됐다. 특수고용노동자를 ‘노동자’로 인정하고 근로기준법부터 적용하면 해결될 일을 정부가 나서서 오히려 복잡하게 만들고 있다. 정규직 전환 민간기업에 대한 세액공제제도 확대 재도입도 약속됐지만 이 제도는 정부 스스로 밝힌 과거 실적을 볼 때 비정규직 확산을 막는데 한계가 많았다. 비정규직 사용을 제한하는 법제도 개정, 대기업의 원하청 불공정거래를 규제하는 경제민주화 정책 등이 빠진 상태라 실효성이 약할 수밖에 없다.

한편 정부는 이른바 ‘공공기관 합리화 정책’, 공공부문 정규직 전환계획을 4~6월 마련한다고 한다. 공공기관 기능·구조조정과 인력 계획이 담길 것이다. 이 과정에서 ‘정규직 일자리’를 공공부문 고용정책의 기준으로 확인하자. 오늘은 상급단체를 가리지 않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뭉친 ‘공공부문 비정규직 연대회의’라는 대표기구가 출범한 날이다. 제대로 된 공공부문 비정규직 대책을 만들기 위해서는 현 정부에 유행하고 있는 정부 관료들 사이에 TF, ‘협업’ 이전에, 이들 비정규직 노동자 주체들과의 대화에 나서는 게 먼저다.

"공공부문 비정규직 정규직화 로드맵 4월 발표"

 

시민석
고용노동부
공공노사정책관

정부는 불합리한 비정규직 사용 관행을 해소하기 위해 상시적이고 지속적인 업무에서 근무하는 비정규직을 무기계약직으로 전환할 방침이다. 정부가 비정규직 차별개선과 처우개선을 위해 선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다.

그런 차원에서 지난 2011년 말 정부 관계부처가 합동으로 비정규직 대책을 마련해 시행 중이다. 또 박근혜 대통령 공약사항이자 국정과제로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가 포함된 상태다.

그런 만큼 고용노동부도 현재 관계부처와의 협의를 통해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화를 위한 로드맵을 마련하기 위해 논의 중이다. 이달 중으로 관련 로드맵이 완성될 예정이다. 계획이 마련되면 그에 따라 차질 없이 추진할 것이다. 정규직화의 대상이 되는 상시·지속적 업무에는 과거 2년 동안 근무해왔고 앞으로도 2년 이상 지속이 예상되는 업무들이 포함된다.

한편 정부는 학력과 같은 스펙을 초월해 실력 있는 젊은 인재들이 적재적소의 일자리에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지원할 방침이다. 공공부문부터 선도적으로 고졸자 채용 관행을 안착시킬 계획이다.

“새 정부 비정규직 대책, 이제 시작이다”

 

김성태
새누리당 의원
(국회 환노위
새누리당 간사)

기획재정부가 상시·지속적인 업무에 종사하는 공공기관 비정규직 1만4천여명을 2015년까지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계획을 발표했다. 기재부는 또 중소기업이 비정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할 때 소득세·법인세에서 세액공제를 해주는 제도를 재추진하겠다고 밝혔다.

2011년 9월부터 새누리당 비정규직대책특별위원장으로서 정부와 함께 준비했던 비정규직종합대책이 마침내 가시적인 성과를 내고 있어서 무척 반갑고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이번 계획을 통해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이었던 공공부문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이 보다 본격적으로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아울러 민간부문으로도 확대될 수 있도록 더욱 다양한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 할 것이다.

물론 앞으로 개선하고 보완해야 할 과제 역시 많이 남아 있다. 전환 대상이 되는 상시·지속적 업무에 대한 세부적인 판단 기준이 보다 명확히 정리될 필요가 있다. 각 연도별 전환 계획에 따른 재원조달 방안도 구체적으로 수립돼야 한다. 또 계약직뿐만 아니라 간접고용 형태로 이뤄지는 비정규직에 대해서도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비정규직 문제에 대한 새 정부의 해결의지다. 고용노동부뿐만 아니라,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정부 전체가 적극적으로 나서서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질 좋은 일자리를 늘려나가기 위한 노력을 국회에서도 함께 해나갈 것을 약속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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