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원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경기도 시흥의 파카한일유압에서 다시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일주일 전 파카한일유압 사측은 전 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무제한 실시한다고 밝혔다. 물론 대부분의 기업들이 그러하듯이 포장은 희망퇴직이나 실제는 강제 인력 구조조정에 가깝다. 희망퇴직으로 인원이 줄지 않으면 그 다음은 정리해고를 하겠다는 복선을 깔고 있기 때문이다. 좋은 말로 하면 적당히 ‘위로금’을 받고 나가라는 것이다.

파카한일유압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1년간 309억원 매출에 25억원의 순익을 기록했다. 수익률로 보면 제조업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8% 수준이다. 심지어 제조 대기업 평균 수익률 6.1%보다도 높다. 전년에도 373억원 매출에 34억원의 순익을 올려 수익률 9%를 기록했다. 파카한일유압은 재무적으로도 튼튼해 부채비율이 68%에 불과하다. 한국 상장사 평균 부채비율 133%보다 훨씬 안정적이다. 회사 재무상황으로는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다.

그렇다면 무엇이 문제일까. 회사는 건설경기 악화로 인한 생산량 감소를 이유로 든다. 파카한일유압이 생산하는 유압밸브는 주로 건설용 중장비에 사용되는데, 실제 지난해 하반기부터 한국과 중국 건설경기가 동시에 나빠져 굴삭기 등의 건설장비 판매가 줄어들었다. 파카한일유압은 생산량 감소로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자주 휴업을 했다. 회사는 이를 이유로 인력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파카한일유압의 물량 감소를 이유로 한 구조조정은 사실 파카한일유압의 사업구조와 지배구조를 살펴보면 꼼수일 뿐이다.

중장비용 유압밸브 수요가 감소한 것은 사실이나 파카한일유압의 생산량 감소는 수요 감소보다도 물량 이전이 더 큰 원인이다. 파카한일유압의 유압밸브 생산량은 2009년부터 절대량 자체가 크게 줄었다. 경영진이 화성 장안공단에 공장을 확장 이전한 파카코리아로 생산설비를 의도적으로 이전했기 때문이다. 파카한일유압은 금속노조를 와해시킬 목적으로 물량을 외부로 빼내고 대규모 정리해고를 단행한 바 있다. 현재도 파카한일유압이 생산했던 유압밸브 상당수가 파카코리아 장안공장에서 생산 중이다.

또한 파카한일유압 경영진은 파카한일유압 내부의 물량 이슈를 가지고 경영위기를 이야기하는데 이 또한 이치에 맞지 않는 것이다. 파카한일유압은 독립된 법인으로 보기 힘들다. 파카한일유압의 대주주인 미국 파카하니핀은 자신의 사업부를 산업용부품사업부·공기조화부품사업부·항공부품사업부 등 세 가지로 나눈다. 한국에는 산업용부품사업부에 해당하는 법인이 파카코리아·파카하니핀커넥터·파카한일유압이다. 이 세 회사는 법인은 분리돼 있지만 사실상 파카하니핀의 한국 산업용부품사업부로 역할을 나눠 사업을 펼치고 있다. 금속노조 파카한일유압분회에 따르면 실제 인사부문까지 통합해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본사의 사업보고서도 사업부별 매출과 영업이익을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파카하니핀은 올해 한국의 산업용부품사업을 크게 확장하고 있다. 파카코리아 대표이사의 언론 인터뷰에 따르면 파카하니핀은 올해 300억원을 투자해 화성에 신규 공장을 설립할 계획이다. 미국 본사의 보고서에도 한국은 글로벌 시장에서 두 번째로 큰 성장률을 기록해 주목을 받았다.

금속노조가 있는 파카한일유압에는 생산물량이 없다며 인력 구조조정을 단행하면서, 결국 같은 사업부 아이템을 생산하고 있는 파카코리아에서는 대규모 투자를 하려고 한다. 실제로는 하나의 회사이면서 법적으로 별도의 법인이라며 마구잡이 해고를 단행하고 있는 것. 바로 이것이 파카한일유압에서 현재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

파카하니핀은 꼼수 구조조정을 중단해야 한다. 파카한일유압의 중장비용 유압밸브 생산이 수요 부족으로 축소가 불가피하다면 지금도 대규모 투자를 준비 중인 파카코리아로 고용을 이전하면 될 일이다. 자본에게는 하나의 회사이면서 노동자의 고용을 이야기할 때만 분리된 두 회사로 이야기하는 꼼수를 그만둬야 한다.

노동자운동연구소 연구실장 (jwhan77@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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