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2월 집배원들이 처음으로 미지급된 시간외수당 지급을 요구하는 소송을 하면서 집배원의 장시간 노동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우정사업본부가 파악하고 있는 인력현황은 어떨까. 지난달 우정사업본부가 김한표 새누리당 의원에게 보고한 ‘청별 집배인력 산출 결과’ 자료에는 전국 9개 지방청별 소요인력과 배치인력이 계산돼 있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소요인력과 배치인력이 일치한다는 점이다. 정말 알맞은 인력을 운용하고 있는 것일까. 자료에 따르면 9개 지방청별 인력을 재배치하면 인력부족 문제가 해결된다.

하지만 현장 집배원들의 말은 다르다. 집배원들은 “관리자들이 하루라도 집배 업무를 같이 해 봐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부산지역 우체국에서 일하는 A씨는 “현장에서는 시간외근무가 매일 4시간씩 발생한다”며 “본부 발표대로라면 시간외근무 자체가 발생해서는 안 된다”고 비판했다. 그는 “관리자들은 우편물이 줄었기 때문에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말하는데 세대수는 오히려 늘었기 때문에 업무량이 줄어드는 게 아니다”며 “집배원들은 발바닥이 터져서 피가 흐르는데 관리자들은 물량 데이터만 가지고 얘기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우정사업본부는 92개 단위 업무별 표준시간을 적용해 집배인력을 산출한다. 최근 기자와 만난 집배원 B씨는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그는 “외근을 하기 때문에 날씨의 영향을 많이 받고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할 때가 많다”며 “시스템이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이달 3일 홍만표 우정사업단장은 집배업무의 효율화를 추진하겠다고 국회에 보고했다. 주요 내용은 △순로구분기 운영의 효율화 △관서 간 집배인력 재배치 △배달용 차량 활용도 제고 △집배원 간 집배부하량 평준화 추진 등이다.

이에 대해 우정노동자회 관계자는 “효율화라는 것은 적정인력이 있는 상황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라며 “인력이 비현실적으로 부족한 상황에서 인력의 효율적 운영은 코미디”라고 말했다. 인력충원 말고는 답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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