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한국의 완성차 5개 업체 중 3개 업체가 외국계다. 미국 GM이 소유한 한국 GM에서는 1만 7천여 노동자가 80만대의 차를 생산하고 있다. 마힌드라가 소유한 쌍용차에서는 4천300여 노동자가 12만대의 자동차를, 프랑스 르노가 소유한 르노삼성차는 4천800여 노동자가 15만대의 차를 생산하고 있다.

외투기업 완성차 3사의 총 매출액은 20조원이 넘고, 취업유발계수를 감안하면 약 30만 노동자의 고용에 영향을 미친다. 보통 정부와 언론은 자동차산업 이슈로 현대기아차만을 다루지만 이들 외투기업 3사는 정부나 언론이 생각하는 것보다 사실 한국 경제에서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그런데 이들 자동차 3사가 위태롭다. 단순하게 자동차 생산과 판매의 등락이 있는 것이 아니라 올해 기업 전망에 구조적인 문제들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먼저 한국 외투기업 중 규모가 가장 큰 한국 GM은 GM의 글로벌 재편 과정에서 여러 타격을 입고 있는 상황이다. 이미 십여 개 부품사까지 생산 준비를 시작하고 있는 크루즈 후속 모델의 생산이 작년 말 취소됐고, 최근에는 캡티바 후속 역시 한국에서 소량만 생산될 것이라는 소문이 떠돌고 있다. 한국 GM은 지금까지 4개의 공장에서 80만대의 완성차와 120만대의 CKD(반조립품)를 GM에 공급하며 글로벌 생산기지 역할을 해왔는데, 2012년 이후 이 지위가 심각하게 흔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유는 간단하다. GM 본사에서 크게 관심을 쏟지 않았던 소형차가 세계경제위기 이후 주목을 크게 받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2008년 이전까지 미국 본사의 관심은 금융사업부와 픽업트럭과 고급세단과 같은 고가의 차들이었다. 그런데 2008년 이후 세계적으로 소형차 시장이 크게 성장하고, 미국 본사 역시 크루즈와 같은 소형차에서 막대한 수익을 얻으면서 한국에서 생산 중인 소형차를 미국 본토를 비롯해 전략적 시장에서 생산하기 시작했다. 소형차가 글로벌 시장에서 중요해지자 지금까지 소형차를 전담해오던 한국 GM의 위상이 오히려 낮아지는 역설적 상황이 된 것이다.

르노삼성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작년 총 인원의 20% 가까운 900여 명의 희망퇴직을 실시한 르노삼성은 올해 작년보다 더욱 안 좋은 상황으로 나가고 있다. 2010년 25만대가 넘었던 생산량이 2012년 15만대로 추락했고, 올해는 현재 추이가 계속된다면 12만대 내외까지 더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 내부적으로도 현재 경영진 중 인사 담당 책임자들이 구조조정 전문가들로 채워지고 있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르노삼성이 이렇게 된 것은 프랑스 본사의 르노삼성 털어먹기가 원인이다. 2008년 이전까지 현대차보다도 수익률이 좋았던 르노삼성차는 2009년부터 본사가 르노삼성에 손실을 안기는 방식으로 부품거래를 하기 시작하며 급격하게 추락했다. 이른바 이전가격이라고 불리는 것으로 본사가 부품은 비싸게 르노삼성에 수출하고, 반대로 르노삼성은 싸게 완성차를 본사에 넘기는 방식이다. 르노삼성은 2009년부터 전체 원가에서 르노그룹 부품 매입 비용이 증가하는 만큼 손실이 늘어났다. 지난 4년간 르노삼성은 신차 개발은 뒷전이고, 비용이 적게 드는 부분 변경 모델만 출시하며 본사 부품 구매만 계속 늘려왔다. 그 결과 시장에서 판매가 급락하고 한때 현대기아차를 앞서던 품질만족도까지 하위권으로 추락한 상태다.

쌍용차는 겉으로 보기에는 2012년 12만대 가까운 차를 판매하며 2009년 부도 이전 상태로 어느 정도 복귀한 듯 보이지만 안을 들여다보면 정말 위태로운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먼저 매출이 늘수록 손익 구조가 오히려 악화되고 있으며, 한국 시장에 맞는 신차 개발 프로그램보다 인도 본사가 필요로 하는 기술 중심의 개발 프로그램이 집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양상은 2004~2008년 중국 상하이차가 주인이던 시절에도 나타났던 현상이다.

매출 증가에도 쌍용차의 손익구조가 개선되지 않는 핵심 이유는 부품사와 쌍용차의 신뢰 관계가 형성되고 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부품사들이 쌍용차와의 거래를 크게 신뢰하지 않아 납품가를 낮춰 주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기간의 쌍용차 발전 계획을 제시하지 않는 마힌드라의 경영방식을 보면 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외투기업 자동차 3사에 대한 규제와 지원 정책을 분명히 세워야 한다. 정부의 자동차산업 지원정책은 대부분이 현대기아차에만 맞춰져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앞에서도 보았듯이 외투기업 3사가 자동차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결코 작지 않으며, 또한 현대기아차만 독식하는 산업구조가 건강하게 유지될 리도 없다. 정부는 외투기업 본사가 한국 공장에 대해 함부로 자본과 기술 유출을 할 수 없도록 규제하고, 다른 한편 이들 기업들이 한국에서 투자-고용의 선순환을 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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